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24)
Ⅱ. 성경 이야기의 지혜
〇 65항.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예레 1,5). 우리는 하느님 마음에 잉태되었고, 그렇기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느님 생각의 열매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느님께서는 원하시고, 사랑하시고, 필요로 하십니다.”
☞ ‘하느님 생각의 열매’라는 표현이 생소한데요, ‘우리는 하느님 마음에 잉태되었고’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표현이고, ‘하느님 생각의 열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한 것입니다. ‘생각’을 중요시하는 독일식 표현인 것 같고, 이 문장에서는 마음과 생각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 생각과 마음 안에서 먼저 창조하셨고 인간은 그만큼 존엄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〇 66항.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들은… 인간 실존이 긴밀하게 연결된 세 가지 근본적인 관계들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제시합니다. 즉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지구와의 관계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이 세 가지 근본적 관계는 우리 외부에서는 물론 우리 내부에서도 단절되었습니다. 이러한 단절이 죄입니다. 창조주, 인류, 모든 피조물 사이의 조화는 파괴되었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유한한 피조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요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모든 피조물과 살았던 조화가 이러한 단절의 치유로 해석된 것은 중요합니다. 보나벤투라 성인은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모든 피조물과의 우주적 화해를 통해 어떤 근원적 순수함의 상태로 되돌아가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〇 67항. “우리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지구는 우리에 앞서 존재했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이는 유다-그리스도교 사상에 대한 고발에 대하여 응답하게 해 줍니다. 어떤 이들은, 땅을 정복하라고 허용했다(창세 1,28 참조)는 창세기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이미지를 지배자요 파괴자로 그리는 것이 자연에 대한 야만적 착취를 조장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는 올바른 성경 해석이 아니며 교회가 이해한 것과 다릅니다.”
☞ 1967년, 미국의 역사학자 린 화이트 Jr.는 “오늘날 생태 위기의 역사적 뿌리”(The historical roots of present-day ecologic crisis)라는 논문에서, 그리스도교가 생태 위기의 주범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1) 성경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주장함으로써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의 기초를 놓았다. 2) 그리스도교는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우월하다고, 나머지 피조물은 영혼이나 이성이 없으므로 열등하다고 말하며 이 둘을 분리했다.” 린 화이트 Jr.의 주장은 이후 생태 위기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책임을 물을 때마다 자주 인용되었습니다. 교황님은 이 민감한 논제를 비껴가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십니다.
“비록 그리스도인들이 때때로 성경을 잘못 해석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날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고 지구를 지배할 권한을 받았으므로 다른 피조물에 대해 절대적 지배권이 있다는 생각을 단호히 물리쳐야 합니다."
☞ 교황님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절대적 지배권’을 말하는 것은 올바른 성경 해석이 아니며, 만일 그렇게 해석했다면, 그것은 해석의 잘못이지, 성경 말씀의 참된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십니다. 그렇다면 그 구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