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단상
- 배대근 -
1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연을 조금 더 닮아간다는 뜻이다
오늘 아침에 나는 가을 산을 걸었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아침 냄새가 맡아지고
바람의 웅얼거림이 들려오는 듯하다
진작부터 곁에 있었던 것이겠지
생명의 약동은
임마누엘의 하나님처럼
내가 부르기도 전에 내 곁에...
2
허탄한 신화를 쫒아
나는 어디까지 온 것일까
귀머거리 벙어리 봉사되어
정직하게 내게 주어진 땅을 팠어야 했다
주어진 천명을 따라
만물의 이름을 불러주며
누군가와 같은 꿈을 꾸며 발걸음을 맞추는
헛된 꿈을 쫒을수록
내가 외톨이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혼자가 되고 나서야 알아버렸다
3
그러나 철저한 고독 속에서조차
혼자가 아니었음을
알든 모르든 언제나 누군가가 있었음을
이 세상 가운데 죽어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음을
오직 나만이 홀로 죽어 있었음을
만물과 더불어 하나님도 함께 하셨음을
그리하여
우주의 중심은 내가 아니었음을
주체로 살아가기보다 객체로 살아가야 함을
4
너와 나의 노래 속에서
기쁨의 샘은
비로소 솟는다는 것을
그제야 비로소
생명의 강은
네 갈레로 흘러
온누리를 적신다는 것을
그리하여
하나님의 아들은
함께 노래하고 춤추기 위하여 오셨음을
5
사랑은 너와 나의 축제임을
한 몸이 되어감은
같은 꿈으로 하나되는 것임을
사랑은 같은 키에서
시작되어 서로 자라가는 것임을
그리하여 하나님은 참으로 사람으로 오셨음을
오늘을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임을
마침내 영원토록 함께하는 너와 나의 울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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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대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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