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일본 사무라이가 사나이답다라고 어릴적부터 생각하다가 "조선선비와 일본사무라이"란 책이 도서관에 있었다. 호기심에 빌려 보는데 우리와 역사 관점이 달라 두 번이나 정독했다.
근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국왕이 허울 뿐이고 사무라이가 지배하는 국가였다. 고대 일본은 천황이 임명한 관리가 지방으로 파견되어 백성을 관리했다. 하지만 교통불편 등으로 중앙정부의 장악력이 부족하여 탐관오리들이 관할 농민들을 괴롭혔다. 농민들은 자기방어 수단으로 스스로 무기를 소지하기 시작했고 그 지역에 덕이 있는 사람 중심으로 검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조직화 되어갔다. 이렇게 조직화된 사무라이는 영주를 보호하는 직업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주군과 신의가 아닌 계약관계 였기 때문에 주군을 바꿀 수 도 있었고 맘에 들지 않으면 자리 바꿈까지도 불사했다. 평상시는 검술을 연마하고 전쟁이 나면 목숨을 걸고 싸움에 응했다. 그 싸움에서 상당한 공을 세우면 막부 장군으로부터 지방 하나를 하사받아 관리하는 것이 무사들이 꿈이자 희망사항이었다.
조선 선비란 누구를 가르키는가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 선비가 아니다. 사리사욕에 빠져있는 고관대작 역시 선비가 아니다. 성리학(공자,맹자)에 정통하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며 임금일지라도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비라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선비들이 세상에 나왔다가 사라져 갔는데 왜 우리는 당파싸움에만 시간을 낭비했을까. 그 이유는 성리학을 해석하는 관점에서 각기 다른 학파가 생기고 그 학파를 따르는 무리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중앙 요직 자리를 놓고 다른 학파들을 배척, 독식하며 원망을 사게 되었고 어떤사건으로 입장이 바뀌게 되면 악순환 하는데 있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혈연, 학연, 지연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있다. 그에 따른 폐해는 우리가 사회생활 하면서 매일 경험하고 있다.
『아버지 살려주세요 제발 아버지...』
왜놈들이 아들 딸을 억지로 바다에 차 넣어 버린다.
『이 빠가야로! 니들까지 일본에 타고 갈 배가 없단 말이다. 죽어라 죽어!!!』
왜놈들에게 사지가 잡혀서 꼼짝도 못한 채 피눈물을 흘리면서 애들 이름을 불러보지만 물속으로 사라져가는 자식들을 어쩔 수 없이 바라다 보고있을 뿐이다.
『이 놈은 필히 데리고 가야해 배운게 많은 선비 같으니까. 토요토미히데요시 장군께서 조선의 서적과 학식있는 사람을 압송시키면 후한 상금을 주신다 했잖아』
정유재란 때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이 사람은 우리나라의 성리학을 일본에 전파시키고 그 곳 제자의 도움으로 3년만에 귀국하여 조용필이 부른 『간양록』를 쓴 전라도 영광 사람 강항선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사무라이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분이다. 사무라이에 대한 호기심이 돌고 돌아 결국 우리나라 학자인 강항선생에서 끝이 났다. 그를 기리는 사당이 있는 내산서원을 참배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