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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아카데미문학과창작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2010년 숲속의 시인학교
―공주문학축제
김다명
(시인)
<한국시인작가협의회>와 계간 <문학과창작>이 주최하고, 시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제22회 숲속의 시인학교, 공주문학축제가 2010년 8월 7일과 8일, 이틀간에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주시가 후원을 해주었다.
나로서는 지난해 춘천 숲속의 시인학교 행사에 처음 참여한 이래 두 번째 참가다. 작년 행사가 알차서 추억거리를 많이 장만했던 터라 이번 행사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자 빗발이 날렸다. 남쪽에 태풍이 지나가서 비가 오리란 예보를 들은 바 있지만 그래도 은근히 해가 개었으면 바랐는데 이번 일정을 비 속에 치르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모이는 시간인 9시보다 30분쯤 이르게 출발지인 강변역 테크노마트에 도착했는데도 선생님 시인들과 선배 시인들은 거의 모두 당도해 있었다. 충주에서 양채영 선생님을 비롯해 김생수, 이정자 시인도 올라와 있었다. 김광림 선생님을 비롯해 강민, 김여정, 고창수, 강우식, 박제천, 윤강로, 공광규 선생님들은 모두 1호차에 탑승했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중진 원로선생님들일수록 시간 관념이 철저하시다. 손옥자 회장을 비롯해 간사를 맡은 최가림, 태동철, 최영준, 김창희, 황경순, 김나무 시인들이 준비한 음료수며 간식을 부지런히 차에 실었다. 작년에 봉고차를 몰던 고영 시인, 문학아카데미의 지현아 회원도 간사진을 거들고 있었다. 1호차엔 박승미, 고정애, 정호정, 노혜봉, 한이나, 이영신 씨등의 선배 시인들이 탑승했고, 자연스럽게 젊은 시인들은 2호차에 승차하였다. 나도 2호차에 자리를 잡았다. 차 안은 단연 활기찼다. 출발하면서는 간간이 비를 뿌리던 하늘이 말끔하게 개이고,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즐거운 여행이 예견되었다.
2010년 공주 숲속시인학교에는 1, 2호차 버스 두 대가 준비되었다. 2009년도에는 버스 한 대로는 모자라 몇몇 젊은 시인들의 승용차 지원을 받았었다. 작년에 비해 자리가 한결 여유로워 여러 시인들이 한자리에 어울려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게 되었다. 하지만 관례처럼 또 몇 분 시인들이 원거리에서 오느라 늦어져 버스는 예정보다 늦게 출발하였다.
2호차의 여행가이드는 연장자 시인이며 운영진인 태동철 시인이다. 무슨 일이든 즐거워하는 태동철 시인의 긍정적 마인드와 성실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본보기가 될 만하였다. 호명 받은 시인이 인사를 할 때마다. 버스 뒤쪽에서 마치 동심으로 되돌아가기라도 한 듯, 유쾌한 구호가 터졌다. 아마도 최영규 시인 같았다. 버스가 가는 동안 김생수 시인의 기타 연주와 노래가 계속되었다. 7080 추억의 라이브 콘서트가 벌어진 것이다.
공주의 정안휴게소에 버스가 섰다. 날씨는 이제 활짝 개어 있었다. 문학아카데미 숲속의 시인학교는 올해가 스물 두 번째인데, 한번도 비와 맞딱드리지 않았다 한다. 1, 2호차 시인들은 휴게소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재삼 확인했다.
첫 번째 행사는 부여 궁남지 연꽃축제 관람이었다. 연일 계속되던 폭염이 입추라는 절기 앞에서 주춤한 듯 해가 구름 속에 살짝 숨더니 여우비 같은 소나기가 잠깐 지나가며 열기를 식혀 주었다. 입구서부터 부용화가 붉고 큰 꽃잎으로 반겨 주었다. 시인들의 감동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삼삼오오 기회만 되면 모두들 기념 촬영을 했다. 절대 걷지 않으신다던 박제천 선생님께서도 흥이 나셨는지 앞장서 걸었다. 여류시인들이 모여들어 인사를 하자 강우식 선생님의 안색이 연꽃처럼 환해졌다. 고창수 선생님은 연꽃마다 카메라 렌즈를 맞추고 계셨다. 비디오카메라나 8밀리 카메라를 즐기시던 선생님께선 최근엔 사진으로 전공을 바꾸셨다 한다. 저 사진기 속에서 피어나는 궁남지의 홍련 백련 수련들을 떠올리자니 내 마음도 맑고 환해졌다.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사랑이 싹텄던 포룡정에 갔다. 고정애 시인과 정영숙 시인 앞에서 아는 척하고 현판을 읽었는데 그만 ‘포’자를 잘못 읽었다. 아이고, 망신살이 뻗쳤다. 그런데 귀 밝은 박제천 선생님께서 한 말씀, “포옹도 모르냐?“ 에구, 나는 또 졸지에 돌이 되고 말았다. 이곳에서 강민, 김여정, 이영신, 노명순 시인께도 인사를 드렸다. 여기에서는 모든 시인들이 그저 이상 시인의 작품 속 그 아해들이었을 것 같다. 나 역시 뒤에서 와락 껴안는 최영규 시인의 깜짝 인사에 마음이 활짝 열렸다. 포룡정에서 시인들이 사진 찍느라 일어설 줄 모를 때 최영규 시인이 “배고파~” 큰소리를 거듭 질렀다. 모두들 재미있어 했지만 무슨 주문이라도 외운 듯 배고프다는 시인들이 많아졌다.
어리연(토종) 빅토리아연(외래종), 황금련, 수련, 가시연, 왜개연 등등… 연륜과 상관없이 ‘호기심천국’에 빠져들었던 시인들이 그때서야 허기를 느낀 모양이다.
부여시로 들어가 <백제의 집>에서 연밥, 쌈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해마다 가져오신다는 논산 윤문자 시인의 ‘검은깨떡’이 식탁에 돌려졌다. 명품이 따로 없다. 친정엄마 솜씨였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막무가내시던 강우식 선생님이 윤문자 시인을 만나자 조용해지셨다. 예의를 차리실 때도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부여에서 맛있는 점심을 한 다음, 공주문학축제의 일환인 공주문화원을 찾아갔다. 나태주 시인이 반갑게 일행을 맞아주었다. 『문학과창작』의 이상문 주간, 유재엽 평론가, 이원규 소설가를 비롯해 춘천의 김학철, 허문영 선생님, 대전의 유수화, 이섬 시인, 창원의 이경숙, 정이향 시인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나태주 시인이 ‘결핍의 축복에 대하여’이란 타이틀 아래 특강을 했다. 노래로 만들어진 나태주 시인의 영상물과 함께 시인의 40년 시단 회고를 들었다. 나태주 시인은 현재 공주 문화원장으로 재임중이다.
문화원 옆에 있는 구 공주 읍사무소를 활용한 디자인 카페에서는 ‘일상의 행복’이란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던 낡은 건물은 새롭게 탈바꿈하려는 의지로 꿈틀거렸다. 지역에서도 문화에 대한 인식이 다양해져가고 있음을 짐작케 하였다. 다양함은 곧 다시 우리의 모습으로 깊어져 갈 것이다. 그것만이 세계적인 우리 문화의 가치임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전시를 보면서 누가 우리를 이렇게 평가해 준다는 우쭐함을 넘어서 우리의 당당함을 보여주는 내공이 깊어지는 날을 기대해 보았다.
숙소인 공주유스호스텔에서 숙소 배정을 받았다. 그곳 구내식당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6시 30분에 시축제 행사장인 공산성 금서루로 이동하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8월 7일 명사초청 박제천 시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공산성 입구에는 그곳 군수들의 공덕비가 도열하듯 서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금서루에 들어서니 행사장이다. 성벽 위에 서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는 한눈에 보아도 위엄이 있었다. 가지 뻗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고창수 선생님이 김광림 선생님과 나란히 앞줄에 앉아 나무를 살피셨다. 나는 선생님께 다가가 여쭈었다.
“선생님, 숲속의 시인학교에는 22회 중 몇 번이나 참여하셨어요?”
“아마 대부분 빠지지 않고 왔어요.”
“지금 여기 숲속의 시인학교 행사장은 선생님 마음에 드세요?”
“내가 숲속의 시인학교에 참석할 때마다 새롭게 좋았지, 여기 이곳은 유서 깊은 곳이라 더욱 감회가 새로워요.”
나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서 생각했다. ‘오래된 증인처럼 서 있는 저 나무같이 선생님도 저 나무를 참 많이 닮았다’고.
공산성의 야경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금서루를 끼고 좌우로 펼쳐진 성곽의 모습은 백제의 찬란한 역사가 살아 숨쉬는 듯했다. 9가지 색상이 연출하는 금강교 조명도 매우 아름다워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하였다. 행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공주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속속 모여들었다.
마침내 <공주문학축제>, ‘금강 달빛·별빛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손옥자 회장의 사회로 식전행사인 가수 ‘단비와 찬성이’의 노래공연이 시작되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노래로 부른 단비는 우리 숲속의 시인학교와 인연이 깊다. 2009년도 춘천 숲속의 시인학교에서 만났던 가수 이남이 씨의 따님이다. 나는 작년에 이남이 선생님과 허전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기 위해 앉은 빈자리가 우연찮게도 두 분 앞자리였다. 첫 참석이라 종일 서먹했던 내게 어둠은 구세주였다. 마음 놓고 말할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남이 선생님의 부음을 들었다. 그 때문인지 내게는 단비 양의 노래가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해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박장대소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혼자 오신 허전 선생님을 뵈었을 때도 그랬다. 나는 느티나무 고목을 올려다보았다. 노래 부르고 떠나는 단비의 손도 잡아 주었다. 나의 짧은 축원이었다. 노래 덕에 분위기는 업 되고, 다음 진행은 『문학과창작』 주간이신 이상문님이 개회사를 하셨다.
첫순서로는 한이나, 권현수, 황상순, 이영신, 고영, 고정애, 박남주, 최영규, 황경순 , 김창희 시인의 시낭송이 있었다. 시어들이 하나하나 살아 반짝였다. ‘금강 달빛·별빛이야기’였다. 시인들의 신작시 낭송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주경림 시인의 시 퍼포먼스가 있었다. 차안에서부터 부탁받은 후렴, “응애~ 응애~ 김다명을 믿어!” 꼭 찍어 한 그 한마디. 시쳇말로 쪽팔릴 것을 고민했으나 퍼포먼스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책임감에 코러스를 넣자 여기저기서 합창이 되었다. 다음부터는 눈에 띄지 말아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이석정 시인의 유쾌한 하모니카 연주가 있었다.
<공주문학축체> 제2부에서는 공주시에서 주최한 ‘명사와 함게하는 토크 콘서트’의 일환으로 박제천 선생님의 문학특강이 시작되었다.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다른 말로 하면 뭐라 하지요. 시적이라 합니다. 이보다 더 시적일 수 없는 장소네요”라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시창작 강의 내용은 단위에 대하여(9척의 높이), 빛에 대하여 (색+빛, 호박빛색, 가지빛색 등등) 등 구체적 예를 들어 가며 아주 쉽게 응용하도록 풀어 주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역사란 사실로 씌어진 거짓이고, 문학이란 거짓(허구)으로 씌어진 진실”이라며 문학의 힘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춘원의 『단종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을 예로 들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그 문학의 가치도 달라진다는 말씀이다.
선생님의 강의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깊어지고 재미를 더해간다. 지금 여기에서도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청중들은 물흐르듯 유창하면서도 부드러운 담론에 빠져둘어갔다. 밤 분위기 또한 시를 말하기에 더없이 그윽했다. 박제천 선생님의 시강의는 어느 때보다도 이 공산성 금서루와 너무 잘 어우러졌다. 재충전의 역발상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삼천갑자동방삭’의 전설을 말씀하셨다. 그 키워드는 바로 지혜란 말씀을 하신 것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기 위해 예술가도 그 향수자들도 끊임없는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숲속의 시인학교 22년 행사 중 선생님이 처음으로 하신다는 특강은 시간관계상 아쉽게도 30분만에 끝났다.
이어서 윤정구, 김학철, 박승미, 김여정, 고창수, 강민 선생님 등 연륜 많은 시인들의 자작시 낭독은 내 깊은 곳에 침전된 열정을 흔들었다. 고창수 시인은 특강과 함께 「여수」 자작시를 낭독하였는데, 시인의 깊은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이윽고 노명순 시인의 열정이 몰아치는 시극이 시작되었다. 노명순 시인은 강우식 시 「어머니의 물감상자」를 직접 시극화하였다. 최영규 시인의 나레이션을 배경으로 노명순, 김창희 시인이 출연하였고 태동철 시인이 깜작 출연하였다. 나는 주인공인 강우식 시인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시인의 마음을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자 했다. 내가 아는 강우식 선생님에게서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 보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늘 웃을 일만 만들어 주시던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짙은 그리움은 옆자리의 내게 소금맛처럼 배어왔다. 시인은 돌부처이듯 말이 없었다. 대사는 생생하다 못해 절절했다. 큰바늘에 실을 꿰어서 검정 고무신을 깁는 어머니. 그 검정 고무신을 신고 강릉시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시를 쓰러 가는 시인 아들. 여기서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눈물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인이 되고 교수가 되었을, 지금은 내 곁에 앉아 있는 주인공, 주인공 대신에 내가 더 목이 메었다. 그러는 나를 시인은 “이제 보니 바보구나!” 하였다. 그러나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리를 나는 분명 마음으로 들었던 것 같다. 노명순 시인의 기량이 날로 깊어져 간다고 많은 시인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시극이 끝나고 강우식 선생님께서 우리들 앞에 섰다.
“이 파란 물감 속에는 바다가 있다. 너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좌절하지 말고 파란 바다를 한껏 품고 떠나거라. 바다는 여러가지 색을 담고 있다. 객지에 나가서 맘껏, 꼭, 이 색들을 펴보아라.” 이렇게 시인은 지금은 안계시는 어머니 당부의 말을 회상하였다. 그러면서 “금서루의 이 느티나무가 오랜 풍상을 겪고 살아 있는 것은 여러 시인들을 만나려고 오늘 여기 이렇게 살아 왔나 보다. 늙어 갈수록 어머님이 생각난다”며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시인을 향해 어느 시인이 말씀하셨다.
“오늘 강우식 시인은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가 원래 괜찮은 사람이야.”
그랬다. 오늘밤의 선생님은 참 괜찮을 뿐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곧바로 강우식 선생님께 사인을 부탁하는 팬이 있었다. 김서현(공주여고 2년) 김유현(공주교대 부설초 5년) 아주 예쁜 두 자매였다. 어머니 김선하 (공주여고 국어교사) 님의 말에 의하면 고3 상위권 문제집에 시인의 시가 실렸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너무 반갑다고 말하였다. “시인인 척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시인이 되어야지” 하던 시인의 말씀을 새삼 되새기는 기회였다.
노래방에서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나는 노래 공포가 있는 음치여서 보고듣는 것은 무척 좋아하면서도 혹시나 나를 시킬 것 같아 두렵기 짝이 없다. 박제천 선생님께서 오랜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차례가 되면 빼지 말고 되는 대로 부르고 해방되라” 하셨다. 그래야 벗어난다고. “노래 잘하는 사람 많은데 또 시키겠냐”고…. 정답이다. 그래도 나는 무섭다. 아마 노래의 달인들은 신났겠다.
그런데 박제천 선생님께서 신곡을 발표하셨다. 익히 알고 있는 「나의 살던 고향」은 너무 알려졌다는 판단에 신곡을 찾으신 것 같다. “who are you~~~” 이 한 소절에 주위에 있던 몇몇 시인들은 또 뒤집어졌다. 아쉽다. 동영상으로 올렸어야 하는데, 아마 돌아오는 설에나 다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꼭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겨야겠다.
짧지만 즐거웠던 뒤풀이 시간을 끝내고 제22회 <숲속의 시인학교>의 첫날을 마감했다. 대부분의 시인들은 백일장을 준비할 요량인지 아니면 잠이 오지 않는지 달빛 아래로 걸어나갔다.
다음날 8월 8일 오전 10시에는 공주유스호스텔 강당에서 문학특강이개최되었다. 언제 작품을 썼는지 많은 회원들이 백일장 작품을 제출했다.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옮겨가고, 황상순 시인이 사회를 맡았다. 첫 강의는 강민 선생님이 하였다.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겪은 경험담이다. 그 속에서 개인의 의식세계와 인식이 당대 정치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었는지, 그 격랑 속의 회상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적과의 동침, 어린 인민군과 헤어지며 나눈 다짐의 말은 겨우 “야! 우리 죽지 말자!”였다니 얼마나 아이러니 한 일인가.
고명수 시인(동원대 교수)은 문학치료의 임상적 효과에 대하여 강의하였다. 문예창작이론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하는 강의였다.
공광규 시인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시”에 대한 강의를 하였다. 솔직하고 재미있고 즐겁게 쓰자는 내용이었다.
박제천, 윤강로, 박승미, 최금녀 시인이 심사를 맡은 2010년 숲속의 시인상은 윤강로 시인이 심사평을 해주었다. 윤강로 선생님은 금년도 응모작들의 수준이 높았으며 특히 장원에 오른 두 작품은 우열을 견주기 어려워 <숲속의 시인상> 시작 이래 처음으로 공동 시상키로 하였다고 한다. 시상은 박제천 시인이 해 주었으며 전례대로 작품의 첫 행을 읽으면 작품의 주인이 일어나서 본인의 시임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슴 설레는 장면이었다. 차상 역시 두 사람이었다. 정진영 시인과 정경자 회원이었다. 정경자 회원은 작년에 이어 연거푸 입상을 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잇달아 공동수상의 영예는 고영, 최가림 시인에게 돌아갔다. 수상작품 낭독을 들으며 언젠가는 나도 한번 수상을 해야지 마음을 다잡았다.
시인들의 인기우정상은 고창수 시인이 시상하였다. 양천웅, 정경자, 허전 시인이 새로운 주인공들이었다. 정경자 회원은 백일장에 이어 인기우정상에도 당선이 되어 화제를 낳았다. <새이학가든>에서 점심을 마치고 아쉬운 1박 2일 숲속의 시인학교 행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2010년 숲속의 시인학교 춘천문학축제에는 김광림 강민 양채영 강우식 박제천 고창수 김여정 나태주 윤강로 김학철 이상문 유재엽 이원규 허문영 공광규 박승미 고정애 정호정 이보숙 한이나 윤문자 이섬 노혜봉 이영신 주경림 노명순 이석정 고명수 이영식 최영규 김창희 박남주 윤정구 고영 최금녀 김수목 황상순 정영숙 유수화 손옥자 권현수 최가림 황경순 정진영 태동철 이정자 김생수 허전 최영준 김나무 이영지 이명 김다명 정경자 이담하 황옥경 양태권 오병금 김숙희 이경숙 지현아 안승우 정이향 김정숙 차상미 이건덕 최정순 서정임 표연분 양천웅 유채연 권명곡 시인들이 자리를 빛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