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859호
정말 좋아하는 노래
전윤호
정말 좋아하는 노래는 부르는 게 아니야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느낄 때
눈물 대신 흐르는 거지
정말 좋아하는 노래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
음표가 보이지 않지
온전하게 다 따라 불렀다면
정말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야
노래는 뇌를 뚫고 올라가 영혼을 찾아내지
정말 좋아하는 노래는 입 밖에 내지 마
한 소절 한 소절 너를 죽일 테니까
떠나간 사람 생각에 잠 못 드는 밤
머리맡에 노래가 있다고 생각하렴
정말 좋아하는 노래는 스스로 노래한단다
네가 잠들 때까지
-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걷는사람, 2022)
*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시인이 아니면 아무도 아닌,
그러니까 풍찬노숙의 길 위에서
오늘은 시로 살다 내일는 시로 죽겠다는
미련곰탱이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눈치 채셨나요. 전윤호 시인입니다.
그가 지금껏 써온 시편들은 그러니까 길 위에서 쓴 것들입니다.
아니 길이 썼다 지우고 다시 쓴 그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그의 시편들은 사랑을 얘기할 때도 이별의 기운이 서립니다.
삶을 얘기할 때도 죽음의 냄새가 풍깁니다.
그 반대일 수도 있지요.
이별을 얘기할 때 사랑을 암시하기도 하고
그가 말하는 죽음은 삶의 복선이 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전윤호 시인의 신작 시집(『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에서도 형의 그런 기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비교적 덜 쓸쓸하고 비교적 덜 우울한 연애시 한 편을 띄웁니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는 입 밖에 내지 마"
"한 소절 한 소절 너를 죽일 테니까"
어떤가요?
이런 연애시 본 적 있는지요?
제가 연애시라 명명했지만 연애시가 맞긴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