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자의 깨달음 / 전도서 3장 12절
<세라비! 이것이
인생>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프랑스 영화로 17세기 고궁에서 결혼예식이 1박2일로
치뤄지는데 이 결혼식 전체의 주관을 맡은 웨딩 플래너의 이야기입니다. 성격이 매우 꼼꼼하고 치밀합니다. 그래서 파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치밀하게 준비를 합니다.
적제 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음식을 준비할 식당에서부터, 파티의 음악을 관장할 밴드, 사진촬영사, 사회자에 걸쳐 모든 일정을 체크하고 점검하고 준비합니다.
그런데 결혼식이 시작되면서 예기치 않은 다양한 사고가
발생합니다. 신부가 홀에서 일하는 어떤 웨이터의 전 애인이었고 그래서 서빙을 하다말고 그만두겠다고 나가고, 파티의 메인 요리 고기가 냉동되지 않아 상해 버리기도 하고 그래서 메인 요리를 급하게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신랑이 서프라이즈 쇼를 준비했는데 기구에 의해 공중에 메달린채 하늘에서 내려와 신부에게 키스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거였는데 직원들이
잡고 있던 끈을 놓쳐 근처 언덕에 떨어지기도 하고, 신랑이 하늘로 올라가자 폭죽을 터뜨려야 하는 줄 알고
엉뚱한 시간 불꽃놀이를 터뜨려 전기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터에 고궁 전체에 전기까지 나가게 됩니다. 최선을
다해 치밀하게 한다고 한 파티가 순식간에 엉망이 된 겁니다. 급기야은 사장이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하면서
새벽에 파티장에서 나가버립니다.
그렇게 새벽시간 한두시간을 지내다가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파티장으로
돌아오는데 그 새벽시간에 파티장에서 음악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전기도 없는데... 밴드도 안되는데… 미국에 살 때 봉고, 콩가 같은 작은 북처럼 생긴 악기들 있잖아요. 흑인들은 이런 악기 하나만 가지고도 하루종일 지하철 역근처에서 치면서 놉니다.
마치 그런것처럼 여기 저기에 촛불을 켜놓고는 전기가 필요없는 악기 하나씩 들고는 신나에 춤을 추면서 노는 거예요. 그런데 이전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게 노는 거예요.
이 총책임자가
그 광경을 보고는 한편으로는 감동을 받고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엄청 충격을 받습니다. 자기는 매사
모든 것을 치밀하고 완전하게 준비를 해야 좋은 행사기획이라 생각을 해 온 거예요. 그런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는 방식으로도 사람들은 훨씬더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놀고 팀원들은 너무도 훌륭하게 그 일들을 잘 해내고 있는게 아닙니까? 자기 손을 다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손 밖에서도 행사는 너무 즐겁게 잘 진행되는 거예요.
모든 걸 손에 틀어쥐고 내 방식 내 계획대로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틀어쥔 손 밖에서도 내 틀과 방식 밖에서도 훨씬 더 자유롭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삶의 공간이 생겨남을 봅니다. 그 새벽 이 후로 사장은 매사 모든 일에 일일히 관여하던 방식을 버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신뢰하며 믿고
맡기기 시작합니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다양한 갈등과 사고와 실수들을
얼기설기 집어 넣었어요. 그리고는 그 정점을 전기가 나간 시점으로 최고조화 시켰어요. 그리고는 극적 반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을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가장 감동적인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습니다.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웃고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화로움의 극치였습니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삶을 축제화시켜나갈 수 있는 지혜가 매우 중요함을 봅니다.
삶의 어느 때를 만나도 이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혜자는 오늘의 성서본문을 이야기를 하기 앞서서 삶의 때를 이야기합니다. 살다보면 죽을 때도 있고 살살 때 있고 일어설 때도 있고 내리막을 향해 치닫을 때도 있고 그래서 슬플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고 통곡할 때도 있고 기뻐 춤출 때도 있고, 침묵해야
할 때도 있고 말해야 할 때도 있고 사랑할 때도 있고 미워할 때도 있고 전쟁을 치를 때도 있고 평화를 누릴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애쓴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안일어나고 안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신앙이 좋다고해서 부모님이 안돌아가시는 것도 아니고 신앙이 안좋다고
해서 부모님이 반드시 일찍돌아가시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생노병사,
희로애락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기에 삶의 모든 때,
모든 순간에 자기 기쁨과 삶의 보람을 놓치지 말라는 겁니다.
최악의 상황을 만나도 가장 감동적인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그 스텝들 처럼 우리에게 펼쳐시는 순간 위기나 아픔의 시간들 속에서도 저마다의 자기 기쁨과 보람과 삶의 의미를 잃지 말라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말처럼 쉬운게 아니죠.
그런데요. 이
무더운 여름에 도서관족들을 살펴봤어요. 참 지혜로운 사람들이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실직자들이예요. 사실 커피솦에 갈 돈도 없는 분들이 많아요. 당연 휴가나 피서를 갈 수 있는 여건도 안되시겠지요. 그런데요. 그 시원한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으시면서 전세계 여행을 다니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타이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시와
노래와 소설에 푹빠져 계시는 분들도 많아요. 사실 불평할라치면 자기 삶을 놓고 원망할 일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데 그 원망할 시간에 자기 학대하지 않구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그 시간을 자기 기쁨과 에너지로 만들어가더라구요.
미국에서 목회할 때 교회 생활이 파란만장했습니다. 첫번째 교회는 둘로 갈라졌습니다. 한쪽에서는
영주권을 해준다고 말씀하셨고 한쪽에서는 적지 않은 사례를 하신다고 함께 목회하자고 했습니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어느 쪽도 가지 않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을 때입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도 선뜻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도와달라고 함께 교회 살려보자 했으면 갔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영주권과 사례비로 유혹하는 느낌이어서 가면 돈을 벌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즐겁게 일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영주권에 메이게 되고, 한쪽은 결국 돈에 메이게 되니 자유롭게
목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그만 두었습니다.
당당한 자유가 주어지는 길을 택한 거죠. 막연한 믿음도 있었죠. 설마 하느님이 굶어죽이기야 하시겠는가! 일주일만에 다른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청소년부 친구들과 하고 싶은데로 목회하라고 하시더라구요. 4년 동안 정말 재미있게 아내와 함께 사역했습니다. 민족, 역사 의식도 함께 교육해야한다고 해서 다양한 교육 교재를 만들어 재미나게 했습니다. 그게 두번째 교회였습니다.
세번째로 간 교회는 문을 닫았습니다. 두번째 교회 목회 4년만에 어느 교회에서 목회를 도와달라는 말에
교회를 옮겼습니다. 두번째 교회가 좋기는 했는데 너무 멀었어요. 왕복 4시간 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 세번째 교회는 목사님이 교인이 나가면
설교하시면서 자꾸 나간 교인들을 언급 하시는 거예요. 그러니 교인들이 좋겠어요? 한가족 한가족씩 나가시더니 문을 닫으시더라구요. 교회를 옮기고
나서 일년만에 교회 문을 닫은 겁니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한 게 교회 개척입니다. 교회 개척은 단 한번도 인생에서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너무 힘들고
쏟아붇는 일이기 때문에 교인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목회를 한다는게 상상이 되지를 않았어요. 세번째 교회가 문을 닫을 때 저희 가정으로써도 위기라면 위기였습니다. 더욱이 아내는 박사과정에들어갔고 돈을 더 벌어도 시원찮을 판에 교회 개척을 생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자꾸 맘 속에 떠오르는 건 돈 걱정이 아니라 한명과 목회를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대로 우리 목회를 하고 싶은 겁니다. 일단 부목으로
들어가면 교회 눈치 봐야하고 담임목사님 눈치봐야하고 그분의 목회 철학에 맞는 목회를 해야 해요.
그러니 똑 같은 목회를 해도 내 기쁨이 없는 거예요. 결국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했지요.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거였죠. 근데 하면서 드는 생각은 힘들어도 개척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국들어오기
전까지 정말 재미있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목회자가 목회하면서 가장 가슴뛰는 순간이 어떤 때인지 아십니까? 어느 집사님 표현 그대로 <산산히 쪼개진 유리 조각 같았다>고 하셨던 그래서 웃음기 하나 없던 집사님이 웃기 시작하셨을때, 1년
내내 자기 화실에 갇혀 세상과 전혀 소통하기를 거부하며 사셨던 분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하셨을 때, 이혼하려고 도장까지 드셨던 가정이 이제는 부부가 앉아서 성경공부하면서 서로를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하셨을때!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내게 하셨습니다.
삶의 어느 상황속에서도 자기기쁨과 자기 삶의 보람을 키울
수 있는 선택에 손을 들어주세요. 힘들고 어려워도 그 선택은 결코 여러분을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미래를
향해 길을 떠나는 자운청년 그리고 그 길을 축복하는 우리 모두를 향해 지혜자는 말씀하십니다. 늘 최선을
다하되 삶이 내가 생각했던 방식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십시오. 한길이 닫히면 다른 길이 열리고
오히려 내 방식을 내려놓았을 때 더 넓고 큰 세상이 나에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늘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십시오. 그리고 삶의 어떤 상황속에서도 자기 기쁨과 자기 삶의 보람을 키울 수 있는 선택을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우리의 길을 지켜주시고 선함으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