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과 금당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게 울리는 날입니다.
문장과 사회사업을 탐구하고 누리는 기쁨을 반갑게 여깁니다.
오늘 수양밸리에서 보낸 일과는 이렇습니다.
아침밥먹고 산책하고 공부하고
점심밥먹고 공부하고 산책하고
저녁밥먹고 산책하고 공부하고 글 씁니다.
오늘도 평안하고 깊고 아름답게 하루 지났습니다.
날이 갈 수록 기본이 튼튼하고 충실한 사회사업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은 제2 위정편 5장부터 18장까지 공부했습니다.
그 중에서 와 닿은 경구를 소개하고 익힌 것을 정리합니다.
제2 위정편 5장
孟懿子問孝 子曰 無違. 樊遲御 子告之曰 孟孫問孝於我 我對曰 無違.
樊遲曰 何謂也 子曰 生事之以禮 死葬之以禮 祭之以禮
[맹의자문효 자왈 무위. 번지어 자고지왈 맹손문효어아 아대왈 무위.
번지왈 하위야 자왈 생사지이례 사장지이례 제지이례]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어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번지가 수레를 몰고 있을 때 공자가 그에게 말하길 "맹의자가 나에게 효레 대해 묻기에 어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번지가 "무슨 뜻입니까?" 말하니, 공자가 말했다. "살아계실 때 예로 섬기고 돌아가신 후 장사지낼 때도 예로 하며 제사지낼 때도 예로 해야 한다."
<<배움정리>>
장구가 길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천천히 읽으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은 아닙니다. 맹의자가 물었던 효에 '어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유심히 봤습니다. 무엇을 어기지 말아야 할까? 맹의자에게 말한 것만 들어선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번지가 공자께 듣고 그 의도를 물으니 공자가 상세하게 대답합니다.
'모르는 것을 뭉술하게 넘어가지 않고 질문하여 그 뜻을 아는 것'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중요하게 품고 있어야 할 자세입니다. 읽거나 들어서 이해되지 않으면 잘 아는 분께 물어서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알아야 다음에 읽어도 뜻을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번지는 맹의자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제자겠다 싶습니다. 읽으며 저는 맹의자에 가까운 모습이라(질문하는 것이 적어서...) 부끄러웠습니다.
이 문장에서 핵심으로 본 건 '무위(無違)'입니다. '어기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사회사업에 적용하면 '사회사업에선 무엇을 어기지 말아야 할까요?'로 풀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럴듯한 대답은 무엇일까요? 사회사업 근본되는 '사람다움과 사회다움' 그 모습을 어기지 말아야겠지요.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타인과 더불어 살게돕고, 약자도 살만하고 이웃과 인정이 흐르는 사회를 이루려는 그 본바탕을 해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사업 윤리'와 닿는 부분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어기고 사회사업 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요? 복지야성 '복지기계'편 함께 읽었습니다. 당사자를 대상화&우민화 하는 복지, 지역사회를 자원화&타자화 하는 복지.. 사람다움 사회다움을 어기고 퍼주듯 하는 복지사업. 공자가 복지기계를 본다면 무엇이라 논할까요?
제2 위정편 9장
子曰 吾與回言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자왈 오여회언종일 불위여우 퇴이성기사 역족이발 회야불우]
공자가 말하였다. "내가 안회(回)와 하루종일 이야기를 했는데, 내 말과 뜻을 어기는 것이 없어서 마치 어리석은 듯했다. 그가 물러난 뒤 사사로운 생활을 면밀하게 살펴보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드러내어 실행하고 있었다. 안회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
<<배움정리>>
안회와 공자가 나눈 이야기에서 지인(知人)이 쉬운일이 아님을 봅니다. 겉으로는 기대감 없고 어리석게 보이는 제자가 알고보니 스승의 뜻과 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겉으론 어리석은 듯 보이나 알맹이는 충실한 사람. 안회가 보여준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감탄했습니다. 나는 어떤 모습인지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부끄러웠습니다...)
안회가 보여주는 모습에 사회사업가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자기 재주와 능력으로 복지를 이뤄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겉으로만 보면 어리석고 재주없어 보입니다. 주어진 현실이 좋든 나쁘든 묵묵히 받아들이고 뜻하는 바를 좇아 노력하는 우직한 모습도 있습니다. 어리석고, 재주없는 바보(같아 보이는) 사회사업가는 어떻게 일할까요? 자연스럽게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왜냐면 사회사업가 혼자서 이룰 것이 없음을 알거니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눌 때, 한덕연 선생님은 '약자에 대한 태도'로 풀었습니다. 즉 그 때, 그 상황에서만 어리석(약자)지, 그 이후 상황에선 어리석지 않음(약자가 아님)을 봐야한다 했습니다. 그 사람과 상황만을 놓고 다른 상황도 그럴 것이라는, 한 사람을 보고 그 집단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경계합니다. 사회적 약자, 상황적 약자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특히 약자를 대할 때 조심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품어야겠지요. 그 성의정심을 잘 다듬고 싶습니다.
제2 위정편 15장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공자가 말하였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연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
<<배움정리>>
짧은 경구에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이 두 경구가 말하는 의도를 생각합니다. 이 경구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을까? 생각하는 것이 짧아 적용할 바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선생님들 나눔에 귀 기울였습니다.
'학이불사즉망'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연해진다. 이 부분은 복지요결 사회사업가편 '발로 일하는 사람'에서 적용점을 찾았습니다. 발바닥 닳듯 지역사회를 두루다녀야 가슴이 뛰고, 가슴이 뛰어야 머리가 돌아가고, 머리가 돌아가야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복지현장을 두루 다녀야 내가 배우고 익힌것이 '실체화'되는 겁니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회사업 실용을 생각하니 더욱 그랬습니다. 책을 읽고 문장을 익혀 삶에서 체화하지 못한다면 그 만큼 망연해지는 것도 없겠지요. 지난 날 독서과정과 실천과정을 돌아봤습니다. 괜찮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부분이 많습니다.'학이불사즉망' 기억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성찰하고 싶습니다.
'사이불학즉태'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 이 부분은 복지요결 '지식 경험 생각' 에서 적용점을 찾았습니다. 복지기관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좋을까?' 생각만 하지말고 먼저 공부합니다. 관련논문, 선행사례 등 관련 문헌을 찾아 정리하고 경험자에게 찾아가 어떻게 해왔는지 그 경험과 지혜를 듣습니다. 그 과정을 기록하고 좋은 것을 발췌해서 실천에 적용하고 또 기록합니다. 그렇게 공부하고 맡은 사업을 시작하면 위태롭지 않겠습니다.
맡은사업에 성과와 진행이 더디거나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수도 있지만, 내가 해보려는 사업의미와 방향을 밝힐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 보고 싶은지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선행경험을 통해 사업을 더 나은 모습으로 다듬어 갈 수 있겠지요. 여러모로 유익합니다. 이렇게 공부하고 생각해서 자기 사업한다면, 그 사업 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제2 위정편 16장
子曰 攻乎異端 斯害也已
[자왈 공호이단 사해야이]
공자가 말하였다. "이단을 공격하면 해로울 뿐이다."
<<배움정리>>
'이단(異端)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궁리했습니다. 학자들마다 의견이 달라서 하나로 묶어진 부분은 없지만 우리시대에서 말하는 '이단'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였습니다. 정통(바른 길, 근본)에서 벗어나 비정통(엉뚱한 길, 말단)에만 전념하는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단을 공격하면 그 공격이 이단뿐만 아니라 자기자신에게도 되돌아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혹은 누구를 함부러 단정짓거나 비판하길 조심스럽게 여깁니다.
이 경구에서 사회사업 실용을 담아 풀으며 무릎친 것은 '이단(異端)=문제' 즉 "문제를 공격하면 해로울 뿐이다" 는 해석이었습니다. 실로 사회사업가에게 좋은 약이 되는 경구입니다. 문제를 공격하거나 대응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왕~무시'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품은 강점과 가능성과 어울립니다. 그러면 문제는 처음엔 커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차츰차츰 수그러듭니다. 왜냐면 내가 어울렸던 좋은 것이 점점 몸집을 불리고 커져서 문제 따윈 가볍게 눌러버렸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어쩔수없이)문제를 다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당사자가 말하는 온갖 어려움과 하소연을 들은 후 체크하여 사례관리 혹은 수급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일을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사회사업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합니다. 이런저런 문제 속에서 강점을 찾아 세우고 칭찬합니다. 당사자 이야기를 잘 듣고 지지, 격려, 위로합니다. 경험있는 전임자, 선배. 동료와 의논합니다. 그렇게 해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땐 물러납니다. 다음을 기약합니다.
문제는 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문제였던 것이 내일은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니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탐구하고 기록해도 적용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를 만날 땐 문제보다는 강점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때그때 효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