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바보들이 돌아왔다
이원규
한 사람이 떠났다 보내야 했다
한 사내가 떠났다 보내야만 했다
한 바보가 떠났다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른 아침까지 저승새가 울더니
한 시대의 풍운아가 떠나고
한반도의 고독한 승부사가 떠나버렸다
잠시 눈길 피하는 사이
한 사나이가 몸을 날렸다
절망과 환멸의 짙은 그늘 아래 쪼그려 앉아
잠시 고개를 숙이는 사이
역주행 한반도의 먹구름 속에서
발만 동동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이
한 사나이가 먼저 온몸을 날렸다
살아남은 우리 뒤통수에 벼락을 치며
저 홀로 훌쩍 뛰어내리고야 말았으니
이 시대의 마지막 의인에게
부엉이바위는 절명의 벼랑이 되었다
이 시대의 처음인 혁명가에게
부엉이바위는 생사일여 순명(殉命)의 성지가 되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이 떠나고
또 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
한 사내가 가고 또 한 사내가 오고 있다
한 바보가 가고 또 한 바보가 돌아오고 있다
한 시대의 의인이 가고
비운의 풍운아, 고독한 승부사가 가고
순명의 혁명가 노무현이 돌아오고 있다
단 하나의 노무현이 떠나고
노무현 같은 바보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다
마침내 수십만 수백만 명의 노무현들이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