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띠아모”에서 송년회를 가지다

[서창원]

2019년이여 안녕

                               서창원

“깐띠아모”에서 송년회를 가지며 우리는 즐거웠다.

페로몬의 향수가 짙게 풍겨오는 듯이

멜로디의 음률에 취해서 잔을 높이 들고 축배를 들었다.

우리를 평화롭게 여기까지 친구가 되어 만나게 해준 내 손과 당신 손,

서로 악수하며 따스한 온기를 가슴에 담으며 ......

행복을 만들자고 한 서툰 것에 대하여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며,

그래도 내 마음에 촉촉하게 당신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담아주고,

살아가는 것도 너무 서툴러서 약속 시각도 못 지키는 우리,

늘 15분의 사이를 두고 기다리며 또 기다려주며

서로 맞아준 지각의 시간이 있었다.

우리들의 시간은 늘 지각하였다.

한 친구는 아프고, 한 친구는 괴롭고, 한 친구는 슬프고,

한 친구는 외롭고, 한 친구는 행복하고, 한 친구는 병석에 눕고,

그러한 차이에서 우리는 마음을 감추고 늘 평화롭게 만났다.

시를 읽으며, 시를 낭송하며

그대들의 맑고 고운 행복의 음률을 들으며

그래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한해가 지나는 12월의 마지막 달력을 보며

31자로 새겨진 퍼즐게임 판에서

하루를 뜯어내고 또 하루를 뜯어내고 그랬다

1월이 오면 한 해가 가고

1월이 오면 한세상 눈발 속에 묻혀가고

나이는 한 살 더 먹고 나무들은 외로운 벌판에서

봄을 기다리며 뼈를 세우고 아파한다

눈이 오는 1월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감추어 버리듯

잊을 것도 많고 새롭게 생각해야 할 일도 많은데

한 가지 그리운 생각조차 내게는 사치인가 보다

눈이 오는 1월의 새해를 맞아 지난날을 모두 묻어버리려는데

나는 아직도 서성거리며 지난해의 꽃 자국 같은 그리움을

눈발 소리로 듣는다

눈이 오면 그 뒤 안에서는 꽃을 피우기 위해서

한해가 시작되려니 나도 사랑을 위해서

꽃씨 같은 그리움도 모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