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부 심사평>
백일장 심사에 앞서 한 편의 시가 어떻게 태어나는가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본다. 자연 및 어떤 사물에 대하여 관심과 관찰을 통하여 뭔가를 발견한 것이 바로 시의 씨앗이다. 우리는 그걸 영감이라고 부른다. 시의 씨앗이 발아하여 한 편의 시가 되기 위해서는 일상의 언어가 아닌 문학의 언어로 접근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추되 이치에 맞아야 한다.
일반적인 시 쓰기와 달리 백일장은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시제로 글을 써야 하기에 평소 시작에 대하여 훈련을 쌓지 않으면 작품을 써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완성해 내는 것을 보면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의 순발력이 보통이 아니다.
이번 4·8독립만세운동기념 전국청소년백일장대회의 시제는‘우산’과‘섬’이었다. 예선을 통과한 작품은 총 24편이었는데 제목별로 분류해 보면 ‘우산’이 14편, ‘섬’이 10펀이었다. 먼저 같은 제목의 작품들로 분류하여 순위를 매겼다. 그 다음 두 제목의 작품 가운데 11 작품을 골라냈다.
11명 중에서 다시 선정한 대상과 금상을 수상한 세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이었다. 우산을 꽃과 병치시키는가 하면 고시원과 폐선박을 섬으로 치환하여 작품을 이끌어 나갔으며 비유가 신선하였다. 첫 연이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세 작품이 마지막까지 겨루었다.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에는 폐선박이/ 망명정부를 이루고 있다 - (김예림, 섬)
수영할 줄 모르는 이들이 모인/ 수영장과 수강생 캠프 – (정선우, 섬)
어쩌면/ 꽃과 우산의 운명이 같은지도 모르겠다 - (김다비, 우산)
이 세 작품 중에서 대상 작품으로 김다비, 섬을 선정하였다. 이 시가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산과 꽃의 유사성을 발견한 뒤 그걸 문학의 언어로 접근한 데 있어 짜임새 있게 잘 풀어나갔으며 비유 또한 참신하였다. 시의 넷째 연“꽃의 뿌리는 거푸집 같아서/땅 속에서 조금의 이동도 없지만/우산의 뿌리에는/자꾸만 마음이란 것이 두근대서/달린 두 발로 땅 위를 이리저리 누비는 것이다.”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의 두 다리 역시 우산과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겨룬 두 작품 역시 대상 못지않은 작품들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들 등위에 연연하지 말고 언어를 갈고 닦아 먼 훗날 탁월한 문사가 되기를 바라며 심사를 마친다.
김재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