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AUM, 아우흠, 아훔)
사자(절에 있는 사자석상)가 입을 크게 벌려 이빨을 드러낸 것은 범어의 A(아) 발음, 보통으로 벌린 것은 U(우) 발음, 작게 벌린 것은 M(흠) 발음의 표현이며,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M 발음 뒤에 따르는 침묵의 상태를 암시한다. A는 입을 여는 소리이며, M은 입을 닫는 소리로 일체의 언어와 음성이 모두 이 두 자 사이로 돌아간다.
‘AUM’(옴, 아우흠, 아훔)의 신비스러운 발성은 고대 인도 브라만교의 경전인 베다의 찬미와 주문의 신성한 언어로부터 유래하였으며, 그것은 창조의 완전성에 대한 표현과 긍정의 의미로 이해된다. A는 경험의 세계와 함께 있는 의식의 상태이고, U는 꿈의 미묘한 형태에 대한 경험과 더불어 꿈꾸는 의식의 상태이며, M은 꿈꾸지 않는 깊고 잠잠하고 미분화된 의식의 자연적 상태이다. A와 U와 M의 발음 뒤에 따르는 침묵은 궁극적인 신비의 세계이며, 그곳에서 선험적인 법성(法性)과 일체가 되어 법성이 자아로서 체험되는 단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AUM'의 발음, 그리고 침묵은 존재의 전체에 대한 의식을 발음으로 상징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자상은 아니지만 ‘아훔’의 발성과 관련된 예를 석굴암의 금강역사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본존불을 향하여 통로 왼쪽의 금강역사는 ‘아’ 하고 소리를 내는 모습이고, 오른쪽 금강역사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빈틈없는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입을 열고 소리를 내는 듯한 역사를 ‘아 금강역사’, 입을 다물고 있는 역사를 ‘훔 금강역사’라고 한다.
이와 같은 입 모양은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의 신장상에도 나타난다. 금강계단 정면에 용 문양을 새긴 아치형의 석조 문이 있고, 그 문틀에 석판으로 된 여닫이문판 한 쌍이 매달려 있으며, 이 문판에 신장상을 새겨놓았다. 왼쪽 문의 신장상은 입을 ‘아’ 하고 벌리고 있고, 오른쪽 문의 신장상은 ‘훔’ 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불탑이나 석등의 사자상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그 하나는 부처님의 화신으로서, 그 권위와 위엄으로 악마를 제어하는 동시에, 신(身), 구(口), 의(意) 삼업(三業)을 조화하여 모든 악행을 제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하나는 그 입 모양을 통하여 법성 진리를 터득하는 단계, 즉 현실적 경험과 의식 상태, 미묘한 꿈의 의식 상태, 미분화된 의식의 자연적 상태, 그리고 법성과 일체된 자아의 상태를 단계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일체중생이 자증과 타화를 본래부터 갖추고 있음을 드러낸다.
-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허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