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믹 산장은 너무 럭셔리하고 좋았다.
하지만 푸짐한 저녁과 아침(엄청 부실함)을 제공하고 1박을 하는데 1인당 9만원은 가난한 클라이머들에게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코스믹 릿지를 등반하고 돌아와 챙겨 온 식량이 충분하고 산장비도 아낄 겸 저녁식사는 산장 테라스에서 조리하여
먹었다. 3,800미터의 고지대에 올라오니 약한 두통이 있긴 했지만, 대원들 모두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와 중간역에서 하룻밤 비박한 것이 고소적응에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저녁을 일찍 먹고 산장 테라스에서 보이는 따꿜 삼각 북벽을 관찰하는데, 역시나
지구온난화로 쉐르루트는 하단의 빙벽이 모두 녹아 루트가 없어졌고, 벽 중앙 꾸르와르에도 낙석이 많이
떨어져 있어 등반하는 클라이머의 흔적이 없었다. 몽블랑 정상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인 따궐 삼각 북벽
옆 설 사면에도 예년보다 크레바스가 크게 벌어져 있었고, 눈사태의 흔적도 군데군데 있었다.
발레 블랑쉬에서 바라보는 에귀 디 미디 남벽은 마치 설악산의 적벽을 연상시킨다.
매끈한 붉은색의 벽은 클라이머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샤모니 시내에서 첫 케이블카(06:00)를 타고 올라오는 클라이머들
보다 먼저 레뷔파 루트를 등반하기 위해 06:00에 산장을 나섰다. 레뷔파
루트가 난이도로 따지면 그렇게 어려운 곳이 아니지만 3,800미터의 고소에서 등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 장비도 최소한으로 준비한다.
다행히 우리 팀이 첫 번째로 출발을 한다.
나도 이곳은 첫 등반이라 설레기도 하고 루트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크랙은 아주 양호했고 오래된 하켄과 피톤이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어 확보물 설치에도 부담이 없어 등반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미디 남벽 정상에 12:30에 도착하여
1피치를 하강하여 관광객들이 있는 테라스에 도착했다. 샤모니
시내에서 혜영 선배가 1시간 전부터 올라와 기다리고 있었다. 혜영
선배와 형님이 준비한 콜라와 바게트 샌드위치는 쪼그라든 배를 두둑히 채워주었다.
해가 뜨기 전에 산장을 나섰다.
저 멀리 미디 남벽이 보인다.
어서가서 첫번째로 자리를 차지 해야 하는데...
안자일렌도 없이 발자국을 따라 간다.
따궐 삼각북벽에 아침 햇살이 들어 온다.
나란히 한 줄로...
저 멀리 그랑드 죠라스 북벽과 당 뒤 제앙, 로쉬포트 능선이 연이어 보인다.
다음 목표물 들이다...!
미디 남벽이 아침햇살에 붉게 물들었다.
원주 클라이머스 서강호 형님이 코스믹 릿지를 등반하기 위해 지나는 길에 우리팀을 찍어 주었다.
설원에는 미디 남벽을 등반하기 위해 준비하는 클라이머들이 많이 모여있다.
우리는 4명이다. 난 등반시간을 줄이기 위해 두번째 등반자 두명을 동시에 끌어 올린다.
이번 등반에서 행정과 총무, 통역까지 고생이 많은 목영관 대장.
중간쯤 올라 온 것 같다. 테라스 좋은 곳에서 단체컷 한장.
민병한 선배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영 좋지 않다.
한동희...
마지막 피치.
관광객들이 다니는 테라스에 앉아 혜영 선배와 형님이 준비한 시원한 콜라로 목구멍을 축이고 있다.
이 맛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첫댓글 다음번에는 콜라맛을 느껴보는 사람이 되고 싶으네요. ^^
누나덕에 세상천하를 다가진듯한 콜라를 먹었사옵니다.또 형님 덕에 세상 가장 맛진 과자도...ㅎㅎ
다음엔 제가 느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반드시^^!
@한동희 고맙다. 요즘 슬럼프인듯 아닌듯 슬럼프인데... 몸이 좀 괜찮아진듯해서 일주일 열심히 하면 바로 몸살이 나고, 그래서 쉬면 심리는 엉망이 되서 다시 운동하러 가기가 쉽지 않고...
늘 집을 나서기는 하지만, 방향을 잃은 듯 하네...
@이혜영 저도 샤모니 다녀온 후 한국에 적응중인지 컨디션 좋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좀 정상 괘도에 올라오는 것 같아요. 너무 무리 하지 마시구요...
몽블랑원정 후기를 1.2.3편을 자세하게 기록을 남길분이
바로 김지성원정대장님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기록들이 산악회의 자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좋은경험을 하여 산악이력에 한줄을 추가할수 있네요
또한 회장님이하 모든 님들께서 관심과 지원이 있어서
좀더 정상도전에 집중할수 있어서 무난히 몽블랑등정
을성공적으로 할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대원들 모두에게 고맙게 생각하니다 감사합니다.
행님...
과찬의 말씀을 저는 그저 재밌게 잘 다녀온거라 사진 몇장 올릴뿐인데..ㅎㅎㅎ
아직 등반기 3편정도 더 남아 있습니다.
레뷰파 루트 너무 멋져요 ~