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으로 살리
청가인 詩寫集 / 도꼬마리 刊
나의 인생은 지금 늦가을이다/ 좋았던 때 꽃 피던 봄날은 지나가고/ 뜨겁던 여름날도 지나갔다/ 잎사귀들은 바람에 실려 길을 떠나는데/ 피할 수 없는 계절/ 깊고 어두운 겨울이 성큼 다가와/ 저 앞에 우뚝 버티고 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 어디로 가는지/ 올 때는 몰랐으나/ 갈 때는 꼭 알고 가리라 다짐하며 살았건만// 아, 화살 같은 세월이여!/ 만족스러운 답은 얻지 못하고/ 빈들에 누운 가막사리처럼 나는/ 다만 스러져 가는도다
세월의 유구함을 생각하면 짧고도 형편없는 흔적을 꼭 남겨야만 하는가 갈등이 많았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시사집詩寫集을 엮어내게 되었다. 나의 느낌을 주로 꽃과 식물들에 의탁하여 쓴 것들로 사진은 대부분 스스로 500만 화소 니콘 쿨픽스로 찍은 것들이다. 사진 속의 날짜는 내가 주장하여 지우지 않았으니 넓은 아량으로 보아주시기 바라며, 문법상의 부호는 어쩐지 군더더기 같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일부러 뺐다.
사물을 보는 인간의 느낌과 상상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넓히려 애썼으나 여의치 못한 점이 많다. 바라건대 읽는 분들은 나보다 더 창조적인 눈으로 봐 주시면 고맙겠다.
시는 임보林步 강흥기 선생께 인터넷으로 지도를 받았으나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니 스승의 이름을 더럽힐까 두렵다
― 청가인, 책머리글 <자서自書>
- 차 례 -
봄날들
봄빛
봄비
할미꽃
민들레
민들레 씨앗이 길을 묻는다
매화
오늘 같은 날
섬노루귀
꽃마리
봄맞이꽃
양지꽃
냉이
수수꽃다리
광대나물
꽃길
벚꽃과 할머니
별꽃
쇠뜨기
살구나무
벚꽃
배꽃
제비꽃
꽃다지
얼레지
모과나무
개불알꽃
보리수
앵두나무
제비꽃2
배밭
꽃사과
목련과 동백
제비꽃3
배나무
제비꽃4
벚꽃 아래서
복사꽃과 의자
땅패랭이
현호색
알록제비꽃
피나물
보리밭
보리뱅이
바위말발도리
풀잎
대나무
깜부기
자운영
씀바귀
늦깎이 동백
이팝나무
얼치기완두
아카시아
아카시아2
독새기
탱자꽃
오월
들꽃
차마
여름날들
감나무
들꽃의 노래
바위취
금낭화
찔레꽃
찔레꽃2
자주달개비
치자꽃
치자꽃2
도꼬마리
연꽃
연꽃 화두
쪽동백
쑥갓
개망초와 수영
달맞이꽃
원추리
대추나무
개구리밥
선인장
선인장2
나무
유홍초
개망초
콩짜개란
[2010.03.10 초판발행. 189페이지. 정가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