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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12. 수요일. 서울극장 <하녀>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1960년 故김기영감독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임상수 감독만의 스타일로 재구성된 <하녀>
2010년에 스크린에 부활한 새로운 하녀를 만나다.
에로틱서스펜스를 내세운 영화 <하녀>는 생각만큼 에로틱하거나 서스펜스적인 요소가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류층 사람들이 가진 특권의식을 꼬집는 측면이 훨씬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중간중간 코믹한 내용을 삽입하여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은 점이 참 좋았습니다.
젊은 하녀 은이(전도연)는 이혼 후 새롭게 하녀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크기에 압도될 수 밖에 없는 대저택에 사는 상위 1%의 사람들. 그 가족 구성원은 주인남자 훈(이정재), 안주인 해라(서우), 딸 남희, 그리고 뱃속에 든 쌍둥입니다. 그리고 그 집에 살고있는 늙은 하녀 병식(윤여정).
훈과 해라의 삶은 일반인들이 꿈도 꿀 수 없는 생활. 대저택, 모든 것을 갖춘 남자 훈, 모든 것을 소유한 여자 해라. 흔들릴 것 같지 않은, 변화시킬 수 없는 공간... 사람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삶, 그리고 그 삶에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는 하녀 은이.
은이가 해라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은 놀라울 뿐입니다. 해라는 모든 것을 소유한 여자입니다. 상위 1%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여유, 모든 능력을 갖춘 완벽한(?) 적어도 겉보기엔 완벽한 남편 훈. 사랑스러운 딸 남희. 훈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뱃속의 쌍둥이까지...
그렇게 완벽해보이던 그들의 삶에 잠깐의 균열이 생기게 된 것은 바로 은이의 임신. 해라의 임신으로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채울 수 없었던 훈은 은이에게 은밀한 유혹을 건네고, 은이는 이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후, 그들의 관계는 훈이 건넨 천만원 짜리 수표 한장으로 마무리 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은이의 임신으로 해라는 남편 훈에 대한 분노에 휩싸이게 되고, 백치에 가깝게 보일 정도로 착하고,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던 은이도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러나 훈은 은이의 진심 따위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가지면 되는 욕망에 충실한 남자일 뿐입니다.
"감히" 아무도 그가 하는 행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튼 은이의 임신을 가장 먼저 알게 된 병식은 해라의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때부터 인물들 간에는 뭔지 모를 불안감과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결국, 은이를 유산 시키기에 이른 해라.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병식.
자신의 것을 지키게 된 해라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아이를 잃고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의 기억을 지울 수 없어....
세상을 향해... 위선으로 가득한 훈과 해라와 같은 사람들에게 "찍" 소리를 내기 위한 은이의 선택.
그러나 가장 슬픈 것은... 은이의 선택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들은 결코 변할 수 없다는 것이죠. 지금도... 앞으로도...
"아더매치"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한)를 개선장군처럼 외치는 병식.
몇십년을 하녀로 생활하며 "이 짓을 언제까지 할거냐고" 묻던 병식.
그녀의 질문에 은이는 또 뭐라 답했던가... " 저 이 짓 좋아해요. "
그러면서도 훈이 내민 수표에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순진한 표정을 짓다니... 그렇다면 은이가 원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번도 자신을 사람으로 진심으로 대한 적없는 남자 훈을 사랑했단 말인가?
"당신 같은 분의 아이를 임신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해라에게 이유도 알지 못한채 따귀를 맞으며 자신에게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묻던 은이.
"내가 아줌마한테 인간적으로 참 친절하게 대해줬잖아요.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해라에게 끝끝내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는 은이.
은이의 안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또 다른 모습의 은이가 살고 있는 것일까?
영화 <하녀> 속의 인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삐뚤빼뚤한 글씨 처럼 불편해보입니다.
너무 순진한 은이도... 겉으로 너무 친절한 훈도...
평생 아더매치한 생활을 해온 늙은 하녀 병식과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무서운 소유력을 보이는 해라까지...
과연, 우리는 하녀 속 그들과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내 안에 하녀가, 또는 내 안에 훈과 해라, 병식의 모습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영화 <하녀>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영화입니다.
여지없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배우 전도연. 그녀의 작품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밀양>등 언제나 다른 얼굴과 다른 미소로 나타나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정말 놀라운 배우 전도연. 그녀는 하녀 은이로 분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는 역시 전도연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윤여정 선생님의 어딘지 비밀스럽고, 하녀 근성으로 찌든 늙은 하녀 병식은 그 자체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그녀를 병식으로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젠틀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많이 보여줬던 배우 이정재는 <하녀>를 통해 지금까지 이정재표 젠틀한 이미지 뿐만 아니라
이중적인 모습의 남자 훈을 정말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안주인 해라로 분해 선배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멋진 연기를 보여준 배우 서우까지...
꼭! 그들의 멋진 연기를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제 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하며... 영화 <하녀>에 대한 리뷰를 마칩니다.
첫댓글 글 잘읽었습니다~~^^* 윤여정선생님~역할 병식이..
아마도 대한민국 가정주부라면 좀 이해가 되고 나도 부부싸움하거나 남편이 뭐라고 하면 친구들에게 또는 병식이처럼 아무도 없을때 큰소리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했던 생각을 하면서 웃는 동시에 재미있게 보셨을 것 같아요...전 병식의 마음이 이해 가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에 은이편이 되어 하녀 일 그만두겠다면서 마지막 말 한마디....
정말 진짜 저도 모르게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든사람들이 느꼈는지 모르겠지만..은이가 수술받고 병원에 있을 때 병식이가 뺨을 맞고 은이가 복수 하겠다는 장면~
병식의 얼굴에서 은이를 보면 과거에 머물렀던 자신의 모습이 보여(아마도 훈이 아버지가 은이와 똑같은 상처를 병식에게 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당시 지금의 은이처럼 당당한 모습이 없었던 자신의 후회함이 병식의 눈에 훤히 보였어요...그래서 복수를 도와 준거라고 생각합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병식의 회상인것 같아요..병식말대신 과거에 아픔이 너무나 아팠다고 말해주는...같은 여자로서,,,처음에는 병식은 이집에서 은이보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살아 왔을 것 같아요.. 이 때문에 아무래도 은이에게 경계를 하다가 병식의 과거 젊은시절때 겪은 고통과 은이가 받은 고통과 비슷하여 마음의 문을 열었던 같았어요..
제 생각이 맞나요? 라고 물어 보고 싶네요...
만약 영화 <하녀> 팀 만난다면 말이죠~^^ㅎ
맞아요.. 병식도 왠지 모든 고통을 겪고 나서 세상과 돈에 찌든 지금의 모습이 된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덜 독하게 나온 것 같아요. ^^
^^ 저도 약간 덜 독하게 나오신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더 독했으면 은이에 관한 스토리가 아닌 완전히 병식에 관한 스토리라고 해석이 될수 있을 것 같아..독하면서도 덜 독하다라고 느낄정도로 잡으신것 같아요^^ 지금~칸 영화제 홈페이지를 봤는데 영화 <하녀> 예고편 보다가 어떻게 찾아서 보는데...와~^^ 프랑스에서 9월 15일날 영화 <하녀> 개봉하나봐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영화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네요~~^^;;;;
그러게요.. 칸에서 영화 본 다른 나라 기자들도 좋은 평 남긴 것 같던데.. 두근두근~~~ 어떤 결과가 있을지.. 오늘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에 배우, 감독님도 칸에서 뵐수있다고 하니.. 기사 기다리고 있어야 겠어요~^^
오늘 영화<하녀> 포토콜 시작할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지
칸 영화제 메인 페이지에 영화 <하녀> 가 있네요~~^^
http://www.festival-cannes.com/en.html
지금 칸 영화제 메인 홈페이지 영화 <하녀>팀 포토콜이 올라 와 있어요..^^
http://www.festival-cannes.com/en.html
영화<하녀> 인터뷰도 올라와 있네요~^^
http://www.festival-cannes.com/en/mediaPlayer/10454.html
메인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네요~~^^;;;;
입장권보니까 저랑 꽤 가까운자리에서 보셨네요?ㅋㅋㅋ저는 상층 라열 10번에서 봤는데~
^^ 어머나.. 그러네요... 상층 자리 좋더라구요... ^^ 영화 재밌게 보셨어요?
저는 재밌게 잘봤어요! 이런 우연도있다니..신기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