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서시(序詩) ~ 박만엽
눈앞이 서서히 흐려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면
또 다른 육체가 들어와
나의 온기를 모두 앗아간다.
그때가 되면
손도
발도
눈꺼풀마저 무겁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적막 속에
공포감에 휩싸여
애써 한번 눈을 깜빡여본다.
차디찬 어둠 속에
홀로 버려진
내 육체를 보며
가슴으로 운다.
너무 아파서
숨도 쉬지 못하고
너무 아파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베개를 적시고 만다.
이래도
나는 살아야 한다.
슬퍼서 살아야 한다.
눈물도 마르고
동녘이 뜨면
또 다른 영혼이 들어와
나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너무 사무쳐
숨도 쉬지 못하고
너무 그리워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베개를 적시고 만다.
이래서
나는 살아야 한다.
또 다른 내 가슴속
영혼의 끈을 위해 살아야 한다.
(미주 Mom & I : FEB. 2003 VOL. 2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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