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주 자발적으로 강의 후기를 쓰게된 이서인입니다. :-)
아직 생태명을 짓고 서로 발표하기 전이라 제 이름으로 소개합니다!
강의의 여운이 흐려지기 전에 후기를 작성하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인상 깊은 강의였어요.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서 새로웠고요. 처음에는 따로 받아 적을 생각을 하지 않고 강의를 들었습니다. 두가지 일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 강의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던 건데요, 강의가 시작한지 30분즘 지났을까요. 최철호 목사님이 '이왕이면 기왕' 이라고 하는 태도를 버려야한다고는 말을 하셨습니다. 뜻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이왕이면' 이 정도는 해놓는 게 좋지. '이왕이면' 이거는 이대로 두자. '이왕이면' 하면서 보험을 들고 발 걸치지 말고 하고자 하는 일만을 위해서 나아가라는 그런 말씀이었죠. (목사님이 강의 중에 말 하신 걸 정확히 잘 전달해야 하는데 기억력이 나빠 제 머리에 조금씩 다르게 기억되는 문장도 많지 싶어요. 어제 우리 함께 강의를 들었으니 제가 부족하게 전달하더라도 그 의미를 잘 헤아려주시리라 바랄게요.) 대안적 활동이나 삶, 운동에 관련하여 해주신 말씀인데 '이왕이면 기왕' 이라는 태도는 필요없다. 라고 하셨을 때 저는 비단 운동이나 활동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굉장히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많이 와닿은 말이었지요. 무튼 이왕이면 기왕은 필요없다. 는 말을 하셨을 때 종이와 펜을 꺼내 필기를 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아주 다행이네요! 후기를 좀 더 수월하게 적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강의를 시작할 무렵엔 제가 잠이 왔어요.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난 탓도 있고 직전에 배부르게 밥을 먹고 온데다 방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 열기에 나른한 것이 두 시간동안 들어야 할 강의가 조금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강의를 같이 들으신 분들도 모두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목사님의 크지 않은 목소리로 시작된 강의에 집중이 되기 시작하고 그 내용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고 감동을 받고 새로운 사실들을 배우며 어느새 잠이 달아났습니다. 말씀을 하실 때마다 논리적으로 아주 잘 쓰여진 책을 읽는 기분 좋은 느낌도 들었어요. 이제 어제 필기했던 내용 중 몇가지 이야기에 관해 제가 느낀 점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시와 식민주의에 관한 얘기를 하셨어요. 도시와 식민주의는 근본이 같다고요. 도시는 자생하지 못 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부끄럽지만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관점이었는데요,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 잘 생각해봐야하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많은 재료는 시골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우리가 지금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 묻힌다는 것. 그저 생활하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활동은 삶과 일치해야 한다는 이야기.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본인이 살아가는 일상적 삶이 같이 가야한다는 얘기였죠. 괴리가 생기면 힘들어진다고요. 이건 우리가 정말 많은 부분에 있어서 겪는 어려움이 아닐까 싶어요. 환경, 경제, 사회, 정치, 직업, 하물며 인간 관계까지도요. 이상과 현실의 아득한 차이. 특히 도시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생태적인 면 하나만 봐도 작은 부분에 있어서 큰 부분까지 이상과의 괴리를 겪는 일이 많지요. 그리고 괴리를 지속적으로 겪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풀이 꺾이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때가 오기도 하고요. 그 점에 있어서 오랜 시간 동안 이상과 생활을 일치시키며 삶을 꾸려오신 최철호 목사님께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에 오기까지 일일히 다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부침도 거치셨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이 깊은 괴리속에서 서로를 잘 다독이며 낙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쉽고 매일같이 포기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대안 활동가 양성 과정도 그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길이 아닐까 해요. 괴리를 이기는, 이기고자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과정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밖에도 '창조성은 주체성에서 나온다', '표준은 폭력이다', '청년은 정신적인 독립을 이뤄야하고 사회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공동 육아는 일상적인 땅을 공유하는 것, 땅의 힘의 중요성' '지속성을 위해서는 주체성이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생명의 다질성 속에서 관념을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관념은 순환한다' 이렇게 듣는 그 순간에도 머릿속이 가지런히 정리되던 말씀들이 제 종이에 남아있습니다.
한 사람이 내부와 외부로 겹겹이 쌓아온 '얼'을 간직한 삶의 힘. 그 한 사람이 가진 힘은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좋은 강의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두루두루 감사드립니다! 이제 막 시작인지라 아직은 좀 서먹하고 서로를 살피는 우리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고 배움을 나누며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요!
첫댓글 우와 서인 역쉬 실망시키지 않는 청년
너의 삶이 단단한 만큼 너의 공부도 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만나면 우리 한번 안자 채상병 선생님 최철호 선생님 온배움터 스승님들 감사합니다
저도 꼭 듣고 싶은 강의였는데...아쉽~~~지만...
후기를 잘 써줘서 강의 들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