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물체를 볼 때 목을 빼고 쳐다
보면 더 잘 볼 수 있다. 예컨대 그냥 보면 30cm 앞에
있는 물체를 목을 빼고 보면 10cm 정도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그러면
물체가 20cm 앞에 놓이게 된다. 당연히 30cm 앞에 있는 있을 때보다 20cm 앞에 있을 때 더 잘 보인다(원시인 경우에는 약간 다른 거리를 예로 들어야 할 것이다).
멀리 있는 물체의 경우에는 목을 빼고 쳐다본다고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m 앞에 있는 물체를 볼 때에는 눈이 물체에 10cm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해도 사실상 보이는 것은 똑 같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경우에도 목을 빼고 쳐다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인간이 멀리 있는 물체도 목을 빼고
쳐다보는 이유가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문제를 다룬 문헌을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비슷한 가설을 이미 발표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 가설은 내가 생각해낸
것이다.
가설
1: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관심이 있는 것을 목을 빼고 쳐다보도록 진화했다.
가설
2: 인간은 다른 사람이 목을 빼고 쳐다보는 것을 볼 때 그것이 그 사람의 관심을 끄는 대상임을 직관적으로 알도록 진화했다.
가설
3: 인간은 옆에 사람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옆에 있는 사람과 자신 사이의 관계(친족, 경쟁자, 적대자)에 따라, 자신이 쳐다보는 대상의 성격에 따라 목을 빼고 쳐다볼 것인지
여부를 자동적으로 결정하는 기제를 진화시켰다.
가설 1과 2가 참이더라도 가설 3은 거짓일 수도 있다. 즉 인간이 목을 빼고 쳐다보도록 하는 기제와 그런 신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기제는 진화시켰지만 옆에 있는
사람과 대상의 성격에 따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제까지는 진화시키지 못했을 수 있다.
이 가설들은 몇 가지 방법으로 그럴 듯하게
검증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증 방법 1: 목을 빼고 쳐다보는 것이 인류 보편적인지 알아 본다.
검증 방법 2: 아주 어린 아기를 대상으로 관찰한다. 아기가 관심 있는 대상을
목을 빼고 쳐다보는가? 아기는 다른 사람이 목을 빼고 쳐다보는 대상을 더 오래 쳐다보는가?
아기를 대상으로 한 이런 실험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하라.
The
Moral Life of Babies
By PAUL BLOOM
Published: May 5, 2010
http://www.nytimes.com/2010/05/09/magazine/09babies-t.html?pagewanted=all
검증 방법 3: 옆에 사람이 없을 때 목을 빼고 쳐다보는 행동이 덜 나타나는지 실험해 본다. 옆에 친족이 있을 때보다 경쟁자가 있을 때 목을 빼고 쳐다보는 행동이 덜 나타나는지 실험해 본다.
이덕하
201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