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네트워크 꼬마들의 ＜탈탈탈＞ 여행기

[이희경]

문탁네트워크입니다.

이번 겨울방학에 문탁네트워크 <주권없는학교>의 스탭들이 초등학생들과  "탈탈탈...길을 걷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스탭 네명과 초등학생 열명, 모두 열네명이 고리 원자력 발전소도 가보고 밀양 송전탑 농성장도 갔습니다.

다녀와서는 <탈탈탈 신문>을 제작해서 발표회도 진행했구요..

아이들이 만든 신문을 올려드립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만...그래도 이렇게라도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탈탈탈신문(201402).docx

그리고 저희 웹진에 실린 <탈탈탈 기행기>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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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 탐방 03]

’할머니들을 도와 우리의 미래를 지키고 싶어요!‘

-탈탈탈 1탄 기행기

정리 : 탈탈탈 스텝

탈,탈,탈, 길을 걷다. 주권 없는 학교의 로드 스쿨 <길-wee> 1탄은 ‘탈핵, 탈송전탑, 탈방사능’으로 고리, 밀양, 홍성에 다녀왔다.

지금 밀양은 싸움 중이다. 밀양을 관통하는 송전탑 건설로 인해 피해자가 된 시민들은 전쟁 중이라 이야기한다. 송전탑 건설 계획 발표이후 10년 동안 밀양시민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작년 초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을 계기로 밀양의 싸움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문탁네트워크도 밀양과의 연대를 시작했다.

송전탑은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흘려보내기 위해 건설 중이다. 그것도 막강한 전류 765Kv 가 흐르는 전선으로.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선 누구나 다 아는 명백한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일본에선 원전 가동을 멈추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잘 사용하며 살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바로 옆 우리나라에선 왜 원전 수출을 자랑하며 멈출 줄을 모르고, 밀양의 여러 어르신들의 생을 달리하게 만드는 것일까!

출발 전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이란 소설을 읽었다. 독일의 한 지역에서 핵폭발 뒤에 일어나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어 원자력의 위험을 무섭게 실감할 수 있었다.

‘핵폭발이 있은 후에 사람들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면 묘지에 묻히기는 상상도 할 수 없고 구덩이에 묻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실화는 아니지만 핵에 대하여 무서워지는 데, 핵폭발로 인해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바뀌고 오히려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무서운 상황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지구, 즉 푸른 별을 붉게 만들고 있다. 그 중 핵이 곧 한 몫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제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해놓은 짓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무서운 상황이 현실일 수도 있을 거라는 자각을 하며,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고리 원자력 발전소 홍보관에 갔다. 당연히 그곳은 원자력을 홍보하고 있었지만, 곳곳에 그 위험성을 함께 가지고 있음도 읽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인류가 찾아내어 발전시켜온 다양한 에너지와, 이동을 위해 이용한 열기구 및 증기기관에서부터 엄청난 힘의 액체 연료 엔진을 장착한 로켓까지 에너지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풍차, 증기기관 같은 것도 전기를 만들어 낸 것을 보니 '이때는 원자력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생활할 수 있는데 지금은 왜 원자력이 없으면 우리나라가 망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으로 원전이 멈추어도 일본은 지금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원자력을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리 원전엔 그 곳에서 출발해 뻗어나간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전선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선들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765Kv 못지않을 것 같았다. 냉각수로 사용되는 근처의 바닷물에 대한 의심도 고리 원전에 가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이었다. 영광 원전은 영광굴비가 원전으로 인해 판매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민원으로 인해 한빛 원전으로 이름을 바꾸었다는데, 그 이야기가 실감났다.

애초에 우리의 여행은 길 위에서 걷고 기차타고 버스를 타고 떠나보는 것이었다. 여행 준비 기간에 철도 파업으로 인해 예약해 놓았던 갈아타야할 기차 편이 없어져버렸다. 그 대신 버스를 탔고 덕분에 만나게 된 봉고차 기사 아저씨의 안내로 고리행이 훨씬 수월했다. 그 우연으로 아이들은 예정에 없던 부산의 겨울바다에서 놀 수 있었다. 길 위에서만이 얻을 수 있는 행운이다.

원전은 지금 5기를 건설 중이며 앞으로도 16기를 더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명의 힘은 원전뿐인 듯 한 홍보를 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그 피해로 인해 한전과 정부와 싸우고 있는 밀양으로 갔다. 작년 말 유한숙 할아버지가 분신을 하셨다. 얼마 전 이미 49제를 치뤘어야 함에도 장례조차 지내지 못하고 있다. ‘차에서 내리니 분향소 앞의 경찰이 보였다. 알고 보니 경찰이 분향소를 둘러싸고 있었다. 분향소에 있는 경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경찰들은 이 상황을 우리와 같이 느끼지 못하는가에 대한 친구들의 의문이 당연했다. 할머님들도 싸우시지만 바로 앞에서 대적하고 있는 어린 경찰들을 보면 그저 아들같고 손주같은 생각에 함부로 할 수 없음을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그저 이심전심 통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함부로 대하고 있단 말인가!

분향소를 나와 127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에서 천막을 짓고 농성하고 계신 산으로 올라갔다. 밀양에선 이계삼 선생님이 계신 너른마당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싸움의 현장을 별 어려움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옆 126번 송전탑은 이미 세워져있었다. 다음은 127번이고 그 다음 128번 자리에도 이미 벌목이 되어있었다. 그 다음엔 저 아래 밭을 지나가는 선로라 밭 한가운데에도 세워질 거란다. 지금 127번 자리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고 할머님들은 쇠사슬에 몸을 묶어 버티고 계셨다.

‘주민 분들은 특히 헬기소리가 너무 참기 힘든 고통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얘기 도중에 계속 헬기 소리가 들렸는데 너무 크고 듣기 싫은 소리였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병원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해서 더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들의 어려운 고충에 저까지도 눈물이 나고 울적하였습니다. 솔직히 한전이 많이 미웠습니다. 보상금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할머니들께선 10원도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 한전이 공사를 중단하고 보상금을 준다 해도 받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송전탑 문제로 한전과 싸우시는 이유는 송전탑이 들어오면 애써 키우신 소도 모두 불임되고 그 전자파 때문에 사람도 암에 걸리는 등의 큰 문제가 발생하고 우리 세대의 후손들의 미래에도 큰 영향이 있기 때문에 반대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책이나 사람들을 통해서 듣던 얘기를 직접 방문해 들으니 자세하고 생생해 더 뜻 깊고 할머니들의 뜻에 공감할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얘기를 나누고 나니 더 마음이 무거워지는 듯 했고 할머니들을 도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탈원전 탈송전탑 탈핵’을 꼭 이뤄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다 나누고 산을 내려오기 전에 저와 이야기를 나누신 할머니께서 저를 안아주셨는데 포근하였고 굳은 다짐이 느껴졌습니다. 비록 허리는 굽으셨지만 제 눈엔 곧아보였습니다.’

밀양역엔 자전거보관소가 자동차 주차건물처럼 서있었다. 분명 친환경 도시일 텐데, 그 힘이 원전반대를 위한 힘으로 모아지지는 못하는 것일까. 우리의 응원이 송전탑건설 철회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에 부디 작은 힘이나마 되었으면 한다.

다시 기차를 타고 하승수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홍성으로 갔다. 녹색당 대표이신 선생님은 지난 11월 파지사유에서 ‘내 밥상위의 고등어, 탈핵’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하셨다. 아이들은 원전 홍보관에서 들었던 원전에 관한 지식과 밀양에서 만난 현실들을 토대로 선생님과 인터뷰를 하였고, 원전의 위험성과 지금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에 대한 현실 등을 체계적으로 듣고 배울 수 있었다.

‘원전 폐기물처리를 위해 지금 경주에 지하 저장 창고를 짓고 있는데, 그 안정성을 보장할 수가 없어요. 물이 나오는 지역이라 부식이 빠를 수 있고, 콘크리트를 사용한 게 3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그 이상의 튼튼함은 누구도 검증해 보지 않았잖아요. 폐기물은 최소한 10만, 100만년은 보관을 해야 한다고 하지요. 정부는 원전이 지금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하지만 그 원료인 우라늄도 지하자원이에요. 그 매장량이 앞으로 40년~50년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대요. 지금 우리가 그걸 쓰기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바치는 거죠. 그러니 에너지의 해답이 원전일 수 없어요. 정부나 한전은 송전탑이 세워진 마을에 암환자가 많아진 사실에 대해 반성하고 있지 않아요. 이런 사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지요.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직접 밀양에 가서 왜 반대하는지 이야기도 들어보고 해야 할 텐데, 전혀 하고 있지 않죠. 그래서 아마 그런 사실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후쿠시마사고 이전엔 원전이 막연하게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잘 몰랐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이후에 공부를 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고 알고 나니 원전을 하지 말자는 운동을 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셨다.

마무리를 생태마을 홍성에서 할 수 있어서 탈핵, 탈방사능, 탈원전이 더욱 간절해졌다.

‘우리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유와 자연이 주는 선물들로 가득 찬 풀무학교와 갓골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이 길 위의 아이들과 선생님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며 우리는 2박 3일 간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이 핵, 송전탑, 방사능에 의해 파괴 되지 않도록 우리는 탈 핵, 탈 방사능, 탈 송전탑을 위해 길 위의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계속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불을 키고, 전기를 쓰지만 우리가 쓰는 전기를 우리 집까지 옮기려면 밀양과 같은 마을사람들의 고통과 눈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반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먼저 전기를 절약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모두들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길 위에서 배워서 새로운 길을 낼 수 있는 힘을 보태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