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8,1ㄴ-8; 요한 6,35-40
+ 찬미 예수님
제가 매주 수요일에 신학교에 강의를 가는데요, 지난주 수요일은 국회의원 선거 날이라 휴강했고요, 오늘 학교에 갔는데 교실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무과에 가서 학생들이 없다고 말했더니, 신학생들 기숙사로 전화를 연결해 주는데,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번 주가 중간고사 기간이라는 것을.
중간고사 기간에는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제가 첫 시간에도 얘기했고, 2주 전에도 얘기했는데, 그만 까먹고 말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대표 신학생이 전화를 받았길래, “이번 주 시험 기간이지?” 그랬더니 “예, 신부님” 하길래 “화이팅!”이라고 얘기해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 다시 돌아오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오케스트라가 미국으로 공연을 가서 심벌즈가 딱 한 번 나오는 곡을 연주했는데, 심벌즈 연주자가 공연 도중 졸다가 그만 심벌즈를 못 쳤답니다. ‘그분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 제가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께 맡겨진 사명이 있었는데요, 오늘 복음에 따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둘 다 같은 말씀처럼 들리는데, 첫째 사명에서 두드러진 단어는 ‘하나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사명에서 강조된 단어는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하나도’ 잃지 않고,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러 오셨습니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일을 하지 못하신다면,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공연히 오신 것이고, 심벌즈도 못 치고 하늘로 되돌아가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생명의 빵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약 성경은 하느님의 지혜와 율법을 음식과 물에 자주 비유했는데요, 하느님의 지혜와 율법을 먹고 마심으로써 그로부터 배우고, 자신의 삶이 변화되게 하라는 것입니다.
파스카 성야 미사 때 제5독서에서 우리는 이사야서 55장의 말씀을 듣는데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이사 55,2-3)
예수님께서 생명의 빵이시라는 말씀은 오늘(요한 6,35-40)과 내일(6,44-51(50)) 복음 말씀에서는 당신께서 하느님의 지혜이시고, 하느님의 계시시라는 의미이고, 금요일 복음(6,52(51)-69)에서는 성체성사로 그 의미가 확대됩니다. 즉 오늘과 내일은 말씀으로서 생명의 빵이시고, 금요일 복음에서는 성체로서 생명의 빵이시라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오늘 독서에서 예루살렘 교회는 스테파노 순교 이후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합니다. “독실한 사람 몇이 스테파노의 장사를 지내고 그를 생각하며 크게 통곡하였다.”라는 구절이 와 닿습니다. 첫 순교자의 영웅적인 순교라 해도, 슬픈 것은 슬픈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모든 것이 해결된 줄 알았는데, 사실 교회는 박해 받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박해를 피해 흩어진 사람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씀을 전합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박해할수록 그 수가 늘어나는, 예상 밖의 결과가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훼방을 놓건, 하느님께서는 그 일까지도 도구로 사용하여 당신 일을 해 나가십니다.
오늘 신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생명의 빵이다.”라는 말씀을 되뇌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빵이 주식이 아니라서, 빵이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간식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예수님께서는 ‘나를 먹지 않으면 너는 살 수 없다’라는 의미로 이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내가 생명을 주는 밥이다. 내 말을 먹고 살고, 내 살을 먹고 살아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예수님께서 주신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바로 우리입니다. 또 우리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분들이고, 선의로 살다가 세상을 떠나신 분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일을 완수하시도록 예수님의 일에 협력해야겠습니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https://youtu.be/pscsAvGjQI0?si=EsYfC-cf_ftn1v3N
모짜르트, 아베 베룸 코르푸스, 킹스 칼리지 합창단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 1240년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