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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덕동에 있었던 모 기관에 교육을 가란다
당시에는 교통편이 불편하여 당일 출발은 엄두도 못하고 전날 저녁에 출발했습니다.
대충 봇짐을 챙겨 당시의 수원 서울 간 고속버스는 한 시간 단위 배차였고 코오롱 고속뿐이었지요.
촌놈 티내느라고 시내버스를 잘못타 뱅뱅 잡아 돌다가 제대로 내린 것은 오후 8시경
1월의 밤공기는 싸늘했고 깊은 밤으로 느껴졌지요. 우선 여관을 잡아 숙소를 정하고 쌈직한
국밥으로 끼니를 때울까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들의 시야에 먼저 들어온 것은 숙소가 아니라 허름한 술집이었고 덩치 큰 사람은
들어가기도 힘들만큼 작고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같이 삐딱하게 기울어져있는 낡은 문을 보며 형은
이곳 에서 가볍게 소주로 추위를 풀자하고 나도 못이기는 척 동의를 합니다.
당시의 출장비는 소금만큼이나 짜디짜서 주머니 속에서도 자동으로 녹을 정도였으니 선술집이 아니면 목을 적실 생각조차 말아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형이 앞장서서 큰소리로 “주인장 계시오?”하며 문을 밀어보고는 놀라게 됩니다.
마치 빨려들 듯이 부드럽게 열리는 것도 이상한데 안에 들어서니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에 일순간 냉탕에 빠져버린 서생원처럼 얼어버리는데.
우리가 들어온 문이 주막집 비상구였나 보다 속된 말로 개구멍으로 북치고 들어온 셈이고 보니
우리를 쳐다보던 이들이 웃음보가 터져버리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저 바로 보지 못하고 각자 다른 곳
에 시선을 두고 킥킥대는 여인네가 열명도 넘어 보인다.
잠시 후에 나는 애써 정색을 하고 지나는 길손이고 단지 선술 한 잔을 할 수 있는가 물었다.
나이가 지긋한 노두 한분이 슬며시 열리는 미닫이 문 사이로 한마디 하시는데 어디로 들어왔든 내 집
손님이신데 세워서 대접 할 수는 없으니 단잔일지라도 앉아서 편히 들고 가라 하신다.
그러자 갑자기 움직임들이 있고 순식간에 2홉 소주 2병과 오이와 고추장이 놓인 소반과 마주 앉은
우리 사이에 가득 메운 여인네들로 작은방이 채워졌다. 소주 한잔 마시고 오이 한쪽 집으려니 술병도
비어 있고 오이 접시도 비어있다. 주객이 바뀌었나? 아니 되겠다는 생각에 박차고 일어나 계산서를
부르니 냉큼 내온 계산에 200냥이 적혀있었는데 당시는 큰 비중의 액수로 황당하여 따지려하자 형이
만류를 하며 객지 주막에서 소리쳐서 얻을 것은 후회뿐이란다.
오호라 이곳이 바로 웃고 들어가 발가벗고 나온다는 여우 골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보니 한시도 머무르기 싫었고 상식 밖의 계산이 속이 쓰리기 마련인데 주인영감
말씀이 딸들이 길을 잡을 터 결코 비싼 술이 아님을 알 것이란다.
무슨 뜻인지 모를 말이지만 여인네와 귀엣말을 주고받던 형은 금방 화색이 돌아오고 오히려 넉넉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아무 말 말고 자신을 따르란다.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출장비는 형이 가지고 있으니 죽이든 밥이든 주는 대로 따를 밖에
애라 나는 모르겠소이다. 나는 몰라요.
잠시 후에 한 여인이 길잡이가 되고 우리는 따르는데 약 삼사분여 거리에 삼류급 여관이 있었고
우리가 묵어야 할 방도 이미 예약된 상태이며 방이 설설 끓는 것이 아닌가
아랫목에 단정하게 깔아놓은 이불속에 발을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다.
꽁꽁 얼어버린 몸과 마음이 일순간 녹아내린다.
그런데 안내가 끝났으면 돌아갈 일이지 여인은 무언가 연실 형의 귀를 어지럽힌다.
결국 수 분 뒤에 형이 나를 보고 이르기를 각방을 쓰자며 숙박비가 이미 술값에 포함되어 있었다며
방 한개만 추가하면 여인들이 즐겁게 해준단다.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 할 것인즉 나는 이유 달지 말고
그냥 따르란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냉철하게 끊어댄다.
우리는 출장중이고 교육중이라고 말이다
형이 높아진 어조로 화를 내며 “잘났다 자식아 너는 군자고 나는 뭐냐?” “껄떡쇠냐? 껄떡쇠야?”
형은 답답한 나를 미워하면서도 뒤돌아 애써 아쉬움을 감추고는 그래도 나의 판단이 결과적으로는
옳다고 역시 나다운 말 이라며 내 등을 두드리며 기특하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진심은 아마도 때려주고 싶도록 미웠을 것입니다.
나도 땀내 나는 털보 형 보다는 풋풋한 꽃 내 음이 은은하게 나는 아낙이 훨씬 좋지요.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생각은 필시 다를지니 마법과도 같은 밤의 달콤한 유혹을
애써 피할 밖에요.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고 행위 뒤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 하여 많은 부분 절재하며 사는 것이
아닐지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사이좋게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각방쓰기를 반대한 것이
금방 후회 될 만큼 엄청난 소리가 덜덜거리기도 하고 모았다가 터지는 소리도 나고
다양한 패턴을 구사하는 만능사운드 제조능력을 가진 고물 탱크가 아니던가!
혹시 일부러 시위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턱을 쓰다듬으니 화가 난 고슴도치처럼 바짝 세워진
구렛나루의 털들이 한층 따갑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취해있었답니다. “아이고 맙소사” 밤이 길게 생겼습니다.
잠을 못 이루고 앉았다 눕기를 반복하다가 춥기는 하고 만사 귀찮은데 물도 고프고 소피도 보고 싶어
귀찮은 몸을 움직여 봅니다.
왜 이리도 추운지 나가기 싫은데 싸구려 방이라 화장실도 밖의 복도 끝에 있는 세면장까지 가야하고
이리저리 망설이다 결국 다녀오기로 하고 대충 옷을 챙겨 세면장으로 향하는데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방문들의 황토색 페인트가 오래되어 너덜너덜 벗겨지고 줄이 가고 흉측하게도 느껴
집니다.
세면장에 대형거울은 밤에 보려니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 나올 것처럼 음산해 보이고 여기까지 생각
하니 빨리 달아나고 싶어져 대충 털어버리고 방으로 내달았습니다.
옷을 벗고 이불속으로 들어가면서 신통하게 멈춰진 탱크가 고맙기도 하여 턱을 한번 쓰다듬는데
“헉” 이게 뭐여?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데 가시 같은 털은 다 어디가고 기름을 바른 듯 미끈한
피부가 만져지니 말이다.
맙소사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아니온 듯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다. 살그머니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움켜쥔 채로 방문 쪽으로 더듬어 가는데 갑자기 환하게 백열등이 작열하고 연초에
초대형 망신살이 온몸에 쏟아짐을 느낀다.
그 방의 주인이 불을 켠 것인데 핑크빛 나이트가운을 걸진 30대중반의 글래머여성과 달랑 독립문
삼각하나만 걸치고 손에 옷을 움켜진 채로 당황하는 한밤의 풋내기 총각 누가보아도 포복절도할 광경이
아니겠는가?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여전히 숨이 멋을 것 같다.
다른 방도가 없어 방을 잘못 찾아든 경위를 설명을 하고 정중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그 녀는 어이없어하며 내 소지품을 검사해 보는가 싶더니 이내 자지러지게 웃어댑니다.
여인 홀로 있는 방에 무단침입으로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그 녀의 방은 이불두체가 가지런히 깔려있고 윗목의 쟁반위에 소주 두병과 구워진 오징어 한 마리가
놓여있고 검정색 전화기와 실내 화장실이 갖추어 있음으로 미루어 고급 손님을 위한 이 객주의
특실인가 봅니다.
긴장을 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나에게 그의 음성이 부드럽게 들려옵니다. 어디로 보아도
나쁜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니 발고하지는 않을 것이나 대신 오밤중에 소란 떨지 말고 조용하게
비어있는 잠자리에서 자고 아침 일찍 제방을 찾아가라며 불필요한 상상은 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고 보니 이부자리는 두 채인데 사람이 하나라! 예약된 일행이 못 왔나보다.
그리고는 윗목에 놓여 있던 쟁반을 잡아당겨 소주를 한잔 권한다. 결국 어정쩡하게 마주앉아 잔을
주고받기를 몇 차례 그놈의 소주는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잘도 넘어가고 또 몇 잔 걸치니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짐이 느껴지는데 그녀는 무언가 이야기를 시작했고 궁지에 몰린 나는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이든 머리 외각에서 뱅뱅 맴 돌뿐 아무생각이 없는데,.....
이상한 상상들 하고 계시지 않는지..... 냉청한 가슴으로 돌아가라 ㅋㅋㅋ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절반쯤 비치는 나이트가운을 입고 있음이나 내가 천둥벌거숭이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다.
술병을 다 비운 뒤 그녀는 잘 자라는 말 한마디하고는 자리에 누워 이내 잠들어 버린다.
나도 그의 등을 짊어진 채로 자리에 누웠고 이 밤이 빨리 지나기를 빌어본다.
쉽게 잠이 올 리가 없지만 날이 밝기 까지는 별다른 도리가 없어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뜨는데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고 곁에 잠자던 여인은 보이지 않으며 밖을 살피려니
희미하나마 기억나는 것이 있다.
그래 맞은편 방이었고 급하게 다녀올 거라며 문도 살짝 열어놓은 상태였는데 반대편 문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고 허면 그녀의 방문은 왜 열려있었을까 ?
한가하게 생각할 겨를 없다. 혹시나 하여 살그머니 방안을 살피니 어제부터 줄기차게 달리는 고물탱크
소리가 정겹고도 반갑게 들려온다.
형 곁에 누워 턱을 한번 쓰다듬는데 뻣뻣한 가시 같은 털이 촉감이 괜찮다. 나는 이내 짧은 숙면으로
빠져들고 형이 떠는 부산함에 잠깨어 아침을 맞는데 잘 잤느냐는 물음과 더불어 코를 벌름이며
어디선지 오징어 냄새가 난다고 킁킁거리며 방을 누비는 모습이 볼 만하다.
이런 개 코를 보았나. 저녁을 굶더니 무슨 오징어타령이냐고 한방 쏘아대니
형이 불리하면 보여주는 특유의 너털웃음과 더불어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신다.
작은 식당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는 골목을 찾아 나섰는데 그중에 깔끔하게 느껴지는 식당으로
우린 들어섰고 식당의 이름 또한 낯설지 않게 수원식당이었지요.
그런대로 국밥을 한 그릇씩 맛있게 비우고는 형이 계산을 할 동안 나는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왔는데 형이 묻습니다.
“ 너 계산은 어느 틈에 했니?”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고?] 무언가 이상타 싶어 뒤돌아 식당으로
들어서려는데 내가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짖는 사람이 있었으니
어제 밤에 천둥벌거숭이를 믿어주고 재워주고 술벗이 되어주셨던 그 분이 멋지게 윙크로 맞으시며
언제든 지나는 길에 들리면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잔은 선사하겠노라 시며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사람처럼 내손을 잡고 힘주어 몇 번 흔들어 주시고는 종종걸음으로 불러대는 손님에게로
돌아갔습니다.
무언지 모를 여운을 등 뒤에 남긴 채로 감사했노라하는 인사말조차 입안가득 머금고 우물거리다
꿀꺽 넘기고 돌아서고 말았는데 평생 잊지 못 할 객주에서 생긴 일로 개망신을
당할 상황이었는데 생면부지의 망신까지도 배려했으리라는 생각을 나이가 먹을 만큼 먹은 후에
겨우 하게 되었고 그 여인의 용태만큼이나 아름답고 훌륭한 인격을 미루어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십수삼년 뒤 우연하게 그 앞으로 지나던 길에 잠시 주변을 살펴보니 허름했던 그 언저리가 빌딩 숲이
되고 흔적도 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국밥집이 가슴 한구석에 휭 하니 찬바람을 일게 합니다.
요즈음도 간혹 형을 만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그날 생긴 일에 대하여 형에게는 이야기 하지
못했습 니다.
왜냐하면 형은 핑크빛 색안경을 끼고 나를 바라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맹탕이라고
평생 놀림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그분이 지금쯤 어디서 어찌 지내시는지 꼭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멋진인생들 가꾸어 가시.................................... " 길
첫댓글 허허! 잔뜩 기대하고 끝까지 읽은 내가 우습넹! ㅎㅎ 정말 그 여인의 배려는 수준 이상입니다. 그떄의 일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으니 어찌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게도 그와 비슷한 추억들이 생가나게 하십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웃어야 되는건지 아님 ~~~ 다른것은 모르겠는데 별안간 옛날 부대주변이 생각납니다.남자분들은 아마 공감가는부분들이 있지않을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