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자들이 만든 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에서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다룬 부분에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 여러 출판사에서 그들의 청원 내용 중 일부를 받아들여서 교과서를
수정하기로 했다. “시조새”와 “말의 진화”를 다룬 부분이 삭제되거나 수정된다고 한다.
과학 교과서서
사라지는 ‘진화론’: ‘진화론개정 추진위’ 청원… 6곳서 시조새 등 삭제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517010018
<서울신문>에서는 “과학 교과서서 사라지는
‘진화론’”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붙였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시조새”와 “말의 진화”를
다룬 구절의 삭제 또는 수정이 진화론에 맞선 싸움에서 거둔 작은 승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창조론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창조론의 승리는 과학 또는 진화론의 패배다.
진화론 퇴치
첫 성과, 고교 교과서에 ‘시조새’ 사라진다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5708840&cp=nv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 사라진다… “말의
진화는 상상”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55751
나는 현행 교과서에 실린 시조새에 대한
구절을 직접 살펴보지는 않았다. 정확히 뭐라고 실렸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다”라는 식의 내용인 듯하다.
현행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시조새는 조류의
직계 조상이다”라는 의미가 있거나 적어도 그런 식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교과서를 출판하는
곳에서 해당 구절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기로 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 듯하다. 즉 과학적으로 정당한 이유
때문에 삭제하거나 수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설사 일부 기독교인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조새에 대한 구절에 시비를 걸었다 하더라도 잘못되었거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구절을 검토해 본 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따라서 출판사의 이번 결정을 보고 기독교인의 승리나 진화론의 후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시조새(archaeopteryx)의
계통발생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Wikipedia를 참조하라.
http://en.wikipedia.org/wiki/Archaeopteryx
http://en.wikipedia.org/wiki/Archaeopteryx#Phylogenetic_position
이전에는 시조새가 현생 조류의 직계 조상이라고
생각하던 학자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학자가 더 많은 듯하다. 적어도 “시조새가 현생
조류의 직계 조상이다”라는 명제는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말의 진화”의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있어서
바꾸는지 모르겠다. <천재교육>에서는 “고래의
진화”로 대체하기로 했고, 다른 출판사에서는 삭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삭제하기로 한 것 같다.
정리해 보자.
첫째, 창조론자가
시비를 걸었다고 하더라도 교과서에 실린 잘못된 내용은 수정해야 한다.
둘째, 이번
교과서 수정(“시조새”와 “말의 진화” 관련)은 진화론의
후퇴가 아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실렸던 것을 고치려는 것일 뿐이다.
셋째, 교과서
집필진에 문제가 있다면,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을 창조론자들이 시비를 걸 때까지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넷째, 이번
삭제 또는 수정 사태를 “창조론의 승리”로 포장하려는 창조론자들에 맞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려야 한다.
다섯째,
이번 기회에 과학 교과서에 실린 다른 부분들도 제대로 검토하여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나의 입장은 장대익
교수의 입장과 같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시조새나
말의 진화 등은 학계에서 실제 논란이 있는 만큼 ‘확인된 사실만 가르친다’는 교과서 집필진 입장에서는 청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교과서 집필진이 지난 수십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진화론의 실체를 외면하고 아무런 수정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오래전에 조작으로 판명된 에른스트 헤켈의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발생반복설’이 지금도
교과서에 실려 있다.”면서 “이런 태도가 진화론이 공격받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517010018
창조론자들이여, 동기야 어쨌든 교과서에 실린 잘못된 내용을 지적해서 고치도록 한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이 현재의 과학계의
정설을 제대로 반영하도록 고치는 것은 창조론의 승리가 아니다. 진화론을 학생들에게 더 잘 알리도록 고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너무 기뻐하지 마시라.
이덕하
2012-05-18
첫댓글 저도 창조론의 위상이 올라가는 등의 문제와는 관계 없다고 생각합니다. 창조론자 교수들이 헛소리를 하면 그 때 대응하면 되겠죠.
누가 지적한 것이든, 비록 창조론자 쪽에서 시비를 걸었다 해도 잘못된 것은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지요. 그게 과학이니까. 그러나 창조설(종교)은 그럴 일이 없지요. 잘못된 것이 수정 또는 폐기된다 해서 창조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