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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각산은 양(羊)의 각(角), 곧 뿔 모양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봉우리가 두 개여서 뿔이 두 개라는 뜻의 양각산(兩角山)은 우리나라에 몇 개 있다.
웅천천은 성주산과 아미산의 골짜기 물이 이룬 내다. 양각산 아래에서 웅천천을 막아 넓은 보령호가 만들어졌다. 전에도 웅천천이 감아 돌고 유별나게 생긴 양각산이 어울려 아름다웠었다. 그런데 이제는 웅천천이 넓은 호수가 되어 양각산과 어울리니 더욱 아름다워졌다.
이처럼 물이 좋고 산이 좋아 그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고장에는 이름 있는 씨족들이 터를 잡고 살게 됐다. 여기 양각산 아래에도 풍천 임씨, 남포 백씨, 경주 이씨들이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왔다. 그래서 동막동에는 풍천 임씨 입향조 임향(任珦)의 묘소와 신도비가 있고 고려 말 성리학을 도입한 대학자 이재(彛齋) 백이정(白 正)의 묘소와 신도비 사당 옥산사(玉山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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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산 납작돌이 깔려있는 산길. 양각산에는 폐광의 흔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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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겼지만 양각산 아래 용암마을은 양각산을 뒤로하고 웅천천이 앞을 감아 도는 전형적인 명당(背山臨水形: 산을 뒤로 하고 물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이 명당은 성주 여덟 곳의 모란꽃(명당) 가운데 한 곳이란 말이 있었다. 이 좋은 터에 경주 이씨네가 자리 잡고 고려시대의 대학자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의 사당 삼사당(三思堂)을 모시고 대를 이어왔다(보령호가 생기면서 이 사당은 수령 200년이 넘는, 둘레 4.8m 높이 33m의 은행나무와 함께 위로 올려졌다).
아름답고 좋은 터이기 때문에 많은 인물이 났다고 알려져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곳에 들러 선현을 추모하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18세기 보령의 대표적인 학자인 성당(性堂) 정혁신(鄭赫臣)은 다음과 같이 노래하기도 했다.
아홉 뫼 양각산이 구름 위에 솟아 (九星羊角 半浮天)
뭇 산을 가물가물 앞뒤에 안고 (湖海群山 擁後前)
이 경치 개척할 때 조물주의 힘이 커 (闢地化翁 多費力)
이 안에서 나온 인물 몇몇이런가 (養來東表 畿英賢)
또 양각산 동편 비탈에는 전통 사찰인 금강암이 있다. 조선조 태종의 후궁인 권씨를 위하여 지은 원찰로 알려져 있으며 충청남도 문화재 자료인 석불좌상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남포현편 산천조에 ‘양각산 본현 동쪽 24리 지점에 있다’ 했고 불우조에 ‘옥계사 양각산에 있다’로 되어 있으며 조선 후기에 나온 남포읍지 여지도서에는 ‘옥계사 양각산에 있다. 지금은 금강암이라 한다’로 적혀 있다 한다. 원래 옥계사로 불러오다 금강암으로 바뀐 것 같다. 또 양각산은 구한 말에 험한 지형과 강을 이용하여 청양 출신 이규하 의병장 이 지역의 이사성 등과 함께 의병활동을 벌이기도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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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각산에서 본 보령호. 넓디넓은 호수 아래에 삼사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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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각산 전망대에서 본 보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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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도 있다. 옛날 양각산에 양각(羊角)과 양순(羊順)이란 장사 남매가 살고 있었다. 남매가 힘을 겨루어 딸인 양순이가 이기게 될까봐 어머니가 양순이에게 술책을 쓰고 그 바람에 양순이가 내기에 져 죽었다는 흔히 있는 내용의 전설이다. (보령시에서 발행한 <관광 보령의 명산을 찾아서>를 참고하였음)
양각산은 그 모습부터가 기이한 산이다. 그 둥그스름한 머리가 우뚝 솟아 있다. 양각산의 머리 부분은 거의 바위로 되어 있어 웅장하고 남쪽 보령호 쪽으로 깎아지른 바위벼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띈다. 특히 이 산의 동쪽이나 서쪽에서 보면 남쪽으로 깎아지른 벼랑이 그대로 드러나 장관이다. 이처럼 멋있게 솟은 산이 푸른 보령호와 어울렸으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겉모습뿐만 아니다. 산 고스락과 바위로 된 머리부분의 벼랑 끝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와 조망 또한 참으로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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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새와 벼랑, 그리고 호수가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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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락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한 줄기 길을 따라 내려가는 멋 또한 좋다. 바위벼랑을 이리 돌고 저리 매달리며 내려서면 손바닥만 한 평지가 있다. 거기에 의자도 놓여 있고 나뭇가지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시원하다. 이 평지의 위는 고개를 한껏 젖혀야 볼 수 있는 높은 벼랑이고 아래도 뛰면 그대로 보령호에 풍덩 빠질 것 같은 바위 낭떠러지다. 여기서 보면 도대체 올라갈 길도 내려갈 길도 없을 것 같다. 나무 사이로 보는 보령호의 조망은 변함없이 좋다.
통나무휴게소에서 금강재로 오르는 골짜기 길은 옛 광산에서 나온 납작돌로 길을 깔아 놓아 보기 좋고 걷기도 좋으며 길 안내 표지도 잘 되어 있다. 또 산길 곳곳에 의자가 놓여 있어 쉬기에 좋고, 쉬면서 호수를 조망하는 멋도 괜찮다. 금강암에서 외는 염불 소리가 온 산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것 또한 색다른 멋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