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이야기 -하나-
하화도 꽃섬길~
2015.5.24(일)~25(월)
대전 산찾사님이 아내 초록잎새님과 단둘이 섬 산행(야영)을 떠날 계획이라고 귀뜸하며 함께 했으면 한다. '오호라 고뤠~?' 땡잡은 기분이지만 발이 불편한 동백이가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동백이가 "당근이지~^^"
생각지 못한 반색을 하며 좋아해 내 마음도 들뜬다. 그렇게 산찾사님 부부를 따라 나서는 발걸음~ 부푼 기대감을 안고 여수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백야휴게소에서 백반정식으로 식사를 한다. 이곳 식당이 딱 한 곳 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 없이 찾았지만, 홍합이 들어간 시원한 미역국과 갓김치의 쌉싸래한 맛이 식감을 자극시켜 맛나게 먹었다.
야영을 하기 위한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어머나~어머나~" 어색한 모습인 동백이. 그러나 부피가 큰 침낭 2개로 배낭을 꾸린~ '뽕뽕' 배낭~ㅎㅎ 어떻든 간에 폼은 완전 등산 마니아 수준이다.
여기서 잠깐~
이번 섬산행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산찾사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이번 섬산행에 함께 오신 동백님... 그간 만성 족저근막염이 재발하여 치료중인데 이젠 좀 그만 그만 하여 오늘 그 첫 걸음을 했다고 하여 전 일정에서 산행거리가 긴 개도를 빼기로 했다. 사실 연휴에 몰려든 인파로 뱃편도 여유롭지 못했다. 덕분에 오늘과 내일의 일정이 넉넉하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만보 살가이~>
백야도 선착장을 뒤로하고
백야대교 아래를 통과해 하화도를 향하는 여객선~
하화도가 시야에 가까이 들어오고
이윽고 도착한 꽃섬 하화도
(30분 소요)
화도 명칭은
섬에 사계절 꽃이 만발하여
화도(花島)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북쪽 섬(위꽃섬)이 상화도
남쪽 섬(아래꽃섬)이 하화도이다.
복조리 모양의 꽃섬길은
총 5.7km.
느긋하게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너끈하다.
산행을 시작하고 얼마 오르지 않아
건너편 상화도가 동행한다.
바다는 호수같이 잔잔하고 눈부실 정도로 파랗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에 빠져 지루함이 없는 섬 산행은 언제나 매력이 넘쳐난다.
바다를 끼고 섬을 에두르는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
하화도 꽃섬길~
얼마를 걸었을까.
박배낭의 무거움이 느껴질 즈음 휴식을 취하며, 션한 맥주로 갈증을 달래준다. "캬~ 쥑이는 맛~ 힘들어도 산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 맛 때문이지." 맥주 마니아 초록잎새님의 너스레에 웃음을 자아내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꽃은 눈에 담고, 향기는 품에 안고
하화도는 영화 '꽃섬'
SBS '런닝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모퉁이를 돌자 안내도에 나와 있는 제1 휴게정자가 우리를 맞는다.
근데 이곳이 너무 좋아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되건 말건 걍~ 눌러 앉고 싶다. 동백이와 초록잎새님 또한 "너무 좋다.~ 너무 좋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곳에 머물고 싶어 한다.
왜?
탁 트인 바다 배경에 굳이 텐트를 칠 필요가 없고, 거기에 더해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넉넉한 식탁까지 갖춰진 그야말로 비박하기에 딱 좋은 조건을 나무랄 데 없이 갖추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우리의 리더인 산찾사님은 일정상 불가피하다며, 대신 맘껏 휴식을 취하잖다.
어쩌누~
'대장은 아무나 하나~' 대장의 말을 따를 수 밖에~~그래서 우리는 양말을 벗어 던지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워 유유자적 한가롭게 수다를 떨며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그러나 이내 시끌벅적 3대가 함께한 대가족이 몰려들어 자리를 내주고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제2 휴게정자가 위치한 하화도~
꽃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좋다.
산행 들머리인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지점을 지나 다달은 '순 넘 밭 넘~ 구철초 공원'
'순넘밭넘'은
옛날에 '순'이라는 사람의 밭이
있던 곳이라는 뜻이고
'넘'은 작은 고개를 말한다.
구절초▲공원을 지나 큰산▼전망대
와우~^^
완전 대박 풍경인 큰산전망대~ 때문에 우리의 대장 산찾사님은 오늘 비박 장소로 이곳을 염두에 뒀는데~
아뿔싸~ 홀로온 중년의 신사가 이미 자리를 선점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막산전망대로 향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기도 했다.
큰산(118m)은 하화도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개도~제도~백야도~금오도 등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큰산 넘어▲깻넘전망대
전망대에 왔으니 또 인증샷을 남긴다. '깻넘'은 깨를 심은 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고개라는 뜻이다. 이렇듯 꽃섬길 하나하나 담고있는 지명이 참 재밌다. 요즘 학생들이 말을 줄여서 사용하는 신조어와 다를 바 없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원조라는 느낌이다.
깻넘에서 해안으로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내려간다.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꽃섬길의 아름다움에 기분이 짱!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 깻넘전망대 방향~
▼ 그 아래 큰굴이 있다.
깍아지른 절벽과 절벽 사이로
파도가 들락거리고
절벽 아래에는 비밀스런
커다란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다.
이름하여 큰굴~
예전에 밀수꾼이 밀수품을
숨겨 놓기도 했단다.
큰굴을 지난 길은 언덕을 올라 숲 속으로 이어지고, 이제 막바지 400m를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막산전망대에 이른다.
이윽고 막산전망대에 도착하니 만보 입이 쩍~ 벌어진~~~ 과연 하화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바로 앞 장구도와 오른편의 상화도~ 멀리 사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선경이요~ 비경이다.
'막산'은 말 그대로 하화도 오른편 끝자락에 자리한 마지막 산이다.
후다닥 텐트를 친 산찾사님이 서투른 만보네 집도 뽀다구 나게 지어 주고는 칠성급 호텔의 맛이라며 으쓱한다. Oh yeah ~ 그럼, 그렇고 말고. '인생 뭐 있어?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실감한다.
산상에서의 저녁 만찬~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우선 싱싱한 채소와 연어회로 입맛을 돋구고
갈비살~살치살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야영의 묘미는 모름지기 먹을거리~ 고기를 구워 먹는 그 재미~ 그 맛이 아닐까 싶다. 물론 술잔을 부딪치며 끈끈한 정을 나누는 분위기도 좋기만 하다.
해가 지는 일몰 풍경에 부끄러운 내 마음도 살며시 내려 놓는다. 그 꿈틀거리는 쓰잘데 없는 욕망과 욕심을~~~
일몰~ 순간의 따스하고
평화로움은 경건함의 극치~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는
것이 아닐까......
어두움이 드리운다.
별 헤는 밤
원목 계단에 걸터앉아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풍경이 정겹다
고즈넉한 즐거움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