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마을탐방 추진위 3차회의.
아이들이 자주 확인하는 배움터 달력에 회의 시간을 적어두었고
월요일(17일)이 되자 추진위원 부경, 진현, 경주에게 이따금 일정을 물었습니다.
정확히 기억하고 때때로 먼저 "내일 마을탐방 (회의) 4시30분 맞죠?" 묻는,
자기 일로 여겨주는 모습이 고맙고 놀랐습니다.
정식으로 회의다운 회의에 임하는 느낌, 회의에서 존중받는 기분이 들기를 바랐습니다.
2차 회의 때처럼 시작 전, 어떤 차를 마실지 일일이 물어 자리에 두고
각 자리마다 아이가 쓸 연필(미리 깎아둔)과 지우개를 하나씩 올려둔 뒤
추진위원이 쓸 이면지 한 장과 지난 시간 의논 양식을 결정한
'참가신청서' 초안도 올려두었습니다.
김경아 선생님께서 회의 시작 전 부경이와 이야기해둔 대로
부경이가 대표로서 회의 안건을 공지하고 진행했습니다.
웃음기 띤 얼굴이긴 해도 하면 할수록
대표로서의 위신과 체통을 생각하는 듯 진지한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그게 고맙지요.
"안건 하나는 기관 섭외고 두 번째는 질문지 만들기 입니다."
부경이가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안건을 말합니다.
오빠인 부경이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진현이, 경주도 고맙습니다.
# 첫번째 안건, 기관 섭외
첫번째 안건인 '기관 섭외'를 하기 위해 각자 머리를 맞대고 전화 멘트를 짭니다.
적극적으로 멘트를 써내려가는 진현이를 보며
부경이도 잘 하고 싶은지 자극을 받은 듯 골똘히 궁리합니다.
진현이가 멘트를 써가면서 "선생님, 이거 어때요? 들어봐바요." 합니다.
김경아 선생님께서 중간 중간에 "진현아,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때?" 하며
정중하게 전화할 수 있는 팁을 제안합니다.
"아... 그렇네요."하며 꼼꼼하게 쓰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원통 설악산배움터 마을탐방 추진위원회 입니다.
저희가 전화드린 이유는 우리동네 어른들이 하시는 일을 찾아가서
궁금한 점, 알고 싶은 점을 조사하러 다니는 탐방을 하는데요.
마을탐방 추진위원회 회의 결과,
첫번째 탐방할 곳을 인제지역아동센터로 결정했습니다.
혹시 저희가 탐방이 가능할까요?
(허락할 경우) 아! 감사합니다.
저희가 마을탐방 추진위원들끼리 사전방문을 할 예정인데
10월 26일 수요일 오후 5시쯤 방문해도 될까요?
(허락할 경우)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가 10월 26일 수요일 때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 진현이가 정리한 전화멘트
진현이가 초안을 내고 각자 조금씩 기여한 멘트가 완성됐습니다.
실제 상황처럼 김경아 선생님과 제가 전화받는 목사님 역할을 하고
진현이, 부경이가 각자 한 번씩 멘트 연습을 했습니다.
누가 전화할지를 두고 부경이, 진현이 둘 다 전화하고 싶어하기에
"이번은 전화 처음드리는 일이니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좋겠어." 하니
부경이가 진현이에게 양보합니다.
"부경아, 양보해줘서 고맙고 다음에 전화로 섭외할 일이 있으면 부경이가 해주면 좋겠다.
다음에 도와줄테니 연습 잘 해보자." 했습니다.
진현이에게 인제지역아동센터 목사님 연락처를 알려주고
배움터 전화기를 건넸습니다.
전화기를 쥔 진현이 얼굴에 기분좋은 긴장감이 맴돕니다.
수화기 너머로 목사님 목소리가 들리자
진현이가 차분한 말투로 또박또박 끊어 멘트를 말합니다.
"그래, 넌 이름이 뭐니? 몇 학년이야?"
전화받는 목사님 목소리에 놀라움과 대견함이 전해집니다.
제가 사전에 목사님께 전화로 설명해뒀던 만큼 흔쾌히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전화끊는 진현이 표정에 자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납니다.
김경아 선생님과 제가 거듭 칭찬했습니다.
"말하는 속도도, 또박또박 끊어 말하는 것도 참 잘했어!"
"목사님 놀라시는 거 봐. 얼마나 진현이가 잘 했으면 이름, 학년 물어보겠어 그지?"
# 두번째 안건, 질문지 만들기
질문지 만드는 안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을 하니
추진위원들은 질문 내용을 적는 걸로 생각을 했나봅니다.
지난 주 회의 때 신청서 양식을 만들듯이
다른 사람들이 신청할 때 질문을 쓸 수 있도록
질문지 양식을 만드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회의 내용에 대한 가닥이 잡히고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각자 자리에 놓여있던 이면지를 활용해 질문지 양식을 만듭니다.
질문지에 꼭 들어가야 할 항목이 무엇이 있을지 물었습니다.
"성함, 직업이요." 진현이가 대답합니다.
저는 부경이가 만드는 초안을 물어가며 다듬었습니다.
"음... 질문 답변란을 만드는 게 크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크게 통으로 만들어놓고 (손으로 그려보이면서) 점선만 넣는 방식도 있겠고
이건 쓰기는 편한 대신에 질문, 답변이 구분이 안 갈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진현이가 쓴 것처럼 질문, 답변란을 한 줄씩 만드는 방법도 있는데
이건 질문과 답변 구분이 잘 가는 대신, 대답이 길면 쓰는 칸이 부족할 수도 있어.
부경이는 어느 방식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야?"
"아, 그럼 부경아. 질문 란이 있으면 그 아래는 대답란이지? (네)
크기는 같게 할거야? 대답이 길 수도 있으니까 좀 더 크게 할 생각이야? (크게요)
2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각자가 자신이 만든 질문지 양식에 대해 간략히 설명합니다.
설명을 듣고 나면 각자 상대의 안에 대해 잘된 점을 칭찬합니다.
저와 김경아 선생님이 먼저 어떤 부분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경주가 만든 양식엔 '어린이 마을탐방 질문지'라고 제목이 있네.
아, 중간에 '인제지역아동센터에 대해 궁금한 점을 적어주세요.'라고 써있네?
이야 그것 참 좋다."
"아, 진현이는 질문 칸 아래에 답변 칸이 있네. 그 배치가 좋아보인다.
맨 위에 이름, 학년 쓰는 거 그건 꼭 있어야 겠다."
"아, 부경이는 질문마다 번호를 붙인거야? 그게 좋네.
답변란은 아까 질문란에 비해 두 배 정도 크게 만들면 좋겠다 그랬지?
그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진현)
"(부경이 오빠가 만든)답변란이 더 큰 게 좋은 것 같아요."
경주가 만든 초안의 제목과 중간에 안내글을 따고
진현이가 제안한 질문, 답변이 번갈아 들어가는 내용란과
부경이가 디자인한 질문마다 번호가 들어가고
답변란은 질문란 크기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넓은 질문지 최종안이 완성됐습니다.
# 다음 회의에 대하여
10월 26일 마을탐방 4차 회의를 하자니
단기공사 일정(26~28일)이 걸려서 날짜를 조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를 설명하고 날짜, 다음 회의 안건 내용을 조정했습니다.
10월 26일 인제지역아동센터 방문시
첫 인사드리러 가는 자리니 무얼 준비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으니
"음료수 한 병 사가요." 부경이가 말하기에
"그것도 좋지~ 길위의학교 했을 때 처럼?" 하고 답했습니다.
길위의학교 자전거여행 하면서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갈 때
부담스러운 건 아니어도 가벼운 선물 챙겨갔던 기억 때문인가 합니다.
인사하는 작은 '예'를 아는 부경이가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사전방문 날짜인 10월 26일 만날 시간을 의논해 정하고
다음 회의 날짜를 공사 이후인 11월 2일로 연기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날짜 맞추기 쉽지 않아 다음날인 20일에 회의를 할 뻔도 했는데,
아이들 체력을 고려하여 11월 2일로 날짜를 다시 제안해주신 김경아 선생님도 고맙습니다.
열띤 회의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아이들이 갈 시간인 여섯시가 넘었습니다.
회의가 4시30분에 시작했으니 무려 두 시간 가까이 마을탐방 회의를 한 셈입니다.
그만큼 진지하게, 자기 일로 여겨 책임감있게 했다는 의미지요.
성숙한 모습 보여준 추진위원 부경, 진현, 경주가 참 고마웠습니다.
가는 아이들을 배웅하며 일일이 인사했습니다.
"부경아, 오늘 대표로서 진지하게 안건 이야기할 때 멋있었다."
"진현아, 전화 정말 멋있게 잘 했어. 진현이가 최고!"
"경주야, 긴 회의 동안 집중해주고 부경이 오빠 이야기 잘 들어줘서 고맙다."
첫댓글 과정 하나 하나가 아이들의 인격과 관계를 살리는 일이요, 이것이 바로 사회사업의 실체입니다.
설악산배움터 아이들이 준비하는 지역사회 탐방활동, 귀하게 생각합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행동을 보며 깊이 감동합니다.
부경이 참 기특하네요 !!!! 인사성이 바른 부경이 빨리 보고싶습니다.
헤어질 때 저를 꼬옥 안아준 부경이
면접 때 저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진현이
그리고 저에게 꼭 붙어있었던 경주
모두모두 어서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