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전 통영의 만지도-연대도를 방문했을 때다. “여기 작은 풀들도 각자의 생존 방식이 있어요.” 국립공원 해설사 안명덕 선생님은 예덕나무에 피어난 빨간 어린잎을 가리키며 말했다. “봄이 되면 새로운 잎이 나는데 그걸 애벌레들이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잎 위에 이렇게 빨간 껍질을 만들어서 ‘나는 억새고 맛이 없어’라고 애벌레들을 속이는 거예요. 사람들은 이런 풀들은 그냥 막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모두가 각자의 전략을 가지고 살아가요.”
인간도 전쟁과 착취가 아니라 나무처럼 평화로운 생존전략을 가질 수는 없을까. 영화 <킹스맨>은 세계의 안전을 지키는 비밀 스파이 조직, 킹스맨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일리쉬한 액션 영화다. 악당으로 나오는 ‘발렌타인’은 인류가 지구의 환경을 망치는 바이러스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류의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억만장자인 그는 인간의 절반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 한편 킹스맨은 이것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는 ‘발렌타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방법은 분명 잔인하고 잘못되었다. 그가 어마어마한 자신의 부를 활용하여 인간의 절반을 살해할 계획을 굳이 세우지 않았더라도 자연적으로 줄어든 출산율만큼 인류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그의 환경에 대한 절박한 마음만큼은 공감한다.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를 넘어선지 오래다. 우리는 과학기술로 지구가 인류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억지로 키워 놓은 상태이며, 이것 또한 외줄 위의 곰처럼 위태롭다. 동물은 자연적으로 나쁜 환경에서 새끼를 낳지 않는다. 지금의 경제적인 성장과는 반대로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의 반증이다. 모든 환경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구 문제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인구를 줄여야 한다. 전쟁과 기아가 아닌, 출산율 저하로 자연스럽게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지구의 평화적인 자정능력이 아닐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경제적으로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논에서 따닥따닥 붙어 자라는 벼보다 듬성듬성 넓은 공간에서 자라는 벼가 더 많은 쌀을 생산한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이제는 출생률을 높이려고 애쓰지 말고, 줄어드는 국민의 수에 맞춰서 어떻게 더 사람답게 잘 살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다. 사람이 줄어든 지구는 훨씬 더 살기 좋은 행성이 될 것이다.
연대도 트래킹의 마지막 구간을 내려오는 길에 덩굴로 둘러싸인 큰 나무를 올려다 보며 안명덕 해설사님이 말했다. “저기 큰 나무를 보세요. 오래되고 큰 나무지만 그것을 많은 덩굴들이 감싸고 있어서 나무가 죽을지도 몰라요. 과연 우리는 나무를 위해서 덩굴들을 잘라내야 할까요? 어떤 것을 보존하고 어떤 것을 없애야 할까요? 저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저 큰 나무가 자연스럽게 죽게 되면 그 주변에는 나무의 그늘에서 자라지 못했던 작은 나무들과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나서 또 다른 생태계를 이룰 거예요.” 인간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아닌 자연스러운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지구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지구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생존전략이 아닐까?
2.
요가를 했다. 수업의 마지막은 수련 동작들을 끝내고 편안하게 누워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시간이다. (감기 때문에) 목 안은 개미들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간지럽다. 몸도 마음도 어디 하나 편하지 않았다. 기침을 참으니 눈물이 났다. “씨이잉~~~” 싱잉볼의 주파수가 목의 떨림과 공명한다. 간지러워서 슬퍼졌다. 대게 슬픔은 상실에서 찾아온다. 어떤 상실들을 생각했다.
생명은 모두 떨어진 나뭇잎 같다. 땅으로 떨어진 잎은 천천히 분해가 되어 흙이 되고, 흙은 다시 나무의 일부가 된다. 태어나고 늙어가고 죽는 것은 다시 우주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다. 떨어진 나뭇잎으로서 각각의 외로운 존재가 아닌 수많은 잎이 어우러진 뿌리 깊은 나무이고 싶다. 하늘-사람-땅의 순환은 모든 생명과 우주의 자연스러운 작동 원리다.
므찌는 멋진 나무의 일부가 되었겠지?
첫댓글 읽으며 제 목도 가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첨벙님 감기는 이제 좀 어떠신지요? 건강한 모습으로 내일 만나길 바라요 ^__^
네~~~~ 내일은 건강하고 즐겁게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