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길었던 지난날의 활동을 모두 마치며 J
결혼비자와 비행기표를 받고 갈 준비를 하니까 이제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아쉬운 마음에 글을 적어 봅니다.
지난 3년간 정말 많이 많이 배우고 갑니다. 학교에서도 알려줄 수도 없는 것들, 공부해서 알 수 없는 것들 배웠습니다. 파그라움에서 지부장님, 선교사님, 목사님, 사모님, 간사님들, 집사님들, 다른 봉사단원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믿음의 선배들의 삶을 구석구석 지켜보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구나 많이 알았습니다.
파그라움에 오기 전까지 저는 순종이 예배시간에 늦지 않는 것, 기도 생활하는 것, 큐티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지난 3년간 철저하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어떤 순종보다는 제가 얼마나 죄인인지 알기를 원하셨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많은 일들 가운데 어떠한 일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기보다는, 제 자신이 깎여져 나가는 것과 그 과정가운데에서 내 자신과 또 하나님과 씨름했던 것이 가장 많이 남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닳도록 살고 싶다는 첫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많은 순간 주님을 잊으면서 일했습니다. 피곤하다는 말만 속으로 하면서 일했습니다. 일이 너무 많고 손님들이 많은 어느 날은 수요예배를 준비하다가 너무 피곤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예배당 무대 위에 벌러덩 누워서 하나님께 투정 부린 적도 있었습니다. 나도 섬기는 일 말고 섬김 받고 싶어요 하면서. 정말로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습니다. 속상한 일이나 누구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날이면 새벽 되길 기다렸다가 하나님께 호박씨도 많이 깠었는데. 속상한 이야기 다 들어주시고 타일러주셨던 날들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깊은 마음으로 누구 한 사람 제대로 끝까지 품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게 보석 중에 보석,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위로해 주시는 주님의 음성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참으로 그 동안 제 친구되시고, 위로자 되시고, 선생님 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주님을 위해서 헌신했던 날들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정말로 몰랐습니다.
임기가 지나고 뒤돌아보니 정말 많이 제 삶 가운데 보상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 올 때 아버지의 반대와 걱정 때문에 마음이 많이 탔었는데 관계도 회복시켜 주셨고, 일하는 동안에 남자친구랑 데이트도 자주 못했는데 마지막엔 그렇게 사랑했던 남자친구가 배우자가 되게 해 주시고, 섬기는 게 무엇인지 몰랐었는데 먼저 믿음의 선배되시는 선교사님, 지부장님, 목사님, 사모님 함께 살게 하면서 옆에서 배울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님을 섬기고 헌신하는 것 자체가 주께서 주신 상급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습니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제가 더 성숙한 사람이었더라면,
더 많이 지체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불평 없이 감당했을 텐데. 모난 사람, 가시가 많은 사람들 더 이해하고 안아줬을 텐데. 그러지 못했고 또 지금도 그만큼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서 많이 부끄럽습니다. 원 없이 예배하고 찬양하고 말씀 읽고 기도 했던 그 때가 참 좋았고 벌써 그립습니다.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까, 눈앞이 사실 깜깜할 때도 많고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뚜렷이 보이는 길을 걷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길을 믿음으로 걷기를 소망합니다. 필리핀에서 그러셨던 것 처럼 늘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그 동안 저를 사람 만들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붙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특히 지부장님과 선교사님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조건없는 사랑,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는 삶, 또 그런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시면서 자랑하지 않는 모습에 너무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예배라는 것을 저로하여금 알게 해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닷.
파그라움센터가 더 많은 영혼을 품고 주님의 뜻 가운데 서기를 언제나 늘 기도하겠습니다.
사랑 합니닷 J
첫댓글 수고 많았습니다 허어벌판에서 함께 시작한 정간사님 3년동안 정말 고생많았습니다 쉬지않고 새벽기도의 자리를 지킨 정간사님 덕분의 함께한 다른 식구들도 기도의 자리 섬김의 자리를 잘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주께서 늘 눈여겨보시고 조언자가 되어주시길 기도합니다
간사님의 수고가 하늘에 상급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귀국하시면 굉주도 한번 내려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