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설서(瀝酒設誓)
술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맹세하는 자리라는 말로, 술을 땅에 뿌리고 서약하는 말을 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고 절대 마음이 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을 표시하는 행동을 말한다.
瀝 : 스밀 역(氵/16)
酒 : 술 주(酉/3)
設 : 베풀 설(言/4)
誓 : 맹세할 서(言/7)
출처 : 국연의(三國演義) 4회
역주(瀝酒)란 술을 한 방울 한 방울 땅에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술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맹세하는 자리라는 말로, 고대에 맹세를 하던 의식의 일종이다.
술을 땅에 뿌리고 서약하는 말을 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고 절대 마음이 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을 표시하는 행동이다.
이 성어는 삼국연의(三國演義) 4회에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때는 왕윤(王允)은 동탁(董卓)이 황제를 폐위 등 정치를 독단으로 함으로 대책을 세우고자, 자기 생일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여러 중신들을 연회에 초대해 논의 한다.
왕윤이 말하길 “금일은 제가 또한 태어난 생일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한번 펴고자 하는데 동탁이 의심이 두려워 가짜 말을 했을 뿐입니다. 동탁은 군주를 속이고 권력을 가지고 노니 사직 보존이 경각에 달릴 만큼 어렵습니다. 생각하길 한나라 고조(유방)황제가 진을 베고 초를 멸망함에 모두 천하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오늘까지 전해진, 동탁의 손에 한나라가 잃음을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이로써 제가 통곡했습니다.”
이에 참석한 관리들이 하나같이 우는데, 좌중에 한 사람이 손바닥을 치면서 크게 웃었다. “여러 조정의 공경이 밤낮 곡만 하고 있으면 동탁이 저절로 죽겠습니까?”
坐中一人撫掌大笑曰 : 滿朝公卿, 夜哭到明, 明哭到夜, 焉能哭死董卓耶?
왕윤이 그를 보니 효기교위(驍騎校尉) 조조(曹操)다. 왕윤이 노했다. “그대 조상도 또한 한나라 조정에 녹을 먹었는데 지금 나라에 보답할 생각이 없이 비웃는단 말이오?”
允視之, 乃驍騎校尉曹操也。允怒曰 : 汝祖宗亦食祿漢朝, 今不思報國而反笑耶?
조조가 장담했다. “나는 다른 일에 웃음이 아니라 대중이 동탁을 죽일 한 계책도 내지 못할 뿐임을 웃었습니다. 제가 비록 재주가 없으나 원컨대 동탁의 머리를 잘라서 도성의 문에 매달아 천하에 알리겠습니다.”
操曰 : 吾非笑別事, 笑眾位無一計殺董卓耳。操雖不才, 願即斷董卓頭, 懸之都門, 以謝天下。
왕윤이 일어나 자리 밖으로 나와 말했다. “맹덕(조조의 자)께서 무슨 고견이 있소?”
允避席問曰 : 孟德有何高見?
조조가 말했다. “근일 제가 몸을 굽혀 동탁을 섬김은 실로 틈을 타서 그를 도모하고자 할 뿐입니다. 지금 동탁이 자못 저를 믿으니 제가 측근으로 동탁과 가깝습니다. 듣건대 사도(司徒; 왕윤)께서 칠보도(七寶刀) 한 개가 있다고 들었는데, 원컨대 그걸 빌려 주시면 제가 상부(相府; 동탁 집)에 들어가서 찔러 죽일 것이니 비록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操曰 : 近日操屈身以事卓者, 實欲乘間圖之耳。今卓頗信操, 操因得時近卓。聞司徒有七星寶刀一口, 願借與操入相府刺殺之, 雖死不恨。
왕윤이 말했다. “맹덕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면 천하에 다행한 일입니다.”
允曰 : 孟德果有是心, 天下幸甚。
왕윤이 친히 술을 따라 조조에게 받들어 올리니 조조가 역주설서(瀝酒設誓)했다.
遂親自酌酒奉操, 操瀝酒設誓。
왕윤은 내친김에 칠보도를 꺼내 조조에게 주었다. 조조는 보도를 갈무리하고 술을 마신 뒤,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작별하고 갔다.
允隨取寶刀與之, 操藏刀。飲酒畢, 即起身辭別眾官而去。
▶ 瀝(스밀 력/역)은 형성문자로 沥(력)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歷(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瀝(력/역)은 ①스미다 ②듣다(비 등이 떨어지다) ③쏟다 ④(물방울이)떨어지다 ⑤(물을)대다 ⑥흘려보내다 ⑦나타내다 ⑧맑은 술 ⑨약주 ⑩찌꺼기 ⑪비바람 소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스며들 삼(渗)이다. 용례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짐 또는 그 물방울을 역적(瀝滴), 온 마음을 한 곬으로 쏟음을 역심(瀝心), 평소에 숨겨둔 생각을 모조리 털어내어 말함을 피력(披瀝), 먹고 남은 음식이나 술을 여력(餘瀝), 물방울이 똑똑 떨어짐 또는 그 소리를 적력(滴瀝), 뚝뚝 떨어지는 모양을 임력(淋瀝),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또는 가을 바람의 부는 소리를 절력(浙瀝), 진술하여 숨김 없이 다 털어 놓음을 진력(陳瀝),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또는 바람이 나무를 스치어 울리는 소리를 석력(淅瀝), 간을 토하고 쓸개를 뿌린다는 뜻으로 마음속에 품은 바를 숨김 없이 드러내 보임을 이르는 말을 토간역담(吐肝瀝膽), 술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맹세하는 자리라는 뜻으로 술을 땅에 뿌리고 서약하는 말을 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고 절대 마음이 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을 표시하는 행동을 이르는 말을 역주설서(瀝酒設誓) 등에 쓰인다.
▶ 酒(술 주)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닭 유(酉; 술, 닭)部와 水(수; 액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酒자는 ‘술’이나 ‘술자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酒자는 水(물 수)자와 酉(닭 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酉자는 술을 담는 술병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술병을 그린 酉자에 水자가 더해져 있으니 酒자는 ‘술’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고대에는 酒자와 酉자의 구별이 없었다. 酉자도 ‘술’이라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酉자가 십이지(十二支)의 열째 글자인 ‘닭’을 뜻하게 되면서 지금은 酒자가 ‘술’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酒(주)는 어떤 명 아래에 쓰이어 술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술(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 ②잔치, 주연(酒宴) ③술자리, 주연(酒筵) ④무술(제사 때 술 대신에 쓰는 맑은 찬물) ⑤술을 마시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술을 마시며 즐겁게 노는 간단한 잔치를 주연(酒宴), 시골의 길거리에서 술이나 밥 따위를 팔고 또 나그네도 치는 집을 주막(酒幕), 술을 따라 마시는 그릇을 주배(酒杯), 술 친구를 주붕(酒朋), 술을 마시며 노는 자리를 주석(酒席), 술을 파는 집을 주가(酒家), 술집을 주점(酒店), 주포(酒舖), 주옥(酒屋), 주청(酒廳), 술의 종류를 주류(酒類), 술에 취하여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거나 막되게 하는 것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을 주정(酒酊), 술을 마시는 분량을 주량(酒量), 술을 잘 마시는 사람으로 주량이 아주 큰 사람을 주호(酒豪), 술을 마심을 음주(飮酒), 아침에 마시는 술을 묘주(卯酒), 약주를 뜨고 남은 찌꺼기를 모주(母酒), 끼니 때 밥에 곁들여서 한두 잔 마시는 술을 반주(飯酒), 술을 먹던 사람이 술을 끊음을 단주(斷酒), 술을 못 먹게 금함 또는 먹던 술을 끊고 먹지 않음을 금주(禁酒), 빛과 맛이 좋은 술을 미주(美酒), 별다른 방법으로 빚은 술 또는 이별할 때 마시는 술을 별주(別酒), 약재를 넣어서 빚은 술을 약주(藥酒), 아무렇게나 빚어서 맛이 좋지 않은 술을 박주(薄酒),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술을 우려 마심 또는 그 술을 엽주(獵酒), 곡식으로 만든 술을 곡주(穀酒), 술을 마실 때 곁들여 먹는 고기나 나물 따위를 안주(按酒), 술을 썩 좋아함을 애주(愛酒), 술이 못을 이루고 고기가 수풀을 이룬다는 뜻으로 매우 호화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주지육림(酒池肉林), 술을 마시는 사람은 장이 따로 있다는 뜻으로 주량은 체구의 대소에 관계 없음을 이르는 말을 주유별장(酒有別腸), 술과 밥주머니라는 뜻으로 술과 음식을 축내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주대반낭(酒袋飯囊), 술 마시는 용과 시 짓는 범이라는 뜻으로 시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주룡시호(酒龍詩虎), 술이 들어가면 혀가 나온다는 뜻으로 술을 마시면 수다스러워진다는 말을 주입설출(酒入舌出), 돼지 발굽과 술 한 잔이라는 뜻으로 작은 물건으로 많은 물건을 구하려 한다는 돈제일주(豚蹄一酒) 등에 쓰인다.
▶ 設(베풀 설)은 회의문자로 设(설)은 간자(簡字)이다. 작업을(殳; 수) 열심히 하도록 말(言)로 지시하고 타이르니 베풀다를 뜻한다. 남에게 일을 명령하여 시키다, 물건을 준비하다, 미리 준비하다의 뜻이다. 그래서 設(설)은 ①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②세우다, 설립(設立)하다 ③갖추어지다, 온전(穩全)하다 ④설치(設置)하다 ⑤진열(陳列)하다 ⑥도모(圖謀)하다 ⑦허락(許諾)하다 ⑧딱 맞다 ⑨등용(登用)되다 ⑩붙잡다, 포획(捕獲)하다 ⑪부끄러워하다 ⑫연회(宴會), 잔치 ⑬설령(設令) ⑭가령(假令), 만약(萬若)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베풀 장(張), 베풀 진(陳), 베풀 시(施)이다. 용례로는 어떤 기계나 장치 등을 어느 곳에 달거나 매거나 붙이거나 하여 놓아두는 것을 설치(設置), 베풀어서 갖춤 또는 그 시설을 설비(設備), 시설이나 법인 등 공적인 기관을 만듦을 설립(設立), 그렇다 하더라도를 설사(設使), 어떤 사물을 베풀어 정함을 설정(設定), 계획을 세움 또는 그 계획을 설계(設計), 문제나 물음을 냄 또는 그 문제를 설문(設問), 도구나 기계 장치 따위를 설치하거나 일정한 구조물을 베풀어 차림을 시설(施設), 건물을 짓거나 시설들을 이룩함을 건설(建設), 새로 설치함을 신설(新設), 새로 설치하여 그에 관한 일을 시작하는 것을 개설(開設), 개인이 설립함 또는 그 시설을 사설(私設), 전선이나 다리 따위를 건너질러 설치함을 가설(架設), 임시로 설치함을 가설(假設), 이미 시설되거나 설치한 데에 추가하여 더 설치함을 가설(加設),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나 시설을 갖춤을 상설(常設), 처음으로 설치하거나 설립함을 창설(創設), 어떤 데에 부속시켜 설치하는 것을 부설(附設), 더 늘려서 시설함을 증설(增設), 잔치나 제사 때에 법식에 따라 음식을 상 위에 벌여 놓음을 진설(陳設), 두 가지 이상을 한 곳에 아울러 설비하거나 함께 설치함을 병설(竝設), 수도관 따위를 땅속에 묻어 가설함을 매설(埋設), 계획적으로 간사한 꾀를 낸다는 말을 설심주의(設心做意), 익은 술을 베풀지 않는다는 뜻으로 손님을 대우하는 예가 차츰 없어짐을 이르는 말을 예주불설(醴酒不設), 자리를 베풀고 돗자리를 베푸니 연회하는 좌석을 이르는 말을 사연설석(肆筵設席), 어떤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새로이 마련한다는 말을 위인설관(爲人設官) 등에 쓰인다.
▶ 誓(맹세할 서)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정하다의 뜻(定)을 나타내기 위한 折(절, 서)로 이루어졌다. 말로 약속을 정하다, 맹세(盟誓)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誓자는 ‘맹세하다’나 ‘서약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誓자는 折(꺾을 절)자와 言(말씀 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折자는 나무를 도끼로 갈라 두 동강 낸 모습을 그린 것으로 ‘꺾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고대에는 誓자가 전장에 나가기 전에 승리를 다짐한다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誓자에 쓰인 折자는 나무를 두 동강 낼 정도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고 言자는 다짐을 ‘말하다’라는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誓(서)는 ①맹세(盟誓)하다, 서약(誓約)하다 ②경계(警戒)하다 ③고(告)하다, 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④(마음에)새기다 ⑤(벼슬을)받다 ⑥(군령을)내리다 ⑦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⑧맹세코 ⑨반드시 ⑩맹세(盟誓), 서약(誓約) ⑪경계(警戒) ⑫군대(軍隊) 편제(編制) 단위(單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맹세 맹(盟)이다. 용례로는 맹세하여 소원을 세움 또는 그 소원을 서원(誓願), 맹세하고 약속함을 서약(誓約), 맹세하는 말을 서사(誓詞), 맹세하는 말을 서언(誓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맹세하는 곳을 서소(誓所), 마음 속으로 굳게 맹세함 또는 굳게 맹세한 마음을 서심(誓心), 맹세를 쓴 종이를 서지(誓紙), 서약하는 마음을 서의(誓意),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맹세하여 말함을 서고(誓誥), 장래를 두고 다짐하여 약속함을 맹서(盟誓), 공개적으로 맹세하는 일을 선서(宣誓), 기원하여 맹세함을 기서(祈誓), 서약하는 말을 책에 씀을 책서(册誓), 서원하는 뜻을 나타냄을 표서(表誓), 맹세를 다짐함을 기서(起誓), 맹세와 죽음은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죽어도 결심을 바꾸지 않다는 말을 서사불이(誓死不二), 죽기를 스스로 맹세한다는 말을 이사자서(以死自誓), 썩 굳게 맹세함을 이르는 말을 맹산서해(盟山誓海), 하느님에게 맹세한다는 말을 지천위서(指天爲誓)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