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춘희, 이재모, 황귀연과 함께, 김진만교수님 뵙고 왔어요.
어떤 모습으로 변하셨을까?
6층 병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던 사모님을 따라 들어서는 순간,
네 개의 침상에, 마치 네쌍둥이가 입원해 있는 듯, 네분의 할아버지가 나란히 누워 계셨다.
사모님께서 가리키시는 침대에, 호스를 끼고 누워계시는 분이 교수님이라는데, 다른 세분과 아무 것도 다를 게 없이 똑같은 모습이어서 좀 슬펐다.
가끔씩 안경다리 끝을 깨물어가며, 때로는 장난스럽게 강의하시던 옛모습을 지금 병상에 누워계신 모습에서 찾아보느라 우리들 머릿속은 퍼즐찾기하듯 헤메고.
주무시는 건지, 우리가 누구인지 열심히 설명을 해도, 눈을 뜨고 계신지 아닌지 모를만큼 그렇게 누워계셨다.
우리가 다가가, 손을 잡고 얼굴도 만져드리고 중풍으로 마비된 다리도 주물러드리고, 그사이 중세문학 강의 얘기며, Animal Farm 등을 떠올리며, 큰소리로 우리들 이름과 함께 못온 친구들 홍명자 박규석..... 말숙이까지 거론하며 떠들어대었더니, 선생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중세문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시던 말씀을 흉내내었을 때, 제프리 초서까지 들먹이며 옛날예기를 했을 때, 눈이 커지시면서 반짝이셨다. 내가 잡고있던 선생님의 왼손이 힘을 내어 내손을 꽉 쥐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입으로는 뭔가 얘기하고 싶으신듯 소리를 내시기도하셨다.
무척 행복해하고 계신다고, 사모님께서 말씀하셨다.
한시간을 함께한 후, 병실을 나서려고 하니 차마 발을 떼어 놓기가 어려웠다.
“선생님, 다음에는 다른 친구들이랑, 머슴애들도 많이 데리고 다시 올께요~”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총총이 서울로 향했다.
그래도, 선생님 따뜻한 손을 잡아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다시 또 뵙기를 바라고, 다른 선생님들도 살아 계실 때, 부지런히 찾아뵈야겠다는 결론을 내리며, 산본IC를 향해 내달렸다.
(아무 것도 못 드신다기에, 오늘 떠나기 전에, 홍총무님께 문자를 보냈더니,
감사하게도 석영회비 20만원을 지원해주셔서, 합하여 사모님께 전해드렸습니다.)
첫댓글 오늘 찬란씨, 운전기사하랴, 성금내랴, 밥사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도 선생님 뵙고 눈물이 자꾸 나와 슬프고 허무한 마음을 달래려고 "세월" 이라는 글을 지어서 우리 석영회 홈피에도 올리고 72홈피 이삭회 사랑방에도 올렸습니다.
회장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조만간 다시 날을 잡아 한 번 더 찾아뵈야할 거 같아요.
바쁜일 내려놓고 시간내어 선생님 천국 가시기 전에 뵙고 옵시다.
사모님께서,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일부러 전화하셨어요.
재모씨, 춘희 귀연 그리고 우리 석영회 모두모두에게!
찬란씨, 72건축과 오문탁동기가 다음번에 김진만교수님 찾아뵐 때 연락해 달라고 합니다. 함께 동행하겠다고 하네요.
오문탁동기, 정말 고맙네요.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