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산청에서 (이럴 때도 있었는데......)
2018년 사냥 일기
12월 1일(맑음) 꽝을 친 이야기
금년 사냥은 영덕군으로 정한 것이 여태껏 사냥 50년 만에 일대 큰 실수였나 보다.
경북은 수렵기간 동안 한번도 AI 때문에 중단한 적이 없어서 택했는데...
수렵개시 날 11월 20, 21일 하루 반나절, 24, 25 하루 반나절에 장끼는커녕 까투리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가?
그래도 아내 정포와 총을 들고 개와 함께라면 싫증이 나지 않고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12월 1일 아침 5시.
아내 정포와 함께 영덕으로 내달렸다.
장장 왕복 9시간 거리다.
이번에는 영덕총포사 주일영 사장이 몇 군데 포인트를 알려 준다기에 희망을 가지고 떠난 것이다.
총을 찾아 9시 반, 약속시간에 총포사로 갔는데 문이 잠겨져 있는 것이다.
기분 좀 상해서 전화를 걸었다.
“아니? 9시 반에 약속을 해놓고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저하고 무슨 약속을 했는데예?”
“어제 사모님더러 틀림없이 온다고 했는데 몰랐습니까?”
“뭐라꼬요? 대체 어디 계십니꺼?”
“총포사 앞에 있지 어디 있겠오?”
5분이 지나 어떤 젊은이가 포터를 타고 황급히 달려왔다.
“아니 저하고 약속을 했다고예?”
이런? 이런 낭패가 어디 있나?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다.
며칠 전 영덕 파출소근처에 산다고 2인1조 때문에 총을 찾지 못하게 되면 연락을 해달라는 모 밴드회원 김성일 후배다. 꿩이 어디에서 볼수 있냐고 서로 전화를 한번 했을 뿐이다.
이젠 주사장이 들이닥쳤다.
정말 김 후배에게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실례를 범했다.
그래도 내일 자기 동네로 가면 꿩을 볼 수가 있다고 아침 7시 반에 만나자며 떠난 김 후배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무리 어린 후배라도 내 실수가 부끄러워 떠나기 전에 어렵게 오늘 저녁식사 약속을 받았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거절을 당할까봐 조심스러웠다.
영덕총포 주사장이 알려준 곳을 털어 봤으나 미리 나는 선달 하나만 보았을 뿐이다.
다시 지난 11월 10일 미리 답사를 해서 꿩을 보았던 노물리로 갔다.
첫날 신장상 후배가 장끼 하나를 보았다던 골짜기를 뒤지려는데 아내 정포는 너무 힘들어 차안에서 쉬겠다고 안 올라간다.
할수없이 혼자 올라갔다.
거의 다 올라갔을 무렵 갈대와 잡풀이 무성한데다 ‘루키’가 포인을 한다.
“들어갓!”, 안 들어간다. 돌을 던져야 들어간다.
이렇게 하길 여러번!
요녀석이 날지를 않고 빙빙 도는데 아무래도 묵치 같았다.
드디어 20m 뒤에서, “꽈드등! 꺼겅껑껑!”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숲을 배로 깔고 0도로 얕게 나르는 게 아닌가?
재빨리 총을 들어 조준하여 방아쇠를 짜는데 총알이 나가질 않는다.
“이런! 안전핀을 안풀렀군!”, 생각하면서 다시 풀러 쏘니 늦어서 되나?
“땅!”, 헛방이다.
너무 한심했다.
이젠 나무에 가려서 더 쏠 수도 없었다.
얼마 만에, 모처럼 만난 첫 꿩인데 이게 뭐냐 말이다.
하염없이 꿩이 날아 올라간 산만 쳐다보며 한탄을 하는 심정은 정말 처량했다.
엽총을 정말 패대기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렵 동영상을 보면서 1년 내내 거총하면서 안전핀 푸는 연습은 했지만 허사였다.
“50년 동안 습관을 고치려고 한 것이 큰실수!”라고 아내 정포에게 책망만 들은 하루였다.
정말 노땅 땡포 박은 이제 노련한 엽사가 아니라 엊그제 사냥을 시작한 초보 짓거리만 하고 다닐 것인가?
정말 바보 같다! 너무 한심하다!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려주세요.
올해 경주도 꿩이 별로 없는거 같습니다 금역구에는 그나마 보여도 쏘지를 못하니 많이 아쉽네요;;;
고양이가 꺼병이 때 다 잡아먹어서 그렇다는 것이 맞는 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