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한 제안 3 – 어린이에게도 투표권을 주자
이덕하
2006-02-19
산타클로스와 사이비 종교.. 1
우리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멸.. 2
동심과 정치.. 2
죽은 교육.. 3
어린이에게도 투표권을 주자.. 3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을 보고 동심이라며 좋아한다. 동심
맞다. 어린이들은 어른들보다 쉽게 속는다. 즉 더 어리석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그 동심 즉 어리석음을 최대한 오랫동안 간직하길 바란다.
한편 사이비 종교에 빠져 전재산을, 심지어 목숨까지, 날리는 모습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하지만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과 사이비 종교에 대한 믿음은 똑 같은 어리석음에서 나온다. 둘 모두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며
과학적 사고방식을 익히지 못해서 생기는 믿음이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을 부추기는 사회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믿음도 부추기기 마련이다.
우리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멸
고구려인이 이민족이 사는 곳에 쳐들어가서 강간, 방화, 살인 등을 하면 정복이나 정벌이 되고(민족의 기개를 떨쳤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본인이 한반도에 쳐들어와서 똑 같은 짓을 하면 침략이 된다.
박찬호, 박세리 같은 한국인 운동 선수가 잘하거나 한국의 축구 국가 대표들이 선전하면 한민족의 우수성을
떨쳤다며 자랑스러워한다. 한반도에 수십만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느니(그들은
우리의 직계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도 아니다) 고조선은 기원전 수천년 전부터 있었다느니 하며 한국은 유구한
문화민족이라고 떠들어낸다.
한편 동남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의 경멸을 받는다. 최근에는
중국, 베트남, 몽골 출신 여성이 한국에 와서 결혼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들과 이들의 자식들도 경멸을 받는다.
자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을 부추기는 사회는 타민족에 대한 경멸도 부추기기 마련이다.
한국의 보수적인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들이 티없이 크기를 바란다. 학생들은
부패한 정치, 경제 지도자들에 대해 모르고 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동심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선거 때만 되면 그런 부패한 정치인들은 또 당선된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 정치에 대해 모르던 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인
19세가 되면 마술처럼 갑자기 정치의식을 갖추기를 바란다.
정치에 대한 무지를 부추기는 사회는 잘못된 정치도 부추기기 마련이다.
국사 시간에 학생들은 옛날 이야기만 듣는다. 현재의 정치, 사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45년 이후의 한반도를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으며 그나마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다. 죽은 교육의 표본이다.
사회 시간에 학생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사상의 자유, 법치주의, 삼권분립 등 여러 가지를 외운다. 하지만 전교조에서 시사적인 문제로
토론이라도 할라치면 교육 당국과 그 하수인인 교장들이 가만두지 않으려고 한다. 시사문제에 대한 토론은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오직 교과서에만 있어야 한다. 19세가 되어 마술적으로 갑자기 현실 정치를 이해할 능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것만 허용된다.
한국의 학생들은 물 속에 들어가지도 않고 수영을 배운다는 어떤 철학자처럼 정치를 배운다. 내가 수영을 배워봐서 아는데 물속에 들어가서 별로 몸에는 안좋을 것 같은 수영장 물을 마셔보는 것이 수영을
배우는 지름길이다.
어린이들은 실제로 정치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치를 배워야 한다. 어린이들도
투표 같은 정치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자. 그들도 정치가들의 유세를 듣도록 하자. 그들도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자. 물론 어른과 동등한 투표권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어린이의 투표가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실제로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는 더 과감하게 13세 미만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안는 투표권을, 13세 이상에게는 3분의 1표를, 15세
이상에게는 2분의 1표를,
19세 이상에게는 1표를 주는 방식을 택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회 시간에 한나라당 지지학생, 열린우리당 지지학생, 민주노동당 지지학생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하자.
자신이 왜 그 정당을, 그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말할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