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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고라 정의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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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살며 생각하며 스크랩 [이야기] 아~ 한 많은 철원.....
골목길지나 추천 0 조회 54 09.11.24 14: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언제였더라.

지난 시간을 돌려 봅니다.

75년 3월 길던 머리를 빡빡 깍고 35사에 입대를 했습니다.

삼월초 찬바람이 그렇게 뼛속을 파고 들수가 없었지요.

어렵사리 훈련을 마치고 어디로 어디로 팔려가 내린곳이 철원

드뎌 그 시엄씨도 많고 얄미운 시누이도 많은 자대생활이 시작 되었답니다.

그 당시에 동막리 안쪽 산 능선에 교통호 작없이 한창 진행중이더군요.

자대에 도착하자마자 교통호 작업으로 힘든 날들이 시작 되었답니다.

모든게 인력으로 하다보니 산아래서 나뭇가지를 잘라 정상으로 날라야했고 땟장(잔디)도 떠서

등에다지고 산을 오르내렸습니다.

작업복은 모두 떨어져서 헝겁으로 기워 입어야했고 변변한 통일화 한켤래도 지급받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일이 힘든것도 있었지만 왜그리 고참님들 날이면 날마다 괴롭히는지 식기닦으러 가는게 젤 무서운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식기를 어떻게 닦는진 모르지만 그땐 소대전원 식기를 졸병들이 모두 수거해서 냇가로 가서 닦아오곤 했었지요.

그러니 밥먹고 식기닦고 작업을 하러가기도 바쁜데 으슥하니 안보인데로 집합해서 대가리박아는 기본이고

손가락 깍지끼고 업드려 뻣쳐 워메 돌아버려요 그래놓고 빳다라고 했지요 궁댕이 몇대 얻어 맞아야

하루 일과를 시작 합니다.

저녁에도 툭하면 집합해서 한바탕 얻어 터져야 맘편히 잠들었던 추억아닌 추억.

지금 내 고향 친구가 상사리에 살면서 놀러오라는데도 선뜻 발이 안떨어지는게 그 어려웠던

지난 시절이 발길을 잡는 부분도 있는듯 합니다.

그렇게 2개월정도 하다보니 작업이 마무리되고 저는 다시 상사리 채석장으로 팔려가서

방어진지에 쓸 견치석을 깨며 또 몇개월을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탄강의 멋진 정경이 그 당시엔 왜그리 삭막하게만 보였던지 우리가 깬 작은 돌덩이 하나하나가

적들의 탱크를 저지 할수 있다면 그건 보람이지요.

한탄강변에 텐트를 치고 그 추운 겨울을 나면서 돌을 부지런히 깼습니다.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고 눈물나는 얘기도 많았지만 부대가 전방으로 들어간다기에 복귀를 해서

춘천OP 밑으로 부대가 이동했습니다.바로 땅굴 옆이었지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절이 그림처럼 펼쳐지던곳 지금도 눈감으면 아스라이 떠오른답니다.

그런데 그땐 그렇게 좋은걸 모르고 지내왔다는게 지금생각해도 참 아쉽더라구요.

어차피 피하지 못할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겨라는 말을 생각 했다면 저의 군 생활도 조금은 덜 힘이 드렀을텐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누군가 그런말을 한마디라도 해 준 사람이 없었던게 마음에 걸려서

넋두리 삼아 해 본답니다.

이제 저의 아들도 군에 다녀온지 몇년이 되었구

동안 군대가 많이 변했단 얘긴 들었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지요

획일적인 생활을 해야되고 미우나 고우나 같은반 대원들과 군생활 끝날때까지 한 내무반에서 생활해야 한다는것

그리고 계급과 직책이 존재하는한  상명하복이 있어야 한다는건 변함이 없는 구조지요.

후배님들 어차피 가족을 떠나서 하는 군생활 서로 아끼며 동생처럼 또 집 형님을따르듯 그렇게 생활하기를

바란답니다.사람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리땐 무지 괴롭혀서

아직도 한번도 만나지도 못했지만 이름은 잊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요

남에게 향기로 남진 못할망정 증오의 대상이 되면 서로에게 불행한거지요.

또 세상이 참 좁아서 언제 어떤모습으로 만날지도 모르는 거고

군생활 추억담을 적어야 되는데 저의 괴로웠던 졸병시절 밖에 생각이 안나니 제가 생각해도 답답하군요.

이글을 읽으시는 분이 혹 계신다면  길게 생각하면 한없이 길고 짧게 생각하면 요즘은 군복무기간도 많이 짧아져서 잠깐이지요. 저는 33개월 19일을하고 제대했으니 지금 군생활하시는 후배님들 마음 가볍게 먹고

부디 후배들 많이 이뻐해 주시고 울 졸병님들도 고참님들 말씀 잘듣고 서로 윈윈작전 아시죠?

일방통행은 안되니 서로 도우며 즐거운 병영생활하시길 바랍니다.

참 작은 추억 한토막 얘기 한단게 순서가 바뀌어 버렸네요

날씨가 춰지니 걱정이 많이 된답니다.

제일 추억에 남는건 GP 생활하며 겨울에 화장실이 뽀쪽탑을 쌓아서 볼일을 볼수가 없었어요.

그럼 지렛대를 가지고 졸병이 그걸 평탄작업합니다.

그런데 냄새가 나서 담배를 물고 작업을 하면 그 얼음덩어리가 꼭 얼굴로 뛰고

ㅎㅎㅎㅎㅎ 입으로 들어갈땐 맛이 완전히 가던생각.

지금도 그런 평탄작업 합니까?

아마도 군대가 아니면 상상도 할수 없던 일들이지요

지금 기억으로 그때 수은주가 -30도 짜리가 있었는데 그게 얼어서 움직이지 않았으니

얼마나 더 추운지 그건 몰라요 암튼 징허게 췄당게요.

후배님들 건강이 젤이니 남은 군생활 젬나게 서로 아끼며 하세요.

자아~ 아자아자~ 파이팅~

이젠 철원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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