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순서
신영복 교수님이 돌아가신 지도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의 저서 <나무야 나무야>의 내용 중 일부를 옮겨봅니다.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그는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집을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 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린 사물을 보이는 대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의 범주를 벗어난 세계를 인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림에는 재주가 없지만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렸던 것 같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이 지붕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랑하는 순서가 바뀌면 죄를 짓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린 많은 것을 사랑합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명예나 권력, 진리도 사랑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작은 접시 위에 큰 접시를 포갤 수는 없습니다.
순서를 잘 정해야 안정적인 쌓기를 기대할 수 있지요.
작은 것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 삶이 멋진 삶입니다.
인생의 순서…. 우린 무엇을 가장 위에 두고 살고 있나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