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교육감 판결문을 읽어보았는데요, 장장 189쪽에 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유죄 선고는 아쉽지만, 판사의 노고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단체 사람들이 판사 집에까지 가서 법석을 떨었다고 하는데, 몰지각한 일입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판결의 의의를 평가하면서, 한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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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 사건 제1심 판결에 대한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입장
우선 우리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초대 회장 강경선 교수, 제2대 회장 곽노현 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제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법학계와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비록 유죄가 선고되긴 하였지만, 검찰이 제시한 ‘후보매수’의 시나리오는 전면 탄핵되었으며, 곽노현 교육감과 강경선 교수의 ‘선의’가 옳게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재판부는 공판중심주의의 원칙에 충실하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갔고, 그 결과 곽교육감과 강교수는 마침내 세간의 악담과 부정한 낙인으로부터 해방되어, 오히려 그 명예가 회복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처음 기자회견에서 ‘진실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얘기한 바 있듯이, 곽교육감과 강교수는 상대측의 녹취록, 즉 검찰 쪽의 유력한 증거에 대하여도 당당하게 증거 동의를 하였고, 본인들은 물론 최갑수 교수를 비롯한 관련 증인들도 법정에서 그 유불리와 관계없이 자신의 얘기를 그대로 다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결국 재판부에 의하여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선거판에서 통상 상상될 수 있는 ‘후보매수’와 다르다는 점이 인정되었던 것입니다.
나아가 곽노현 교육감은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검찰의 편견, 예단, 부당한 구속 수사로 ‘멈추었던’ 서울 교육이 다시 진행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록 유죄판결이긴 하지만, 오만한 검찰의 권력 남용을 견책하고, 혹시 개재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검찰 수뇌부의 정치적 기획을 일단 좌절시켰다는 점에 이 판결의 또 다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지극히 유감스런 사실입니다. 재판부는 곽교육감과 강교수의 선의를 인정하면서도 행위의 객관적 의미에서 여전히 ‘대가성’이 성립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사자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후보매수 혹은 이해유도’의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동 범죄구성요건에 ‘목적’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객관적인 의미로만 범죄성립을 논하는 것은 곧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적용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이점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며, 앞으로 진행될 상급심에서 재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번 사건 관련 당사자들 모두 새로운 서울 교육을 염원하고 투신하고자 한 분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고자 합니다. 특히 교육민주화에 헌신해 왔던 박명기 교수에게 검찰의 구형량과 동일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음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적 소수자들 간의 후보단일화에 수반되는 경제적 문제를 사후에 함께 풀어가려는 책임감을 과연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위험한 관계로 볼 것인지 아니면 주민들의 대표성을 형성해 가는 민주주의적 협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헌법적 판단도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향후 진행될 상급심에서 곽노현 교육감, 강경선 교수의 선의가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아울러 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실성이 모든 이들에 의하여 공유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은 모쪼록 불안정한 상태이나마 황폐화된 우리 교육 현장에 사랑의 학교, 기쁨이 있는 학교, 배움의 공동체를 되살리는 데에 신명을 다 바쳐 줄 것을 기원합니다.
2012. 1. 25.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 일동
(회장 김인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