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솔직히 조금 맥이 풀립니다. 그냥저냥 재미있기는 했지만, 드림팀이 무려 대너리스 스폰을 받고 모여서 평소보다 10분 긴 러닝타임으로 진행하는 이야기! 에서 기대했던 게 이런 거는 아니었어요.
1. 드림팀 멤버들의 소소한 수다는 재미있었습니다. 긴 시리즈였고, 그래서 배우들이 오래 같이 일해왔기 때문인지 첫 조합인데도 케미들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앞선 글에 '5시즌의 하드홈 전투+6시즌의 서자들 전쟁'을 기대한다고 말했었는데, 설마 진짜로 두 에피를 사실상 재탕한 결과물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 기대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요) 눈밭에서 도망다니며 시체들과 싸우는 건 하드홈 전투 재탕이고, 용의 응원으로 구사일생하는 건 (존이 잠시 멍해져 버리는 연출까지)서자들 전투 재탕이네요. 그런데 그 두 에피만큼의 절박함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하드홈 전투나 서자들의 전쟁이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이건 그냥 표본수집 사냥이잖아요. 이 시점에서 저러는 게 솔직히 삽질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냥 성의없는 전개로 저한테는 보였습니다.
2. 비세리온 관련 부분은 강렬했습니다. 거의 처음으로 존 파트보다 대니 파트가 재미있었다는 느낌이네요. 에밀리아 클라크의 연기가 키스 해링턴의 연기보다는 훨씬 좋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개라면, 그러니까 바로 저 비세리온 시체를 이용해서 밤의 왕이 장벽을 넘는다는 전개겠죠? 아니면 비세리온의 불길로 아예 월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결국에 역시나 존과 티리온의 삽질 아닌가요? 냅뒀으면 장벽 덕분에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었을 텐데, 괜히 남쪽 도움을 받겠다고 밤의 왕한테서 마지막 핸디캡을 제거해 버린 셈인데 말이에요.
3. 관련해서 역시나 티리온이... 유출본을 보다 보니까 제가 대사를 제대로 이해 못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니 저 티리온이, 정말로 대너리스한테 "세르세이는 회담장에서 함정을 팔 거지만 우리는 꼼수 쓰지 말고(=그니까 별다른 준비 없이) 걍 정직하게 가자~" 한 건가요? 또 "니가 너무 충동적이고 하니까 우리 안전장치로다가 니 후계자 같은 거 하나 만들어놓자~" 말한 거예요? 제가 이해한 게 진짜 대사오독이 아닌 건가요? 티리온이 정말 저런 소리를 대니한테 지껄인 건가요?
아니 몇날 밤을 새서 회담장 전략을 준비해도 모자랄 판이잖아! 용 호위만 세워놓으면 세르세이가 쫄아서 협상을 유리하게 해주기라도 한대니? 아니 그리고, 대니가 탈리 부자를 태워죽인 건 확실히 만용이었다고 해도, 애당초 그래 된 건 대니말마따나 티리온 니 전략이 캐발려서잖아! 니가 형한테 관광당한 걸 대니가 스펙빨로 겨우겨우 뒤집어놓은 상황에서, "우리 아직 왕관은 차지 못했지만 그 왕관 누구한테 물려줄지부터 정해놓자!" 소리가 조댕이에서 나오니? 그런 식으로 지껄여서 잘도 타가리엔 언니가 니 말을 들어주겠다... 둘의 대화 장면에서는 오히려 대니가 차분하게 이성적이고 티리온이 생떼를 쓰는 걸로 보였습니다. 대니가 지 말 안 듣고 뭔가 할까봐 초조한 건 알겠는데, 그걸 저렇게 멍청하게 말 꺼내는 사람이, 정말로 우리가 알던 재기넘치는 티리온이 맞나요? 아니, 티리온이란 애가 애당초 머리가 좋았던 게 맞긴 한가요?
4. 존이 대니한테 지 무릎 꿇는 거야 그렇다 치고 북부 사람들도 함께 할 거라고 큰소리치는 대목도 저한테는 무책임해 보였습니다. 지금 윈터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쟤는 관심이나 있는 걸까요? 북부가 언제부터 그렇게 상명하복 중앙집권이었다고 저래 자신만만한가요? 그렇게 지맘대로 조직을 움직이다가 나이트워치에서도 칼빵맞은 것 아니었나요? '야 내가 저 언니한테 무릎꿇기로 했으니까 니네도 오늘부터 저 언니한테 충성하는 거다?' 하면 산사 포함한 인사들이 니에니에 북부왕 옵빠가 하라면 해야죵 따라오나요? 북부에는 미친 왕한테 산채로 타죽은 사람들 자제들이 아직도 잔뜩 있을텐데?
전개가 빠른 건 좋은데 좀 균형을 못 잡는다는 느낌입니다. 시체들이 나타나자마자 모두의 고민이 확 얄팍해진 것 같아요. 이게 중세판 '워킹데드'라면, 산자들끼리의 관계와 고민이 지금보다는 더 깊어져야 깔끔하게 피날레로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5. 의외로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윈터펠에서의 산사vs. 아리아의 신경전이었습니다. 메이지 윌리엄스가 저런 역할을 하기에 아직도 너무 생글생글 귀여워 보이기는 하는데, 오히려 거기서 오는 언밸런스한 무언가가 흥미롭네요. 다만 브리엔을 내보내는 산사의 속내가 지금 쉽게 예상되는 그런 얄팍한 계산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산사가 그 세월을 겪고도 그냥 리틀핑거한테 맥없이 휘둘리는 거라면, 단지 그것뿐이라면 실망스러울 거예요. 뭔가 쌈박한 전개가 명치를 찔러주면 좋겠습니다. 아리아가 굳이 단검을 산사한테 쥐어주고 나간 것도 뭔가 의미를 담은 연출이었기를 기대합니다. 여전히 리틀핑거가 흑막인 채로 저 갈등구조가 8시즌으로 이어진다면 지루할 거예요. 어차피 7화는 킹스랜딩에서의 회담 위주로 진행될 것 같은데(그리고 그쪽 이야기가 딱히 쌈박할 게 있을까 싶은데) 윈터펠의 어린 늑대들이 리틀핑거를 후련하게 발라 버리는 전개로 이번 시즌이 끝난다면 통쾌하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