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동백꽃 / 오순택
선운사 동백꽃은
누나 입술같이 곱더라
고운 입술에 봄빛 듬뿍 물고
배시시 웃고 있더라
지난 겨울 싸락눈 먹고 자란
초록잎사귀가 저렇게 붉은 꽃 피웠겠지
꽃이 지면 어쩌지
붉은 동백꽃 똑똑 따며 봄이 가면 어쩌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꽁지 몽땅한 새 한 마리
떨어진 꽃잎을 쪼아 먹고 있더라
동백꽃 그리움 - 김초혜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선운사 동백 - 이호준
도솔산 소쩍새 울음 한입 물면
꽃잎 속 우주 하나 열린다
붉은 꽃 모가지 꺾고 뚝뚝 진 자리
둥글게 피어나는 물빛 종소리
그녀의 동백 - 강미옥
슬픔도 아니면서
갈증도 아니면서
목 놓아버린 순간이 있었지
붉은 피 한 줌 토하고 난 뒤
새로운 꽃이 피어나고 있었어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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