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Pabo-KtZ3rA
3. 부처는 신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석가모니부처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인간입니까? 신입니까?”
석가모니부처께서 말했습니다.
“나는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그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석가모니께서 말했습니다.
“인간과 신을 깨달은 자이다.”
석가모니부처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자처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단지 부처의 신통력과 지혜로 모든 중생에게 이익되게 한다는 점에서 다소 저 신들과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다른 종교에서는 부처를 또다른 어떤 신 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소 의아해합니다. 왜냐하면 불교에는 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창조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 우주란 곧 사바세계를 가리킵니다. 이 사바세계는 부처가 창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처가 우주를 결코 창조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미타서방정토는 아미타부처가 창조한 세계입니다.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는 노사나부처가 창조한 세계입니다. 부처들은 청정한 법계를 창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처들은 보신불(報身佛)에 속합니다. 그러나 번뇌로 가득한 이 우주세계는 부처들의 창작품이 아닌 것입니다. 이 사바세계는 오히려 신들에 의해서 창조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오히려 석가모니부처는 이 사바세계에 있어 손님일 따름입니다. 아무도 청한 적이 없지만 스스로 발걸음 하여 찾아온 ‘청하지 않는 나그네’인 것입니다.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원력 때문입니다. 무한한 생애를 통해 수행하면서 이 사바세계와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쌓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큰 깨달음을 얻고 나서 그 원력을 따라 그대로 실행한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원력입니다. 이 원력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처럼 중생을 이익되게 하려는 원력이 없다면 결코 부처의 깨달음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뇌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석가모니는 말합니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라고 한 것은 곧 보통의 인간이 갖는 나 자신이라는 관념이나 견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의 근본적인 존재성 자체가 허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나 자신이란 곧 중생 전체를 대변하는 말입니다. 중생(衆生)이란 모든 종류의 생명체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직 두 종류가 있을 뿐입니다. 부처와 중생이 그것입니다. 중생에는 아주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지옥중생, 아귀중생, 축생중생, 아수라중생, 인간중생, 천상중생, 욕계중생, 색계중생, 무색계중생, 범부중생, 성문중생, 보살중생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석가모니께서는 이 모든 종류의 중생에 대해 깊이 꿰뚫고 있었습니다. 중생의 근원적인 뿌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태양 아래에서 사물을 보는 것처럼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밝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일체를 아는 지혜를 갖추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중생은 곧 하나의 물방울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물방울들은 모두 바다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어떤 신비주의자는 노래합니다.
“하나의 물방물이 대양에서 나와서 대양으로 사라진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신을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나는 신이라는 자궁에서 나왔으며 마침내 죽어서는 다시 그 자궁으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석가모니는 다시 말합니다.
“나는 신이 아니다.”
이 신이 바로 바다입니다. 저 한 방울의 물은 저 바다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그러기에 항상 저 바다를 그리워하고 꿈을 꾸게 되는 것입니다. 바다가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 한 방울의 물이 꾸는 꿈은 바다에 이르러야 그치게 되는 것입니다. 나와 신이 하나가 되는 것을 신아합일(神我合一)이라고 합니다. 길을 잃는 자식이 부모를 다시 만난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석가모니께서는 이 두 가지 사실 즉 신과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하게 통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나 자신이 공하고 나 이외의 모든 것이 공하다고 한 것입니다. 이것을 곧 일체의 모든 유형을 모두 아는 지혜라고 부릅니다.
석가모니께서는 말합니다.
“나는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요?
방거사는 마조선사를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만법과 짝하지 않는 자는 누구입니까?”
그러자 마조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대가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시고 오면 말해주겠다.”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합니다. 그것이 바로 물고기의 미혹함입니다. 마조선사의 이 한 구절이 곧 돈교법문입니다. 이 문으로 들어간 자를 곧 모든 방편을 초월한 자라고 부릅니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