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징계 소식을 듣고 갑갑한 마음에 제 블로그에 늘어놓았던 넋두리입니다. 이 곳에 옮겨 놓을게요.
힘들때 일수록 곁에서 지지하고 격려해야하는데... 먼 곳에 있는 저로서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정당 후원금을 낸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파면, 해임 조치가 내려졌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중 대구 소속 선생님들이 20명, 제가 아는 분도 여럿 되실걸로 생각됩니다. 휴...
제가 아는 한, 이번에 파면, 해임을 당한 선생님들은 이렇습니다
'정당' 후원금 뿐만 아니라 '각종'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내시는 분들입니다
후원의 대상은 북녘 혹은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 어린이에서 노인, 장애인, 정신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입니다
교사 월급, 정말 얼마 안되지만 뜻깊은 곳에 쓰려고 당신의 생활비는 아껴쓰시는 분들입니다
저도 이 분들 '소비'성향을 보면서 참 많이 배웠구요
민주 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혐의라구요...
민주 노동당을 지지하시는 분도 계실거고, 워낙 열악한 소수 정당이다 보니 그저 힘을 보태고 싶은 분도 계셨을 겁니다. 공무원으로 정당 가입이 안 된다는 것을 모르시지 않을테고, 당원이 아닌 당우 혹은 비정기적인 후원금을 내셨겠지요.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정당 후원금도 내셨을겁니다. 근데 그게 뭐가 잘못 되었나요?
교사의 '정치적 중립' 좋습니다. 정말 '정치'에 관심 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하는 일과 제 개인적인 삶에 충실하며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은 마음 아닐까요?
근데 '정치' 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점점 사람사는 세상과는 멀어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저 교사들은 책에 있는 지식만 전달하며 문제 풀이 잘 해주면 그만인가요? 능력있는 교사인가요?
다들 이런 경험 하셨을거 같애요
어느 순간,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한 무언가가 가짜였다는 느낌 그래서 어른들한테 배신 당했다는 느낌 같은거 말이죠. 그 순간의 임팩트가 아주 강했던지... 제가 학생 앞에서면 다짐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래, 잘 하지는 못해도 사기는 치지 말자구요. 근데 그게 어렵더라구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든
학생들 가르치는 교사로서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든
우리 어린 세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개인의 측면에선, 자신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회의 측면에선, 책임있는 동시에 깨어있는 성숙한 시민을 키워내는 게 아닐까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애초부터 닫아버리고,
아무 생각없는 기계적인 인간으로 길러내서는 안 될텐데 말이죠...
가르친다는 거... 정말 갈수록 자신없어 지네요...
가르침의 참 의미를 실천하시는 선생님들께서 파면 해임되시는 건
한 개인의 슬픔 뿐 아니라 우리 교육계의 크나큰 손실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철회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동료교사로서 저는 참 죄송한 마음 뿐이구요...
첫댓글 함께 여성주의공부를 하다 지금은 영국에서 공부중인 후배 선생님이 전교조 대구지부 여성위 카페에 남긴 글입니다. 필요하다면 브뤼셀에 있는 EI(세계교원노조연합)에라도 가겠답니다. 참교육 참교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세계만방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