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가 하는 일은 남을 웃기는 것입니다. 많이 웃길수록 유명한 광대가 됩니다. 광대는 특이한 분장, 옷차림, 바보스런 행동, 익살 등으로 폭소를 자아냅니다. 광대의 연기는 노골적이고 생생한 묘사, 엉뚱한 상황의 연출, 활기찬 행동이 특징입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얼굴을 하얗게 분칠한 광대 분장은 17세기 후반 프랑스 광대 피에로가 등장하면서 도입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19세기 초반 팬터마임 연기자 장 바티스트 가스파르 드뷔로는 사랑에 번민하며 애수에 찬 피에로를 창조했고 영화에서의 광대는 찰리 채플린이 연기한 인물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여의도에서도 광대놀음을 실컷 구경합니다. 행복하지 않은가요?
요즘 국회를 보느라 면 웃음밖에 나지 않습니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은 없고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습니다. 희극 배우 찰리 차프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보고 있으면 수시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국민들은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희극을 보며 한편으로는 웃고 한편으로는 나라가 어찌되려고 저러나 하고 걱정을 많이 합니다. 여의도에 출석하여 가장 국민들을 많이 웃기는 희극배우는 뭐니 뭐니 해도 추미애 법무장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거라고 생각됩니다.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심신이 피곤한데 그래도 TV에서 추장관이 웃겨줘서 고마움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대구의 세탁소집 딸로 태어나서 고시에 합격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판사를 거쳐 김대중 대통령의 천거로 정계에 입문, 5선 국회의원으로 당대표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조국이 국민의 지탄으로 법무장관에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하차한 후 그 자리를 이어받은 행운 녀 입니다. 노무현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후 노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기각되고 직무에 복귀하자 그 실수에 대한 참회의 표식으로 삼보일배로 사죄하여 위기를 벗어난 열혈여성정치인입니다. 오늘의 추미애를 있게 한 가장 큰 동력이 아마도 삼보일배일 겁니다. 그녀는 만인의 비웃음을 삼보일배로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합니다.
추장관은 국회의 법무장관청문회 때부터 아들의 병역문제로 야당의 집요한 추궁을 받았는데 여당동료의원의 삼엄한 호위와 부하 검찰들의 말도 되지 않는 전 방위 비호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기까지 숱한 돌출행동과 언어로 국민을 우롱하는 궤변을 끝도 없이 생산해 냈습니다.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 될 ‘19금’ 언어를 토해 내는 실력은 연기자들도 혀를 내둘렀을 겁니다.
우선 대표적인 몇 가지를 골라보겠습니다.
추 장관은 지난 6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한 국회 강연에서
"(윤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 "장관 말을 겸허히 들으면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는 일해 본 적 없다"며 책상을 치는 듯한 동작까지 취하면서 누가 봐도 부하를 질책하는 태도처럼 오만방자하게 같은 장관급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했습니다. 공적인 장소에서 무슨 연극하듯이 실실 웃어가며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하는 경건한 강연에서 선배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법무장관으로서 경박하기 그지없는 말투였습니다.
“소설을 쓰시네......이제는 장편소설을 쓰시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질문을 하는데 소설을 쓴다고 합니다. 소설이란 작가가 상상력에 의해서 창조해 낸 허구의 세계를, 인물이나 사건의 전개를 통하여 통일성 있게 구성하여 현실의 이야기인 것처럼 만들어 낸 산문 문학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엄연히 정부를 상대로 잘못을 추궁하는 질문을 소설이라고 폄하하는 태도는 국민을 얏 보지 않고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것도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한 독백이라고 변명을 하지만 마이크가 꺼졌으면 국회의원의 질문을 소설이라고 매도해도 되는 건지 인격과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는 “대하소설을 쓰시네..”라는 불평이 나올지 국민의 관심사입니다.
또한 축지법의 대가라는 비웃음도 듣습니다. 추미애장관의 정치자금 후원금카드가 장관은 파주에서 군을 시찰중인데 카드는 논산훈련소로 날아가 한우식당에서 아들이 밥 먹는데 사용됩니다. 가능한 얘기입니까? 혹 축지법을 쓰는 도사는 아닌지 궁금합니다.
특히 국회의원의 질문에 27번이나 허위로 답변을 하고도 “27번을 윽박지르지 않았느냐고 되려 큰 소리를 칩니다. 아들인 서일병의 황제병가와 관련하여 보좌관에게 처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며 ”다만 담당 장교의 핸드펀 번호만을 알려준 것뿐이지 지시를 한 게 아니다“라고 하니 고대 쏘피스트가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 나타난 느낌입니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이런 궤변을 답변합니까? 법무장관은 정의를 시행하는 장관입니다. 거짓말로 우기는 것이 정의입니까? 결국 검찰이 사실임을 증명하고서야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했습니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채널A 사건에 연류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한동운 반부패 강력부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세 번이나 오지로 발령을 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감시인을 붙이며 두 번에 걸친 인사를 통하여 문재인정부의 울산 부정선거와 조국 사건을 다루던 핵심 검사들을 전부 분해하여 정당한 조사를 방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측근을 서울지검장 지휘 하에 앉히는 독재인사로 이 정부의 부정부패에는 얼씬도 못하게 인사장벽을 쳤습니다. 가히 독재국가에서나 함직한 월권과 독선을 자행했습니다. 인사는 검찰총장과 협의하여 처리하게 되어있는 법규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는 범법행위도 서슴치 안했습니다.
특히 최근 정권과 유착이 의심되는 6천억원과 1조5천억 원이 각각 물린 라임𐤟옾티머스 사태가 정권 말의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미애법무장관은 검찰로비의호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사건 등에 대해 직접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였습니다. 법무장관은 임기 중 ‘검언유착’ 의혹이 터지자 첫 수사지휘를 내린 데 이어 이번으로 두 번째 수사지휘를 내렸습니다. 헌정사 71년만에 천정배장관이 딱 한번 발동한 수사지휘권이 추미애장관 취임 9개월만에 3번이나 발동되는 기이한 형상을 목도합니다.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언론은 이와 같은 일련의 윤총장에 대한 압박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이며 수사통지문에는 ‘총장’이라는 단어가 9번이나 등장할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 일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해당사건을 지휘하지 못하도록 선을 분명히 그었습니다. 결국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했다”고 밝혀 야당으로부터 보복수사가 아니냐는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습니다. 작심하고 윤총장 죽이기에 나선 거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뭔가 뒤가 구린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문대통령이 ‘우리 윤 총장님’ 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가차 없이 조사하라던 격려가 국민들 눈에 선한데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추 법무장관의 일방독주에 대하여 한 번도 브레이크를 건 적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듯한 느낌을 국민들은 받고 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야당과 온라인상에는 한동훈검사장에게 이 수사를 맡기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형편입니다. 수사를 뭉갰다고 의심되는 윤총장에게는 의견진술의 기회도 주지 않고 불투명한 감찰결과를 근거로 일사천리로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장관과 총장의 차가운 격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정해야 할 청와대는 꿈쩍도 안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추장관의 힘을 빌어 윤총장을 몰아내려 한다는 인상이 더욱 짙어집니다. 독재정권에서도 이러지는 안했습니다. 윤총장을 겨냥한 찍어내기 수사가 아니라면 공정한 수사를 위해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으로 가야 맞습니다.
박근혜대통령 탄핵 때는 윤석열과 한동훈을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검찰총장까지 시키더니 칼이 자신들을 향하자 헌신짝 버리듯 합니다. 권력무상을 실감하게 됩니다. 눈에 가시가 된 검찰총장을 몰아내며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2017년 3. 10 세월호 희생자 영전에 붙인 ’고맙다‘는 말을 이번에는 추미애 장관에게도 할 것인지 사뭇 헷갈립니다. 추장관이 여러 번 구설수에 올라도 꿈쩍도 않는 대통령의 의중에는 방탄장관으로 여성인 추미애를 임명하기를 참 잘했다고 쾌재를 부를 것인가? 아니면 광대놀음이 끝나면 적당한 기회에 용도폐기할 것인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그 길을 국민은 궁금해서 못 견딥니다.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2020.10.20.)시조시인 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