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시장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신흥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한 한국 기업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으며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신흥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그간 신흥시장을 외면한 탓에 어려움을 겪은 일본도 적극적 대응을 선언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신흥시장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유지, 확대해야겠지만 중국 다음을 준비하고 선점하는 신흥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이 책은 2009년부터 관련 연구를 심층적으로 진행해온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중국 이외의 신흥국 중 빠르게 부상하는 29개국을 선정하여 넥스트차이나라 명명하고 지역과 소비 패턴, 인구, 소득, 종교 등 다양한 기준과 방법을 동원하여 시장 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또 기회요인만큼이나 신흥국에 잠재하고 있는 위협요인과 리스크를 꼼꼼히 점검하고 효과적 진출 전략을 제안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IMF 등 각 기관에서 선정한 유망신흥국에, 한국의 입장에서 특히 중요도가 높은 기준을 더하여 전략신흥국 29개국을 선정했다. 29개국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10) :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태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유럽(6) : 러시아, 터키,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헝가리
중남미(4) :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중동(5) :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레바논
아프리카(4) :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모로코
이들 나라와 중국을 비교해보면 생산기지로서는 아직 중국이 우위를 점하나, 시장 선점과 자원 확보 측면에서는 넥스트차이나 국가가 앞서는 등 차이점을 보인다. 그렇지만 주요 넥스트차이나(브라질,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GDP 규모가 중국과 대등하게 집계되는 등 제2의 중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적, 지리적으로 가깝고 단일국가였던 중국과 달리 다양한 나라로 구성된 넥스트차이나는 그만큼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시장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시장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책에서는 네 가지 방법으로 넥스트차이나 시장을 분석한다. 이른바 입체적 분석이다. 첫 번째로 넥스트차이나 중 인도, 브라질, 러시아는 규모 면에서 개별시장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각국별로 분석했다. 이들 나라는 최근 선진경제권 침체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원자재 값 급등과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 경제의 주요 동력이 되리란 점은 분명하다.
두 번째로 나머지 26개 나라를 전통적 방식에 따라 지리적 기준으로 묶어 분석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 대륙별로 나누어 각각의 특성을 분석하고 차별화된 시장 기회를 제시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분석 방법은 국가를 초월한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국경을 넘어 동질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여러 시장을 묶어 진출하면 리스크도 줄이고 효과성은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 세 번째로는 지리적 위치와는 무관하게 소비패턴이 비슷한 국가들을 묶어 6개의 그룹의 초(超)국가 시장을 도출했다. 분류 기준이 된 6개 소비패턴은 높은 기초생활비 비중, 비싼 공공요금,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 즐기는 소비문화, 이슬람식 라이프스타일, 패션의 메카 등이다.
네 번째로는 인구, 소득, 종교 등 국경을 초월한 소비 특성을 기준으로 넥스트차이나 시장을 분석하여 부유층과 상위 중산층, 10대와 20대, 무슬림 등 유망 초국가 소비자 시장을 발굴했다. 특히 이 부분에서 그간 베일에 쌓여있던 무슬림 시장에 대해 패션의 특징부터 커피를 접대하는 순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를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외에도 넥스트차이나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와 대표 기업을 소개하고 우리 기업이 신흥 기업 부상의 위협에 대비하면서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언한다.
넥스트차이나 시장은 다양한 국가로 구성된 만큼 까다로운 시장이다. 최빈국에서 빠른 산업화를 이루었고 이미 신흥국 시장에서 성과를 낸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다소 손쉽게 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시각에 경각심을 갖게 하고 넥스트차이나 시장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철저한 이해와 차별화된 특화전략, 그리고 상생의 정신으로 무장한 뒤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다림의 미학’으로 승부하라고 당부한다. 이 책에서 넥스트차이나 시장 공략을 위해 제안하는 7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수요층을 발굴, 공략하라 : 부유층과 상위 중산층, 10대와 20대, 무슬림 등 5대 신 수요층에 주목하라.
2 현지에서 다시 시작하라 : 본사에 앉아 보고서를 읽고 만든 제품으론 성공할 수 없다. 현지인이 원하는 기능과 가치로, 원점에서 제품을 설계하라.
3 성장하는 도시에서 기회를 선점하라 : 소득과 지역의 다양함이 공존하는 신흥국에서는 도시를 진입의 교두보로 활용하라.
4 복합형 진출 전략을 모색하라 : 부족한 인프라와 산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발전에 필요한 각종 요소들을 묶어서 공급하라.
5 지역사회와 상생을 추구하라 : 수익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지화와 사업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6 현지 기업과 제휴하라 : 전략적 제휴와 M&A 등으로 현지 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잡고 성장하는 시장에 재빨리 올라타라.
7 잠재된 리스크에 대비하라 : 정치적 불안정과 급등하는 인건비까지 신흥국일수록 더욱 다양한 리스크를 수시로 점검하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아직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모든 위기는 결국 해결된다는 말이 있듯이 언젠간 찾게 될 해결의 실마리는 선진시장보다는 신흥시장이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넥스트차이나 시장은 곧 글로벌기업의 각축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며 한국경제 또한 도약대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한국 기업이 한 번 더 도약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