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은 외과 의사인 토마시, 토마시를 사랑하는 시골 웨이트리스 출신의 테레자, 그리고 자유분방한 여성화가 사비나, 사비나를 사랑하는 유부남 대학교수 프란츠이다
제목만 보고 나는 이 책이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첫 장부터 니체의 영원회귀가 나와서 약간 당황하였다. 책에서 고대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삶은 가벼운 것이 긍정이라 좋다고 했고, 베토벤은 무거운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무엇이 긍정인지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고 아래와 같이 질문한다.
무엇이 긍정적인가? 묵직한 것인가 혹은 가벼운 것인가?
오직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토마시는 외과의사로써 여러 여자와 정사를 나누지만 테레자를 만나 사랑을 한다. 테레자는 토마시의 외도를 알지만 참고 끝가지 같이 한다. 공산당의 회유를 거절하면서 신념을 지킨 토마시는 몰락하지만, 테레자와 함께 시골로 내려가서 사고로 죽음을 같이한다. 프란츠는 정형적인 대학교수로써 아내에게서 아버지로 버림받은 연약한 모습의 어머니를 발견하고 20여 년을 보호하며 살다가, 사비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내와 이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사비나는 프란츠를 떠난다. 사비나를 힘들게 한 것은 어깨의 짐이 아니라, 오히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지금 50대 이상 대부분 한국인의 삶은 테레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욕망을 쫓아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 말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바라봤을 때 젊었을 때 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젊었을 때는 그냥 생각없이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깨의 짐을 인식하면서 더 무겁게 느껴진다.
저자의 말대로 삶은 정답이 없다. 나는 요즈음 독서를 하며서 조금 더 가볍게 살게 된 것 같다. 아내의 말로는 사고의 폭도 넓어지고 좀 더 너그러워 졌다고 한다.
한 번뿐인 인생이고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단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어머니가 위암에 걸려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가 생각이 난다. 주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극단의 무거움을 느꼈을 때 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정말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할 까? 언제든지 죽음이 닥칠 수 있는데 무겁게만 살아야 하는가? 살아가면서 개인의 욕망을 버릴 수 없는가? 등등 고민이 많아졌다.
그리고 과연 가볍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욕망을 버리고 그냥 책속의 개 카레닌처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 아니면 사비나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가족도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일까?
각자의 환경과 소신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인생에서 무거움과 가벼움이 적당히 있어야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은 이해관계가 전혀 없이 이루어지는 개와 인간사이의 사랑보다 열등하다고 했다. 공감 가는 문구다. 이번 기회에 반려견을 입양하여 순수한 사랑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첫댓글 진솔한 삶의 얘기와 텍스트가 잘 녹아나온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월에는 꼭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