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둔역 / 최정신
승차권 팔지 않는 간이역,
주인 잃은 들꽃이 빈 뜨락을 지킨다
동해나 남해가 종착이던 녹슨 철길
타인을 지인으로
지인을 타인으로 품고 보내던
중앙선 침목은 회억을 지우며 천천히 늙어간다
누군가를 보내거나 기다려 본 적 없이는
생生의 담금질도 없다며
발길 당기는 에움길이 고전적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명命은 그런 것일까
구둔이란 팻말도 지켜내지 못한
비야鄙野의 풍경이 시울에 젖는다
시간이 멈춘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산 풀 내음 싣고 오가던 기차는 기적소리로 사위고
역무원 푸른 깃발은 가뭇한 풍경,
빛바랜 이정표만 기다림의 현재진행형이다
변심한 애인처럼 구둔역을 버리고
잡풀 흐드러진 황톳길에 역마살을 싣는다
첫댓글 구둔역이 어디에 있어요? 잘 계시죠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