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의 보시는 신명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은 옛날의 시비왕(尸毘王)이 자기 몸을 비둘기에게 준 것과 같다.
제석천왕이 가서 시험해 보고 보살의 뜻이
있는 줄을 알고는 비수갈마천에게 말하였다.
"너는 비둘기가 되어라. 나는 매가 되어 너를 쫓아가리니,
너는 거짓으로 떨면서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라."
조금 뒤에 비수는 몸을 바꿔 비둘기가 되고
제석천왕은 몸을 바꿔 매가 되어 급히 날아 비둘기를 쫓아갔다.
비둘기는 곧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때 매는 나무 위에 앉아 왕에게 말하였다.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 주십시오.
그것은 내 밥이요, 대왕의 소유가 아닙니다."
왕은 말하였다.
"내가 발심한 것은 일체 중생을 구제하여 괴로움에서 건지려고 한 것이다."
매는 말하였다.
"대왕이 일체 중생을 제도하시려 한다면 나도 일체 중생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가엾이 여기지 않고 내 밥을 빼앗습니까?"
"너는 무엇을 먹는가?"
"나는 갓 죽인 고기를 먹습니다."
보살(왕)은 말하였다.
"나도 맹세코, 내게 돌아온 일체 중생을 일심으로 수호하여
화를 당하지 않게 하려
한다. 너는 무엇이 먹고 싶으냐? 내가 대어 주리라."
매는 말하였다.
"내가 먹을 것은 갓 죽인 고기입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이것도 어찌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살생하지 않으면 얻을 길이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나를 죽여 다른 하나에 주겠는가?'
이렇게 생각하여 마음으로 결정하고 곧 사람을 불러
칼을 가져오게 하고, 자기 다리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다. 매는 말하였다.
"살을 내게 주려면 마땅히 그 살과 비둘기의 무게를
같이하여 나를 속이지 마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저울을 가져와 살과 비둘기의 무게를 달아 보아라."
그러나 비둘기의 몸은 더욱 무겁고 왕의
살은 더욱 가벼웠다. 왕은 두 다리 살을 모두 베게 하였으나
그래도 가벼워 모자랐다. 다음에는 두 장딴지와 두 젖과
가슴과 등살 등, 온몸의 살을 모두 베어도 비둘기가 더 무거웠다.
그 때 왕은 온몸을 저울에 올려놓자 비로소 비둘기와 무게가 같았다.
매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님, 이것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왜 이렇게 하십니까?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비둘기가 내게 와서 의지하였으니 나는 끝내 그것을 너에게 줄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적지 않게 내 몸을 잃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법을 위하지 않고,
아까워하였으나 지금은 부처가 되려고 저울에 올라 앉았으니,
마음으로 결정하여 후회가 없다."
그 때 여러 하늘과 용과 신과 사람들은 모두 찬탄하였다.
"한 마리 비둘기를 위하여 저처럼 고통한다."
그리고 그 일은 세상에 드문 일이라, 땅덩이는 크게 진동하였다.
비수도 찬양하였다.
"보살은 진실이요, 거짓이 없다. 이야말로 일체 중생의 복밭이다."
제석천왕과 비수갈마천은 하늘 몸으로 돌아가서
곧 왕의 몸을 본래와 같이 회복시켰다.
도를 구하기 이와 같아야 비로소 부처가 되는 것이다.
<중경찬잡비유경 상(衆經撰雜譬喩經 上)>
첫댓글 중경찬잡비유경 상(衆經撰雜譬喩經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