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야 합니다.
김주환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외침과 함께 산화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린다고 하였고 열사에게 훈장까지 추서하였습니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저임금과 고용불안,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이 넘습니다. OECD 10위의 경제 규모가 되었으나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밥 벌러 나갔다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며 산재 사망율은 OECD 1위입니다.
일터에서 참담한 죽음에 내몰린 가족을 둔 유가족의 통곡에 노동자 서민들은 아파했고, ‘더이상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멈추라’는 절규에 이 사회가 공감하였습니다. 그런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겠다던 정부여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약속은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가 국가 권력구조 개편에 몰두할 때, 죽음을 향한 컨베이어 벨트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국가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초적인 의무를 내팽개친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공방은 이전투구일 뿐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민생, 민생’ 외치며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에 대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차별과 저임금, 고용불안을 감내하기도 벅찬데 죽음과 위험마저 감내해야 하는 비정규직이 다수가 되어 버린 상황을 외면하고 과연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그동안 노동자들이 죽어 나갈 때마다 정부가 허다한 대책을 발표하였음에도 한해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어 나가고 있는 처참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위험을 이용하여 돈을 벌고 책임을 회피하고 죽음을 방조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도가 들었는데 문고리만 고친다고 되겠습니까? 강도를 잡아 처벌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목숨을 재물 삼아 돈을 벌어도 된다는 풍토를 고쳐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즉각 제정되어야 합니다.
죽음을 향한 컨베이어벨트를 멈추기 위하여 유가족들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곡기를 끊었습니다. 만약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머뭇거린다면 스스로 목숨을 담보로 이윤을 탐하는 자들과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들이 담겨져야 합니다. 안전할 권리, 안전을 지킬 의무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를 가지고 할인하려 한다면 스스로 야바위꾼임을 자처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외면과 방조 속에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처참한 죽음을 이제는 막아야 합니다.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야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온전하게 제정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