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기 싫다는 친구놈과
영화를 하나 보았다.
나보다 어린 적어도 대여섯살차이가 날 것 같은
어린 친구들로 가득한
한때는 너무나 익숙한 거리였지만
이제는 다니기가 조금은 또는 상당히 많이 낯설어진
거리에 있는 극장에서
티브이나 인터넷이 아닌
10여년 전에 버스 막차를 타고 다니면서
졸음으로 가득한 눈을 부비며 들었던
라디오라는
한때는 매우 친밀한 사이였지만
상당한 시간동안 잊어버렸던
그리고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던
친구를
배우를
다시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강동원이 이나영을 만나는 목요일 오전 한때가 우행시였던 것처럼
오늘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가 나에게는 행시였다
안성기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고
박중훈이 더이상 예전처럼 인기 만땅의 스타가 아닌 것을 느끼고
맥주와 사람들로 가득한 곳보다는
별로 사람이 없이 조용한
소주집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였다.
재미있었다
그래서 실망했다
울고 싶었는대
슬펐다
그래서 더 슬펐다
이젠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제 또다른 친구와 술을 마셨다
그 친구가 그랬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이라구
그리고 적응을 하는 것이라구
그리고 이제 가벼워지는 것이라구
꿈을 버리기에
최곤이 영월에 남은 것
최곤이 영월에 남지 않은 것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이었을까?
그래도 민수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현실이라는 앞에서
친구 중에 반년 돈 벌어서 반년 여행을 가는 놈이 있다
부럽다
싫다
그 친구의 그 자유로움이 용기가
나의 용기 없음이..
영화를 핑계삼아 소주 몇 잔 했다
그래도 좋다...
영화도 있고
친구도 있고
음악도 있으니까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