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이 재의 수요일이었습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우리는 사순절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오늘 누가복음 본문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공생애 가운데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분이 왜 예루살렘으로 가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그 길이 곧 죽음의 길인 것을 알고 계셨음에도 피하지 않으시고, 아니, 오히려 그곳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세 본문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요엘서 말씀을 보면 메뚜기 재앙으로 인한 폐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먹어치우는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밭의 소산물들이 없어지고, 사람들의 즐거움이 다 마르게 되었습니다. (요엘1:12) 이와 같은 어려움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2:2)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선지자는 이와 같이 이스라엘에 고난이 있게 된 것은 ‘주의 날’이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하여 진노하셨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요엘 선지자는 오늘 본문에서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옷을 찢는 것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찢는 일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에게는 보이는 행위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의 중심을 보시고 계시기에 눈속임 신앙을 버리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신앙으로 회복할 것을 요구하시고 계시는 것입니다. 사순절은 우리가 그동안 다른 길에 서 있었다 할지라도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시기입니다. 우리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유턴해야 하는 때입니다. 형식적인 신앙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살피면서 하나님 앞에 올곧게 서려는 ‘마음을 찢는’ 회개가 있을 때에 그 때에 하나님께서 땅이 당한 일로 마음 아파하시고, 당신의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다‘고 요엘서는 우리들에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도바울은 마음을 찢어 주님께로 돌아온 사람입니다. 마음을 찢은 그는 오늘 디모데후서 본문 말씀을 통해 세 직업의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우리에게 권면하고 있습니다. 군인과 경주자와 농부,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고 기다려야 하며, 법과 규율을 잘 지켜야 합니다.
디모데후서 본문 3절 말씀을 보면 ‘그대는 그리스도 예수의 훌륭한 군인답게 고난을 함께 달게 받으십시오’라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좋은 군인이란 고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어서 군에 복무를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군인으로 부른 상관을 기쁘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명령불복종이 아주 큰 범죄에 해당 됩니다. 그러므로 그는 살림살이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4절 말씀을 통해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바울이 이런 말을 하게 된 의도는 분명합니다. 모집한 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그 명령 때문에 목숨을 내놓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충성하는 것이 군사의 사명인 것 처럼, 그리스도인의 삶도 부르신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5절 말씀을 보면 그리스도인은 경기하는 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경기하는 자는 시합 때의 한 경기를 위해 무수한 노력과 수고와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시간의 훈련을 감당해야 하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먹을 것 다 먹고, 누릴 것을 다 누리면서 좋은 경기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경기의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또한 하나님의 규칙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윤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고 기초한 하나님의 뜻과 규율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농부를 말하고 있습니다. 농부는 땅에서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거짓 없는 노력의 땀을 흘려야 합니다. 농부를 씨를 뿌린 후에도 거름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많은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 수고를 한 후에는 수확을 할 때까지 참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아직 덜 익은 열매를 수확할 수 는 없습니다.
그래서 디모데후서 본문 2장 10절 말씀을 통하여 “나는 하나님께서 택하여 주신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참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도 또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얻게 하려는 것임을 말씀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정직한 마음과 성실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현재의 수고와 고난을 참고 견디면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바라봐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해주신 구원과 영원한 영광을 참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사순절을 맞이하며 우리가 지금까지의 삶의 방향을 옮기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의 자세이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복음서 말씀을 통해 또 다른 우리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참된 용서와 사랑의 자세입니다. 오늘 복음서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는 줄을 알고 사마리아인들이 숙식은 물론이요, 마을에 머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모실 준비를 하러 사마리아 마을로 들어갔던 두 제자는 분을 참지 못해 불로 사마리아인들을 멸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도리어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꾸짖으셨습니다. 우리를 영접하지 아니한다고 하늘에서 불을 내려 다 몰살시키기를 원하던 제자들의 마음과 주님의 사랑의 마음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합니다. 주님은 이 땅을 심판하러 오심이 아니요, 우리를 사랑하셔서 구원하시기 위해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주님께서 택하신 고난의 다른 말은 바로 사랑과 용서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사순절을 보내면서 또한 우리가 하나님께로 향해야 하는 삶의 자세는 바로 용서와 사랑입니다. 우리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 사마리아 인들을 저주했던 야고보와 요한을 닮아 있습니다. 우리를 좋게 대해주고, 환대해주며, 인정해주는 사람들에게는 하염없이 관대하고 사랑을 주지만, 조금이나마 자신을 힘들게 하고, 적대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냉철하고, 까탈 스러 운지 모릅니다. 우리는 사순절을 지키면서 주님의 용서와 사랑의 삶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사순절 첫째 주일입니다. 사순절은 우리의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하는 절기이자 시기입니다. 봄이 되면 모든 생명들이 새롭게 태어나듯, 우리도 이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절기를 보내고 부활절이 되었을 때, 새로운 생명으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할 줄로 믿습니다. 특별히 올 해 사순절은 참고 견디지 못했던, 기다리지 못했던, 스스로 신앙의 훈련을 게을리 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는 절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의 방향이 이 세상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할 수 있기를, 하나님의 길로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 가는 그런 사순절이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