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2015년>오늘
준희에게 새로운 책무가 주어졌다.
교회 학생부 예배 반주를 하는 일이다.
준희가 무엇인가를 배우게 하고
그 배운 것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때까지
오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설득의 과정이 항상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훈련의 한 과정으로 매사에 적용하고 실천하고 있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교회의 피아노 반주자를 목표로 설정하고 꾸준히 설득해 왔는데 준희가 결정을 계속 미루어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학생예배 드러머가 주일에 학원을 빠질 수 없다는 이유로 활동을 접고 나갔다며
건희가 준희를 좀 설득해 달라고 지원을 요청해 왔다. 얼씨구나 때는 이때다 싶었다.
지난 주 준희 학교 학부모회에 다녀와서 취업준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바탕으로 교회 드러머에 대해 풀어가기로 했다.
ㅡ준희야. 담임선생님이 너 장애학생 같지 않게 학교생활 너무 잘한다고 칭찬하셨어.
그리고 작년에 활동했던 4H 동아리도 계속하면 취업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시네ㅡ
ㅡ부천장애인센터에서 토요일마다 장애인드럼교실에서 자원봉사 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기특하다고 하시더라.ㅡ
ㅡ근데 니가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잘 생활히는 것은 학교선생님들이 생활기록부에 증명해 줄 수 있는데
자폐를 가진 학생이 학교 말고 다른 단체나 모임서도 일반인들과 잘 생활 하고 있다느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자폐인과 함께 어떻게 회사에서 생활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되서 탈락 시키는 일을 없을거야. 안그래? ㅡ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있어서 상관없어요!=
ㅡ그래 맞아. 근데 의무고용으로 고용을 한다해도 이왕이면 다른 직원들과 잘 생활 할 수 있다고 확인된 사람에게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ㅡ
=그렇죠. 그럼 어떻게 해요? =
ㅡ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드러머가 그만뒀다니까 니가 하면 안될까? 학교 밖의 모임도 최소한 1년이상 꾸준히 잘 참석하면 아ㅡ 이 학생이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학생이구나 하지 않을까?
=그럼 지금 부터 시작하면 취업 원서 넣을 때까지
15개월은 되겠네요? 알았어요 그럼 할께요!=
자기결정권을 실행하기 위한 동기부여ㅡ
현재 취업에 관심이 큰 준희에게는 모든 활동이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것에 있다.
3년전<2019년> 오늘
=휴가는 이럴때 쓰는거예요!=
#방송통신대 에 다니는 준희는 오늘 올해의 첫 휴가를 열공 하는데 쓰고 있다.
=시험이 내일 오후면 반차만 써도 되는데 내일 오전이니까 하루 휴가를 썼어요.=
오른손을 상하로 흔들며 한 자리를 뱅뱅 돌며 묻지도 않은 말의 답을 혼자 무한 반복 중얼거렸다.
스스로를 너무도 대견해 하면서!
이젠 고지식하게 욕심을 부리는 일도 없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먼저 해야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들에 대한 경계를
잘 익혀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저절로 알게 된 것은 없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취득된 것들이다.
오랫동안
선택과 결정에 대한 훈련을 거듭하면서
선택의 과정 중 후에 벌어질 결과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하는 방법들 까지도 체험을 통해 알게 해 왔다.
자해로 피범벅이된 그 조그만 아이의 이마를 보면서
평생 이렇게 살게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진단했던 주치의의
그 말 한마디를 아직도 가슴에서 조금도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나 죽은 다음은 상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지금 나 살아있는 동안에 더 충실할 수 밖에 없다.
서서히 계속 진행 중인 준희의 진화가 멈추지 않기만을 오롯이 소망하면서ㅡ
2년전<2020년> 오늘
ㅡ재료준비는 해 줄께
ㅡ먹고싶으면 직접 싸 먹어
"오랫만에 좋아요!"
준희는 3줄이나 말아놓고
썰지 않은 김밥을 한 줄씩 통째 들고 흡입했다.
ㅡ잊지 않았네? 할 줄 알면 됐어!
ㅡ앞으로 먹고 싶으면 직접 재료 준비도 하면 좋겠는데!
"에이! 걱정마세요! 그냥 사 먹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