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8월 26일자 동아일보 5면에 실린 韓何雲의 옛사진과 기사제목 "나병시인 韓何雲의 戀書 공개"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그리워
피-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人寰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닐리리
시집 보리피리(1955)
비극적 천형 속에서도 생명에 대한 의지를 의지를 보여준 시인 . 50년대 중반 그는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자신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들을 띄워보냈다. 그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고, 따라서 그의 편지도 잊혀져버렸다. 이 같은 사연이 담긴 당시 韓何雲의
戀書가 35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돼 시인의 생생한 마음을 담은 자료로서 관심을 모은다.
연서의 수신자였던 張復禮씨(60)가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해 온 친필편지를 문예지를 통해 세상에 선 보이는 것(문학예술 9월호 게재예정) 이번에 공개되는 편지는 모두 20여통으로 자신의 근황과 작품집필 상황에 대해 소개하고 직접 자신의 시를 적어보내거나 장씨를 향한 연모의 마음 등을 담고있어 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던 張復禮씨는 56년 한 잡지에 실린 韓何雲 자전 "나의 슬픈 반생기"를 읽고 위로편지를 보냈으며 이때부터 3년동안 편지가 오가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 韓何雲 의 간곡한 편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뒤張復禮씨는 결혼과 함께 남편직장을 따라 외국으로 건너갔다.
최근 서울에 돌아와 살고 있는 張復禮씨는 "그가 살다간 인생의 한 부분을 보관해 두었다가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그분이 세상을 향해 손을 휘젓던 마음을 헤아려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張復禮씨는 또 "그분의 사사로운 편지들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혹시 그븐에게 누가 되지않을까 염려스럽다" 고 털어놓았다.
운명의 강한 힘에 떠밀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던 韓何雲은 張復禮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인생은 괴로워도 아름다운 것"이라며 삶에 대한 굳은 의지를 잃지않는 강인한 정신을 보여준다.
"영원한 復禮양께"로 시작되는 그의 편지는 張復禮씨의 사진을 "구원의 마스코트처럼 간직하겠다"는 내용과 "한번은 뵈어야 한다고 마음의 용기를 다지면서도"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때문에 망설이는 심경을 고백하기도 한다. 두사람이 처음 만난 뒤 韓何雲은 "그날밤 술이란 것이 없었으면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復禮양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쳐다보지도 못했으니까요. 시선이 무서워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또한 그는 張씨에게 시인이 될 것을 권유하며 "정말로 아름답게 울 수 있고 사람의 핏즐속을 뜨겁게 흐를수 있는 시가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자신의 문학론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함남 함주태생의 韓何雲은 열일곱살때 한센병(나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 공부를 계속해 중국북경대를 졸업한 그는 49년 '신천지"에 "전라도"등 12편의 시를 발표 등단했다. 자신의 병고에서 오는 고통과 절망을 처절하게 그려내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시집"보리피리" "한하운시전집"과 자신의 일생을 담은 "나의 슬픈 반생기"등을 남겼다. 한편 문하ㅣㄱ예술사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편지와 사진 자료등을 모아 韓何雲을 재조명하는 단행본을 펴낼 계획이다.
(1993년 8월 26일자 동아일보 5면 고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