[힐링&트레킹] 29. 안동호반나들이길과 비밀의 숲
푸른 강물따라 짙은 숲길따라 걸으니 풍류와 낭만 가득 싱그러운 바람이 살랑거리는 오월을 즐기려 안동을
찾아간다.
동해안 7번 국도변의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수평선 저 멀리 햇살에 부서지는 바다 가운데 바쁠 것 없는
배 한 척이 푸른 오월을 가르며 지나간다.
7번 국도를 벗어나 영덕-상주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안동IC를 거쳐 안동댐 방면으로 향한다. 목적지인 월영교
주차장에 당도하니 자동차가 그득하다.
월영교 입구와 출구에 세워진 입간판 모습이 옛스럽다.
월영교 입구에 세워진 표지석.
상쾌한 오월을 즐기려 나선 시민들이 삼삼오오 월영교 쪽으로 몰려든다. ‘월영교(月映橋)’는 안동댐과 보조댐
사이에 놓인 목재다리로 낙동강 물과 달(月)이 연관 지어진 지명 유래에서 이름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재다리로 폭 3.6m 길이가 387m나 되는 인도교이다.
월영교 분수쇼를 관람하기 위해 탐방객들이 몰리고 있다.
밤이면 달빛이 호수 위를 비추어 한 폭의 동양화가 그려진다는 뜻도 있어 ‘월영교’라는 이름이 더욱 낭만적이다.
다리 위를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하루에 몇 차례씩 다리 양측에 설치한 분수대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멋진
분수쇼를 벌인다.
분수가 뿜어내는 물줄기로 쌍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월영교 분수쇼가 볼만하다.
쏟아지는 분수로 월영교가 물안개에 쌓여 있다.
때마침 필자가 지날 무렵에도 하얀 물보라를 뿌리며 분수가 뿜어져 장관을 이루며 강물 쪽으로 떨어지는 물
줄기에 하얀 포말(물거품)이 일고 흩날리는 물방울로 쌍무지개가 피어난다. 쏟아지는 물방울에 넋을 잃으며
옷을 적셔도 기분은 상쾌하다.
월영정에서 본 돛단배형상의 유람선에 탐방객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다리 가운데 세워진 팔각정자 ‘월영정(月映亭)’에 올라 안동댐에서 흘러내리는 낙동강의 넉넉함도 보고 강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황포돛단배를 형상화한 유람선과 달 모양의 2인승 보트를 즐기는 연인들 모습도 바라
본다. 월영교 야간 경관조명이 화려하여 밤을 즐기려 많은 탐방객이 몰린다는 안동의 또 다른 명소로 각광 받
고 있는 월영교를 건넌다.
월영교를 건너면 호반나들이길과 민속박물관가는 길이 나온다.
월영교를 건너 호반나들이길을 걸으며 뒤돌아 본 월영교와 숲길.
다리를 건너면 우측으로 ‘안동호반나들이길’이 나오고 좌측으로는 ‘안동민속박물관’으로 가는 길이다. 호반
나들이길 초입에 안동 ‘유교문화길’에 대한 안내판이 크게 세워져 있다. 총 길이 103㎞를 선비길(30㎞),
여왕길(34㎞), 공민왕길(24㎞), 호반나들이길(15㎞) 등 네 구간으로 구분되어있고 구간 마다 볼거리와 주변
주요 포인트를 알리는 설명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오늘 트레킹 할 호반나들이길은 안동댐에서 영호루까지
이어져 있다.
낙강물길공원으로 가는 강변 데크길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원이엄마 테마길 안내와 사연을 설명한 안내판.
들머리에 있는 ‘원이엄마 테마길’ 표지판에 나온 ‘원이엄마’에 대한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1998년 부근 택지개발 과정에서 파묘한 고성이씨 이응태(1556~1586)의 무덤에서 미이라와 함께 412년 만에
발견된 부인 ‘원이엄마’가 사랑의 증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 한 켤레와 애끊는 심정으로 쓴
한글편지 두루마리로 그들의 러브스토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밝혀지면서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는 이야기다.
부인의 편지를 지금의 문체로 풀어쓴 내용이 나오고 ‘사랑의 자물쇠’를 매단 팬스에는 사랑 꽃이 조롱조롱 피
어난다. 푸른 강물과 함께 짙은 숲길을 사랑이야기에 흠씬 젖어 정신없이 걸어간다. 안동시 승격 50주년 기념
으로 만든 호반나들이길의 하이라이트는 월영교에서 법흥교까지 2㎞ 남짓 강변을 낀 숲길이다.
데크와 야자매트가 놓인 반듯한 호반나들이길이 한낮의 볕에 조는듯 길을 내주고 있다.
데크와 야자매트를 깔아 놓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여덟 개의 전망대에서 보조댐 조성으로
가득한 호수를 바라보며 힐링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시민들과 탐방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힐링로드로 조성
되어 있다. 호수 위를 오가는 유람선과 함께 건너편 역사의 현장인 임청각과 칠층전탑도 멀리 볼 수가 있는 수
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걷는 행복한 나들이 길이기도 하다. 재미나는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왔니껴 다리’를 비롯
한 이야기들을 적은 안내판이 여럿 나오고 ‘원이아버지’ 이응택이 저승에서 썼다는 편지에 월영교 설치와 자신
들의 애틋한 사랑을 잇는 이야기도 나온다.
달꽃(月花)을 연상하도록 이름지은 월화정.
‘월화정(月花亭)’정자에 올라 달꽃(?)도 그려보며 초록빛 숲 사이로 보이는 월영교 모습이 평화롭게 보이는
곳에서 허기를 달래는 즐거움도 가져본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의 느린 흐름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유혹을 떨치며 법흥교까지 이어진 나들이길을 마저
걷는다. 법흥교에서 만나기로 한 이동찬 경북산악연맹 부회장이 그새를 못 참고 나들이길로 올라와 합류한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을 때 안동시연맹회장을 한 분으로 글로벌산악인으로 정평이 나 있고 2019년 이탈리아
돌로미티트레킹에도 함께 한 안동산악인이다. 덕분에 법흥교에서 월영교 주차장까지 자동차로 이동했다. 걸
어서 가면 포장도로를 걸어야 하는 코스라 난감했는데 고마웠다.
월영교 초입에서 안동댐 방향으로 난 강변데크길을 걸어 ‘낙강물길공원’까지 이십여 분 걸어간다. 중간에
‘월영공원’이란 이름의 소공원을 둘러본 후 안동댐 바로 아래 수자원공사에서 만들었다는 크지 않은 공원
안으로 들어선다. 키 큰 메타세콰이어 숲이 먼저 맞으며 사뭇 다른 낯선 풍광을 만든다. 조그마한 연못에
피어오르는 분수가 한낮에 조는 듯 물을 뿜어 올리고 갖가지 꽃나무로 아름답게 꾸미진 연못 가운데를 가
로지르는 돌다리에서는 젊은이들이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한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산벼랑에서 폭포
물줄기가 층층이 흘러내리고 폭포수 따라 맑은 여울이 흐르고 너른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뛰
어다닌다. 햇볕이 내리쬐는 사이로 키 큰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탁자와 벤치에는 느긋
한 휴식을 취하는 탐방객이 여기저기 흩어져 조용한 명상에 잠긴다.
비밀의 숲_이라 불리는 낙강물길공원에 있는 연못과 분수 그리고 울창한 숲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요정이 나올법한 비밀의 숲속에서 한껏 뽐을 내는 탐방객 모습.
숲 속의 요정이 튀어나올 듯 몽환적 풍경에 맑은 계류와 연못, 짙은 숲과 꽃이 있는 이곳이 ‘한국의 지르베니’
(프랑스 인상파화가 모네가 살든 아름다운 곳)라고 일컬어질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비밀의 숲’이라 불리는
‘낙강물길공원’이다. 네이밍(이름 짓는 일)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사례로 벤치마킹 할 만하다. ‘비밀의 숲’에는
신기하고 비밀스런 무언가가 있을법하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공원 위로 안동호와 낙동강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동루(安東樓)’가 있다. 누각에서 조망을 즐기고 다시 월영교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선생 생가인 임청각 입구.
담장 밖에서 본 임청각 건물의 위엄이 아직도 강건해 보인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임청각(臨淸閣)’(보물 제182호)이 있다.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일제가 임청각을 가로질러 철도를 내어 독립의지를 꺾고자 한데 대한
석주선생의 일갈(一喝)이 나들이길에도 새겨져 있어 그 기개를 느낄 수 있다.
-“네 이놈! 왜놈들아! 너희가 아무리 독립의 기운을 막고자 철로를 놓고 임청각을 쳐부순다 한들 우리의 독립
의지가 꺾일 것 같으냐? 머리는 자를 수 있지만 너희에게 무릎 꿇는 종은 되지 않을 것이다!”-
임청각 내부에 전시된 오래된 각종 자료가 잘 정돈되어있다.
민족정기를 끊고자 임청각 일부를 부수고 철길을 놓은 일제에 대항하여 전 재산을 처분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만주로 이주하여 독립운동의 선봉장이 된 석주 이상룡 선생의 장한 민족정신을 엿볼 수 있고 500년 이어온 조
선 대표 한옥을 다시금 복원한다니 감회가 새롭다. 철도를 걷어내고 공사 중이라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정원에
핀 작약 붉은 꽃잎에도 서슬 퍼런 석주 선생의 기(氣)와 임청각 사람들의 독립의지가 더욱 돋보여지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법흥사지 칠층전탑(국보 제16호)모습.
고성이씨 탑동종택 안내판.
임청각 가까이 있는 법흥사지 ‘칠층전탑’(통일신라 때 벽돌로 쌓은 탑. 국보 16호)과 ‘고성이씨종택’도 둘러봤다.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는 알아야 할 문화유산과 배워야 할 정신문화가 너무나도 많다.
이번 ‘힐링 앤 트레킹’ 스물아홉 번째 ‘걸어서 자연 속으로’의 이야기는 안동에서의 단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
무리한다.
글·사진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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