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MBC 공채 시즌이 돌아왔다. 며칠전 회사 앞 횡단보도에서 지원서를 들고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는 여학생을 보았다. 그녀가 기다리는 '파란불'은 MBC로 가는 '파란 불'인 동시에 방송인의 꿈으로 가는 '파란 불'이겠지. 96년 이맘때 설레이는 기분으로 들어서던 자신을 떠올려봤다. 방송사에 다니는 누구라도 보이면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는데... 비슷한 심정으로 imbc.com 게시판을 찾아헤맬 친구들을 위해 글을 올린다.
먼저, 올해 초 전교학 신문과 가졌던 'PD 지망생과의 만남'을 올린다. 그리고 나 자신의 면접기와 작년도 입사한 신입 피디들의 면접기와 수험기를 이어 올리려한다.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스탬과의 화합 위한 대인관계등 중요
기쓰고 만든 프로 시청자 외면땐 '죽을맛'
일할땐 밤샘 예사...강한 체력도 필수조건
MBC방송아카데미 연출반 출신의 피디지망생 이상준군(고려대 화학과 졸), 이연순(단국대 독문과4)양이 MBC방송의 김민식 피디(36)을 만나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알아봤다. 입사 7년차인 김피디는 청춘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했으며, 지금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박수홍의 러브 하우스' 코너를 맡고 있다.
이상준 = 피디의 장단점을 소개해달라.
김민식 = 많은 사람들이 피디에 대해 막연한 환상 내지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생각만큼 화려한 직업은 아니다. 매일 예쁜 탤런트랑 반갑게 인사하고, 재미난 개그맨들과 웃으며 일하는 직업? 오히려 밤샘 편집 후 거울속의 폐인과 인사하고, 썰렁한 장면 방송 나갈때는 민망해서 쥐구멍에 숨고싶은 직업이 피디다. 출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고... 어떤 날은 새벽 4시에 퇴근하고 어떤 날은 새벽 4시에 출근한다. 그게 이어지면 죽음이지... 방송시간이 닥치면 24시간 연속으로 일하는 것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오죽하면 해마다 한명씩 뇌혈전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는 동료들이 나왔겠는가. 그럼에도 이 직업의 매력...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열심히만 하면 수백만 시청자들에게 웃음도 주고 감동도 줄 수 있다는 점... 요즘 같은 미디어 시대에 공중파 PD로서 느끼는 보람과 만족도는 아주 크다.
이연순 = 피디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김민식 = 보통 2차 전형까지 통과하는 사람이 1백명이고, 거기에서 5명 정도가 뽑힌다. 100명까지는 객관적인 점수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다음은 정말 개성과 개인기다. 내 경우는 디스코도 추고 다양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최근 면접경향은 공격적인 질문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때 톡톡 튀는 자기만의 장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단계에서 합숙훈련등 그 사람의 조직통솔 및 융화능력을 알아보는 다양한 평가를 하게 된다.
이상준 = 피디가 갖춰야 할 자질로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김민식 = 현장장악력 섭외력등 요구되는 것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라고 본다. 피디가 되면 작가 조명기사 연기자 등 최소한 20 ~ 30명과 함께 일하게 된다. 각자에게서 최선을 끌어내 하모니를 이루게 하는 것이 피디의 능력이다. 일반회사와는 달리 방송이란 1대 수천, 수만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제작 일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강한 체력도 요구된다.
이연순 = 프로듀서로서 정식으로 데뷔하려면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가.
김민식 = 예능국은 3 ~ 3.5년, 교양국은 2년 정도이고 드라마국은 평균 7년 정도 걸린다.
이상준 = 왜 피디가 되기로 결심했는가.
김민식 = 피디가 되기 전 대기업체에서 잠깐 근무했다. 그때 내 나름대로 낑낑대며 열심히 작성한 시안이 발표될 기회도 없이 내 위 상사선에서 묵살 당하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 5 ~ 10년이 흘러도 책상위의 명패만 과장, 부장으로 바뀔뿐 하는 일은 똑같은 현실이 답답해 보여 피디를 준비하게 됐다.
이상준 = 피디의 능력중 원만한 대인관계가 필수라고 했는데 김피디는 어떤 유형인가?
김민식 = 한마디로 난 비굴형이다(웃음). 예전의 대피디들은 제왕적 리더십을 가졌거나 카리스마로 구성원을 조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연기자 등 각 구성원들에게 살살 애교를 떨며 '비굴하게' 부탁하는 편이다. 어떤 타입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다만 구성원들에게 먹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연순 = 힘들 때는 언제인가.
김민식 = 나는 기를 쓰고 만들었는데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을 때다. 얼마전 시청률 저조로 조기종영될 위기에 처한 정통사극 대PD 선배가 인터뷰에서 "지하철에 뛰어내리고 싶었다"라고 심경을 피력했는데 정말 이해가 갔다. 보통 3번 연거푸 시청률이 저조하면 프로그램을 못맡게 된다. 피디는 워낙 책상이 없기 때문에 책상이 없어질 수는 없고 담당 프로그램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피디들에게 직업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이상준 = 보람을 느낄 때는?
김민식 = 나의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가 현실화돼 사람들에게 감동과 휴식을 줬을 때이다. 얼마전 집사람이 시립도서관에 갔는데 '논스톱'을 하는 시간이 되자 열람실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휴게실 텔레비전 앞에 모이더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다. 수만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나의 프로그램을 보고 하루의 휴식을 취한다는 것, 정말 짜릿하지 않은가.
이연순 = 여자 피디 진출현황은 어떻고 안보이는 성차별은 없는가.
김민식 = 성차별은 전연 없다. 내 위로 여자선배가 드물었는데 최근 '공격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웃음). 임정아라는 내 동기 여자피디가 있는데,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를 처음 만들고 또 예전에 'god의 육아일기'를 연출했던 실력파다. 임정아 피디가 지닌 장점은 여성의 심리를 꿰뚫고 있고 (인테리어 정보와 버라이어티 쇼의 결합. 육아 정보와 재미를 함께 주는 코너 개발) 또 섬세한 감정의 연출이 뛰어난 점이다. 임정아 피디 외에도 현재 MBC에는 남자 피디와는 또다른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가는 잘나가는 여자 피디들이 많다. 남자에게 뒤지지않겠다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시청자의 눈은 예리하며 또 공정하다. 프로그램 만듦새에 대한 평가는 연출가의 성별을 가리지 않으니, 여학생들이 꽤 도전해볼만한 일터라 생각한다.
이연순 = 내 경우, 예능국에서 계약직으로 3년간 일하게 됐다. 혹시 계약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취업하게 될 가능성은 없는가.
김민식 =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경우는 아직 없었다. 요즘 공중파 외에 채널이 많아져 피디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한층 넓어졌다. 공중파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큰 기회다. 이를 테면 수업료를 받으며 다양한 현장경험을 쌓게 되는 셈이다. 비록 공중파에 꼭 가지 않더라도 나중에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첫댓글 와~ 저는 드라마 pd가 꿈입니다.. 열심히 제 개인기를 살려야 겠다는.. 대인관게도 아주 중요하죠?
모두모두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