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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원 박사의 周·人·工 四書三經] *—<제61강> (2017.05.08)
— <周·人·工 四書三經>은 ‘周易과 人性을 工夫하는 四書三經 강좌’를 말한다 —
주역(周易) (제2강)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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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부> ; 1. <주역 제1강 복습> ‖ 2. 코드(CODE) 주역의 기초
[오늘의 주역(周易) 공부] *— <코드주역의 기초>
1. 성인(聖人)들의 주역(周易) ; 복희(伏羲)—문왕(文王)—주공(周公)—공자(孔子)
『주역(周易)』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동이인(東夷人)의 성자(聖者) ‘복희씨(伏羲氏)’에 의해서 최초로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우주만물이 음양(陰陽)으로 되어 있다는데 주목하여 그것을 기호화하여 역(易)의 기초를 만들었다. 주역(周易)은 우주와 세상의 모든 만물을 음양(陰陽)으로 설명하며 그 변화(變化)의 양상을 형상화하여 팔괘(八卦)를 완성하였다.
이후,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팔괘를 중첩하여 ‘64괘’를 만들어 자연계의 모든 현상과 인간의 모든 일들을 6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문왕은 괘(卦)에 이름[卦名]을 붙이고, 각 괘에 대한 설명인 괘사(卦辭)를 썼다. 주역(周易)의 한 괘(卦)는, 각각 세 개의 효(爻)를 가진 상·하괘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각 괘는 여섯 개의 효(爻)로 이루어져 있다. 주역(周易) ‘64괘(卦)’가 예순 네 가지 변화를 제시한 것이라면, 384개의 각 ‘효(爻)’는 그 괘 안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의 양상을 표현한다.
문왕의 넷째 아들인 주공(周公)은 아버지 문왕의 가르침을 받아 각 괘의 효사(爻辭)를 썼다고 한다. 괘사나 효사는 모두 코드로 표현되어 있기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에 춘추시대 말기의 공자(孔子)가 이『역경(易經)』에다 다양하고 세세한 설명(說明)을 붙여 주역의 체계를 완성했다. 공자가 붙인 10갈래의 설명[傳]을 ‘십익(十翼)’이라고 한다.
고래로 성인의 글을 경(經)이라 하고, 현인의 글을 전(傳)이라 하는데, 공자는 문왕과 무왕을 성인(聖人)으로 추앙하며 스승으로 삼았으므로 공자는 자신이 쓴 주역(周易) 십익(十翼)을 모두 전(傳)이라 했다. 십익(十翼)은 단전, 상전, 계사상·하전, 건문언전, 곤문언전, 설괘전, 서괘상·하전, 잡괘전이 그것이다. 십익(十翼)에 대한 해설은 <주역 제1강>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므로『주역(周易)』은 어느 특정한 한 사람의 저작이 아니라 네 분의 성인(聖人)의 의해 정제되고 완성된 경전(經典)이라고 할 수 있다.
2. 주역의 코드 찾기 ; ‘코드(CODE)를 알면 길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역(周易)은, ① 상수역(象數易)과 ② 의리역(義理易)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코드 주역’이란 ‘상수역(象數易)’에 해당한다. 공자가 주역(周易)의 십익(十翼)을 쓰시고서, 주역을 한 마디로 말씀하셨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서 “역(易)은 상(象)이다.(易者象也)”라고 하셨는데, 여기에서 ‘상(象)’이란 바로 주역의 괘(卦)의 상(象)이요, 효(爻)의 상(象)이다. 상(象)은 형상(形象)이다. 손기원 선생은 이 상(象)을 오늘날의 용어로 ‘코드(CODE)’라고 했다. 상(象)을 알면 주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상(象)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하늘의 이치와 세상만사의 모든 것을 통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에서 상(象, CODE)야말로 하늘과 세상만사의 이치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리하여 의리역(義理易)까지 통달하게 된다. 주역 공부는 먼저 상수역으로 길을 찾고, 그 다음으로 의리역을 공부하는 것이다.
사실 세종대왕(世宗大王)을 비롯하여, 회재(晦齋), 퇴계(退溪), 율곡(栗谷), 남명(南冥), 이순신(李舜臣), 다산(茶山) 등 우리나라의 훌륭한 존현(尊賢)들은 거의 모두 주역의 대가이며, 마음의 수양과 실제의 의사 결정에 주역을 요긴하게 활용하였다. 특히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잡는 것, 입으로 읊조리는 것,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붓으로 기록하는 것부터 밥을 먹고 … 손가락을 놀리고 배를 문지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도 주역(周易)이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윤영희에게 보낸 편지>)고 갈파했다.
그리고 코드를 응용하여 파생된 주역도 많다.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이나 한방(韓方)의 사상의학(四象醫學) 등이 대표적이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주역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1) 주역의 코드(CODE) 찾기 ; 육효(六爻)의 호칭(呼稱)과 음양(陰陽)의 별칭(別稱)
주역(周易)의 한 괘(卦)는, 각각 세 개의 효(爻)를 가진 상·하괘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각 괘는 여섯 개의 효(爻)로 이루어져 있다. 주역(周易) ‘64괘(卦)’가 예순 네 가지 변화를 제시한 것이라면, 384개의 각 ‘효(爻)’는 그 괘 안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의 양상을 표현한다. 효(爻)는 기본적으로 양효(陽爻)와 음효(陰爻)의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효의 이름은 ‘구(九)’라고 하고 음효의 이름은 ‘육(六)’이라 한다. ‘육(六)’은 짝수로 음(陰)을 대표하는 수(數)이고 ‘구(九)’는 홀수로 양(陽)을 나타내는 수(數)이기 때문이다. 손기원 선생에 의하면, 팔괘(八卦) 중 음(陰)을 대표하는 곤괘(坤卦)의 경우 세 개의 효(爻)가 여섯 개의 토막으로 이루어졌므로 ‘六’을 음효(陰爻)의 별칭으로 썼고, 건괘(乾卦)를 이루는 세 개의 양효(陽爻)는, 곤괘의 각 효가 두 토막으로 되어 있으니 그 사이에 한 토막을 넣어 이어주면 양효가 된다고 생각하여, 건괘 전체가 아홉 토막이 되기 때문에 '九'를 양효(陽爻)의 명칭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각 괘의 여섯 효(爻)는 아래에서 위로 헤아려 ‘초효(初爻), 이효(二爻), 삼효(三爻), 사효(四爻), 오효(五爻), 상효(上爻)’라 하는데, 예컨대 ‘중천 건괘(乾卦)’와 같이 모두 양효(陽爻)일 경우에는 아래에서 부터 ‘초구(初九), 구이(九二), 구삼(九三), 구사(九四), 구오(九五), 상구(上九)’로 부르고, ‘중지 곤괘(坤卦)’와 같이 모두 음효(陰爻)일 경우에는 역시 아래에서부터 ‘초육(初六), 육이(六二), 육삼(六三), 육사(六四), 육오(六五), 상육(上六)’으로 부른다. 그리고 양효와 음효가 섞여 있는 ‘택뇌(澤雷) 수괘(隨卦)’의 경우 그 효(爻)의 명칭은 ‘초구(初九), 육이(六二), 육삼(六三), 구사(九四), 구오(九五), 상육(上六)’이 되는 것이다.
(2) 주역의 코드(CODE) 찾기 ; 효(爻)의 자리에 따른 위상(位相)과 ‘관계(關係)’
① 효(爻)의 위상(位相) ; 주역은 중·정(中正)의 철학이다.
주역의 각 효는 서로 특별한 ‘위상(位相)’과 ‘관계(關係)’를 가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中·正·應·比’이다. 이 네 가지는 주역의 코드를 해석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잘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中·正·應·比’
‘中’은 각 괘의 상층부와 하층부에서 ‘가운데 자리’에 있는 효의 위상(位相)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효(二爻)와 오효(五爻)는 하괘와 상괘의 중심에 있으므로 ‘中’이라 하고. 나머지 효(爻)는 그대로 ‘不中’인 것이다. ‘中’은 ‘중심이 되어 상황에 맞게 처신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正’은 양(陽)의 자리에 양(陽)이 오고 음(陰)의 자리에 음(陰)이 왔는가를 따지는 효의 위상(位相)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각 괘에서 ‘1·3·5효’는 양(陽)의 자리이고 ‘2·4·6효’는 음(陰)의 자리이다. 양의 자리에 양이 오거나 음의 자리에 음이 오면 ‘正’이요, 그렇지 않으면 ‘不正’이다. ‘正’은 ‘굳세어야 할 때 굳세고 부드러워야 할 때 부드러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컨대 건괘(乾卦)의 경우, 구이(九二)와 구오(九五)는 ‘中’이요, 나머지 효는 ‘不中’이다. 그리고 초구(初九)는 양의 자리에 양이 왔으므로 ‘正’이요, 구이(九二)는 음의 자리에 양이 왔으므로 ‘不正’이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건괘에서 ‘초구, 구삼, 구오’는 ‘正’이요, ‘구이, 구사, 상구’는 ‘不正’이다. 그런데 건괘에서 상층부와 하층부의 중심을 이루는 ‘中’은 각각 ‘구오’와 ‘구이’인데 이 중 ‘中’이면서 ‘正’인 것은 ‘구오’뿐이다. 그래서 건괘에서 가장 중요한 위상에 있는 것이 ‘구오’이다. 그러므로 ‘구오’는 회사의 사장[CEO]이거나 나라의 대통령, 집안의 가장에 해당한다. ‘구오’의 효사가 ‘飛龍在天 利見大人’이라 하여 ‘하늘에서 비상하는 용(龍)’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심이 되어 천하를 주름잡는 기상(氣相)을 지니고 있다.
곤괘(坤卦)의 경우, ‘육이’와 ‘육오’가 ‘中’이요, 나머지는 ‘不中’이다. 그리고 ‘육이, 육사, 상육’은 ‘正’이요, ‘초육, 육삼, 육오’는 ‘不正’이다. 이 중 ‘中’이면서 ‘正’인 것은 ‘육이’뿐이다. 그래서 곤괘에서는 ‘육이’가 가장 중요한 무게를 지닌다. 그래서 ‘육이’의 효사가 말한다. ‘直方大, 不習无不利’, 즉 ‘육이’가 비록 음효(陰爻)이지만 ‘곧고 방정하고 대담하게 하면 익히지 않더라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한 것이다. 길상(吉相)이다.
② 효(爻)와 효(爻) 사이의 관계 ; ‘호응하는 짝’(應)과 ‘이웃하는 효’(比)
각 괘의 효는 서로 긴밀하고 유기적(有機的)인 관계(關係)를 지니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應’과 ‘比’이다. ‘應’은 상층부와 하층부의 효(爻)가 서로 짝을 이루는 관계를 말한다. 각 괘에서 ‘초효’와 ‘사효’, ‘이효’와 ‘오효’, ‘삼효’와 ‘상효’가 서로 호응하는 짝이다. 그런데 이렇게 짝하는 효가 ’음·양(陰陽)이면 서로 좋아하고 조화를 이루므로 ‘正應’이라 하고 ‘양·양(陽陽)’이거나 ‘음·음(陰陰)’이면 서로 경원하며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서로 ‘不應’의 관계라고 말한다. 자석(磁石)의 성질과 같다. 주역의 코드를 해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比’는 각 괘에서 ‘서로 이웃하는 효’의 관계를 말한다. ‘比’는 ‘좇는다, 좋아한다, 나란히 서다’의 뜻이다. 이웃하는 효가 음·양(陰陽)이면 자석과 같이 서로 서로 당겨서 친밀하고 조화를 이루므로 ‘親比’라 하고, ‘양·양(陽陽)’이거나 ‘음·음(陰陰)’이면 서로 멀리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不比’의 관계라고 한다. ‘中·正·應·比’는 주역의 코드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므로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③ 코드(CODE)로 알아보는 ‘효사(爻辭)’의 성격
모든 괘의 여섯 효(爻)를 읽을 때에는 아래의 효에서부터 위로, 차례로 읽어나간다. 이는 만물이 아래에서 위로 자라기 때문이다. 각 효의 위치에 따라 기본 성격은 다음과 같다.
[1]* 초효(初爻) ; 공간적으로 가장 아랫자리이고 시간적으로 초창기에 해당한다. 초목이라면 싹이 터서 자라는 경우이며, 마라톤의 경우 출발하여 얼마가지 않는 상황이다. 가정이라면 가장 어린 자녀이고, 학교라면 신입생이고, 회사라면 신입사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초효는 책임이 적으며 가볍게 행동하기 쉽고 유혹받기 쉽다.
[2]* 2효(二爻) ; 하층부의 중심(中心)이다. 초목이라면 한창 꽃이 핀 상태이다. 가정에선 자녀 중에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경우이고, 학교에서는 학생회장, 회사에서는 중견사원으로 실무진에 해당한다. 2효는 상층부의 주목과 지지를 동시에 받기 때문에 큰 능력을 갖지만 그만큼 책임도 크다. 건괘에서 ‘구오’가 사장이라면 ‘구이’는 현장실무의 팀장이므로 서로 긴밀하다. 두 군데 효사에 나오는 ‘利見大人’은 바로 그것이다. ‘구오’의 만나서 이로운 대인은 ‘구이’이며, ‘구이’가 만나서 이로운 대인은 바로 ‘구오’이다. 이처럼 효는 그 자체의 위상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관계성을 따져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3]* 3효(三爻) ; 하층부의 가장 윗자리에 있다. 초목이라면 꽃이 시들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기이다. 가정에서는 나이를 넘긴 자녀이고, 학교에서는 졸업반 학생이고, 회사에서는 실무진에 물러났으면서도 아직 간부가 되지 못하거나 실권이 적은 부장으로 상사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애매한 자리이다. 인생에서는 30대를 넘겨 꽃다은 나이가 지났으나 아직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서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간 것 같은 회한에 잠기기 쉽다. 3효는 하층부에서 상층부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취직을 준비해야 하는 참 고달픈 상황이다.
[4]* 4효(四爻) ; 윗자리 상층부에 막 진입한 상태이다. 초목이라면 결실을 앞두 시기이며, 가정에서는 숙부나 고모, 학교에서는 조교나 전임강사, 회사에서는 진급한 간부사원에 해당한다. 윗자리에 올랐으나 아직 실권이 없고, 사회인이 되었으나 중심인물이 되지 못하는 위치이다. 자리를 잡아도 실권자인 ‘5효’의 보좌역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자리는 하층부를 관리하면서 윗사람을 받들어야 하는 위치이므로 일이 많지만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
4효가 상층부에서 유일한 효(爻)인 경우, 예컨대 진괘(☳)나 손괘(☴)인 경우는 유능하기 때문에 하층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외의 경우는 하층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해결하더라도 공(功)은 돌아오지 않느다. 공(功)은 실권자인 ‘5효’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위치는 실권자의 가까운 자리에 있기 때문에 처신을 잘 해야 한다. 잘못하면 큰 낭패를 당하거 위태로운 지경이 되고 만다.
[5]* 5효(五爻) ; 상층부의 핵심적인 위치이다. 시간적의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절정기이다. 가정에서는 호주, 회사에서는 사장이고, 나라에서는 최고 권력자에 해당한다. 무엇이든 자기의 의사에 따라 할 수 있으므로 그 중요한 위상만큼 책임도 크다. 늘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정성으로 다해야 한다. 그 간의 축적해온 힘을 십분 발휘하고 좋은 결실을 맺도록 힘써야 한다.
[6]* 상효(上爻) ; 공간적으로는 최고의 자리이나 시간적으로는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하는 정리기이다. 상효는 명예는 있으나 실권이 없기 때문에 늘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됨으로써 품위와 명예를 지켜 나가야 한다. 실권이 없음을 한탄하거나 실권자에에게 항의하면 해로움이 있다. 너그러운 아량으로 많이 베풀고, 일의 전면에 나서지 말고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것이 좋다.
* [예시]- 주역 <건괘>의 효사(爻辭)
『주역(周易)』에서 건괘(乾卦)는 모두 양(陽)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곤괘(坤卦)는 모두 음(陰)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는 만물을 낳고 기르는 ‘하늘’과 ‘땅’에 해당하고, 자녀를 낳고 기르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만물을 낳고 기르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듯이 건괘와 곤괘는 나머지 주역 62괘를 통괄하는 바탕이 된다.
이 괘는 모두 양(陽)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건괘는 양(陽)의 성격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상징한다. 사람의 마음은 양(陽)에 속하고, 몸은 음(陰)에 속한다. 양(陽)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이 괘는 ‘마음’을 중시한다. 마음을 중시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기도 하고 마음을 중시하는 사람의 일생이기도 하다. 순수한 마음의 요소가 하늘이므로 이 괘는 ‘하늘’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 괘의 이름을 건(乾)이라 붙였다. 만물(萬物)은 기본적으로 하늘의 요소를 가지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이 괘는 만물의 삶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므로 건괘는 하늘의 도와 인간의 도리를 모두 포괄한다.
그러므로 괘사(卦辭), ‘乾 元亨利貞’은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를 포괄하는 진언(眞言)이다.
‘하늘은 밝고 커서 사람을 포함한 만물을 이롭게 하고 바로 잡는다’ 는 것이다.
乾, 元, 亨, 利, 貞.
用九, 見羣龍无首, 吉
上九, 亢龍有悔.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
九四, 或躍在淵, 无咎.
九三, 君子終日乾乾, 夕惕若, 厲无咎.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初九, 潛龍勿用.
그 중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군왕(君王)의 도리도 이 건괘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늘의 뜻에 따라 백성을 다스리는 주재자가 군주이고, CEO이기 때문이다. 건괘의 중심(中心)은 구오(九五)이다. 구오의 자리는 천하에 가장 적중(的中)한 직위를 지닌 바른[正] 자리이다. 그래서 구오의 효사(爻辭)가 말한다.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나는 용(龍)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 여기에서 말하는 대인(大人)은 구이(九二)이다. 상층부 구오(九五), 하층부의 구이(九二)는 서로 중(中)의 자리에 있으면서 서로 응하는 정응(正應)의 관계이다. 그리고 구이(九二)의 효사는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지금은 밭[地上]에 있지만 장차 군왕(君王)이 될 덕(德)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대인(大人)은 구오(九五)인 군왕(君王)을 말한다.
건괘에서 모든 효는 양(陽)이지만, ‘구이, 구사, 상구’는 원래 음의 자리이다. 그러므로 표면적으로는 양이지만 그 속에는 음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구이(九二)’는 ‘見龍在田, 利見大人’이라 했다. 상(象)에 이르기를, ‘나타난 용이 밭에 있는 경우는 덕을 베풂이 넓다’는 것이고, 문언(文言)에서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용의 덕을 가지고 바르고 알맞은 자리[中]에 있는 자이니, 평소의 말을 미덥게 하고, 평소의 행동을 신중히 하며 비뚤어진 마음을 막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보존하며 세상을 좋게 해도 자랑하지 않아서 덕이 넓어져 진리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또, ‘군자는 배워서 (진리를) 갖추고 물어서 변별하며, 너그러움을 가지고 대처하고, 인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때가 아니니 조용히 군덕을 쌓으라는 것이다, 다분히 음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九四, 或躍在淵, 无咎.’ 구사의 효사는 ‘혹 용(龍)이 상층부로 튀어 올랐지만 연못에 있으면 허물이 없다’고 했다. 왜 연못인가? 구사(九四)는 원래 음(陰)의 자리이다. 표면은 양(陽)이지만 음(陰)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의 효가 ‘정(正)’이 되도록 음(陰)으로 바꾸면, 그 아래의 ‘구이, 구삼’과 어우러져 태괘(兌卦, ☱)를 이룬다. 즉 연못[淵]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효사에 ‘연못’이 나온 것이고, 연못처럼 부드럽게 조용한 곳에서 때를 더 기다려야 허물이 없다고 한 것이다. 참으로 오묘하고 깊은 의미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문왕과 주공이 효사를 쓰면서 이 얼마나 깊고 치밀한 생각을 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구(上九)의 효사도 마찬가지이다. 이 자리도 원래 음(陰)의 자리이다. 그러므로 상구(上九)도 내면적으로 음(陰)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上九, 亢龍有悔.’라 했다. ‘亢龍’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강한 양(陽)의 몸짓이다. ‘亢龍有悔’, 즉 그 고자세로 나아갈 줄만 알면 반드시 허물이 있다는 것이다. 상구(上九)가 안으로 지니고 있는 음(陰)의 속성을 따라 부드러운 모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의 코드을 살피면 이렇듯 오묘한 구조원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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